자폐증과 불완전한 진화

자폐증과 불완전한 진화


자폐증의 정확한 발병 메커니즘은 아직 확실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2019년 시냅스의 생성과 발달,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 ‘Shank2’가 결손 되면 ‘NMDA’ 수용체의 기능이 저하돼 자폐가 유발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2021년에는 시냅스 수준의 문제가 사회성과 인지능력 저하로 이어지는 원리도 밝혀졌다. 또한 빛 자극으로 이를 어느 정도 회복시킬 수 있다는 것도 밝혀졌다.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다면 자폐 환자를 치료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자폐증은 장내 미생물과도 관계가 있다. 지금까지 ‘자폐증인 사람의 장내 세균을 쥐에게 주면 자폐증과 같은 행동을 보인다.’ ‘장내 세균을 이용한 요법이 자폐증 증상을 완화한다.’ ‘자폐증인 사람은 장내 세균이 다르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인간의 피부 등에는 병균이 아닌 세균 총(bacterial flora)을 형성하고 있다. 자폐아는 반 정도가 변비, 설사 같은 위장장애를 겪는다. 위장장애가 있는 자폐아는 위장장애를 치료하면 증상이 좋아진다. 장에 서식하는 박테리아와 장에서 뇌에 보내지는 신호 사이에 매우 강력한 연관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자폐증 치료에 이러한 방식을 시도한 것은 신경기능 장애가 뇌보다는 장에 원인이 있을지 모른다는 이론에 근거한 것이다. 위장장애는 과민성을 유발하고 주의력과 학습기능을 저하시켜 행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른 증거도 있다. 장내세균이 자폐증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자폐증 아동의 성향이 장내세균의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2021년 연구를 보면 자폐증과 장내세균 사이에 연관성이 없으며, 600종 이상의 장내세균 가운데 자폐증과 연관을 보인 것은 1종에 불과했다. 과거 연구에서 자폐증과의 연관성이 지적된 세균도 자폐증과 어떤 연관성도 없었다. 자폐증 아동은 과거에 이미 밝혀졌듯이 식성이 까다롭다. 이들의 성격과 생활을 보면 식성이 까다롭기 마련이다. 식성이 까다로운 아이는 장내세균 다양성이 부족해 설사 등 장 문제가 잦을 가능성이 있다. 자폐증 환자는 다양하지 않은 식생활을 하며, 이는 다양성이 부족한 장내세균과 장 문제로 이어진다. 따라서 자폐증인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장내세균 이식 등의 개입에 신중해야 한다. 오히려 편식하기 쉬운 자폐증 아동의 식생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자폐증이 인간의 지적 능력이 진화하면서 발생한 후유증이라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2025년 연구에 의하면 사람의 뇌를 독특하게 만드는 유전적 변화 중 일부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져왔다. 사람 뇌에는 다른 포유류에서는 볼 수 없는 차이가 있다. 대뇌피질의 외층에 있는 한 뉴런(L2/3 pyramidal cells, L2/3 IT 뉴런)이 상대적으로 빠른 진화를 겪었다. 이 뉴런은 대뇌피질 내의 다른 영역과 연결을 주로 담당하여 기억과 학습, 언어, 사회적 행동 같은 인지 기능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급격한 진화와 함께 자폐증과 관련된 유전자들도 빠르게 바뀌었다. 덕분에 복잡한 언어와 사고를 할 수 있게 됐지만 동시에 자폐 스펙트럼 장애 같은 신경질환도 함께 생겨났다. 사람의 뇌가 유전적으로 빠르게 진화하는 과정에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나타난 것이다.

https://pubmed.ncbi.nlm.nih.gov/40713898/


결국 진화과정이 완전하지 않아 발생한 것이다. 생명의 진화는 사전에 잘 만들어진 청사진에 의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땜질식으로 이루어져왔다. 생명과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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