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와 자연선택으로 보는 자폐증 그리고 인간



자폐증(autism)이란 용어는 1908년 스위스 정신의학자 오이겐 블로일러(Eugen Bleuler, 1857~1939)가 일부 조현병 환자의 극단적인 자기몰입(total self-absorption) 증상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었다. 1930~1940년대는 나치 뿐 아니라 다수의 과학자들까지 유전학적 권위를 업은 우생학적 사회진화가 널리 퍼졌다. ‘조현병 인자를 지닌’ 발달장애 아동을 ‘시설’ 등에 격리 수용하는 건 당연시됐다.


자폐증은 1943년 리오 캐너(Leo Kanner, 1894~1981)가 처음 제안했다. 고립되어 자신만의 세계에서 살면서 만족한 삶을 산다는 의미에서 자폐증(autism)이라고 불렀다. 그는 성장환경을 자폐증의 원인으로 보아 부모의 양육법이 자폐증을 만든다고 주장했다. 한스 아스퍼거(Hans Asperger, 1906~1980)는 과학과 수학에 뛰어난 자폐증을 아스퍼거스 자폐증이라고 명명했다. 아스퍼거스 자폐증(Asperger syndrome)은 자폐 스펙트럼의 일부로 통합되었다. 다양한 자폐증을 통틀어 ‘Autism Spectrum Disorder’라 부른다.


2025년 자폐증이 인간의 지적 능력이 진화하면서 발생한 후유증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사람 뇌는 다른 포유류에 비해 대뇌피질의 외층에 있는 한 뉴런(layer 2/3 intratelencephalic excitatory, L2/3 IT 뉴런)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진화했다. 이 뉴런은 대뇌피질 내의 다른 영역과 연결을 주로 담당한다. 이 뉴런은 기억과 학습, 언어, 사회적 행동 같은 인지 기능에 관여한다. 덕분에 복잡한 언어와 사고를 할 수 있게 됐지만 동시에 자폐 스펙트럼 장애 같은 신경질환도 함께 생겨났다. 사람의 뇌가 유전적으로 빠르게 진화하는 과정에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나타난 것이다. 또한 이 신경세포(L2/3 IT)가 다른 포유류에 비해 특히 빠르게 진화하면서 자폐증과 정신분열증과 관련된 유전자들의 발현이 현저히 하향 조절되었다. 이러한 진화는 역설적으로 자폐증의 위험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을 수 있다. 자폐증은 자연선택에 의한 인간 진화의 자연스러운 결과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진화과정이 완전하지 않아 발생한 것이다. 물론 이들 중 일부는 놀랍도록 학문적 업적을 달성하고 놀랍게 살아간다. 이들에 대한 자연선택의 방향은 예측할 수 없지만 이들도 우리와 같은 인간이다, 생명의 진화는 사전에 잘 만들러진 청사진에 의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땜질식으로 이루어져왔다. 생명과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그건 누구나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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