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두피 모낭에서는 머리카락이 성장기, 퇴행기, 휴지기를 거치며 모발이 자라고 빠지는 순환을 반복한다. 성장기는 2~8년, 퇴행기는 2~3주다. 모낭에서 평생 동안 생기는 머리카락의 수는 25~35개로 정해져 있다. 이 개수를 넘어서면 더 이상 머리카락이 자라지 않는다. 새치가 보기 싫더라도 뽑으면 안 되는 이유이다.
흰머리가 나는 것은 유전이나 스트레스 등의 영향도 받기 때문에 그 시기와 속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일반적으로 백인은 30대 중반, 동양인은 30대 후반, 흑인은 40대 중반에 흰머리가 생기기 시작한다. 흰머리 발생에서 유전적 요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30%이고 나머지 70%는 나이, 스트레스 등이다. 백발처럼 흰머리가 많이 난다면 유전자가 원인일 수 있다. 멜라닌세포 줄기세포(melanocyte stem cell, McSC)는 자외선, 노화, 스트레스, 화학물질 등으로 쉽게 손상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활성산소'가 발생해 모낭 속 세포의 색소 기능을 떨어뜨린다. 스트레스 호르몬 아드레날린이 많이 분비돼 모근 주변의 혈관을 수축시키기 때문에 영양공급이 잘 안되고, 멜라닌 색소가 적게 만들어져 흰머리가 난다. 흰머리가 생기면 다시 검은색으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흰머리가 발생한 주 요인이 영양 결핍과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이었다면, 영양소를 보충하거나 회복하면 다시 검게 돌아갈 수 있다.
머리카락이 하얗게 세는 원인은 멜라닌 색소를 만들어내는 멜라닌세포 줄기세포(melanocyte stem cell, McSC)에 있다. 머리카락이 정상적으로 자라는 동안, 이 세포들은 계속해서 이동하며 모낭의 다른 성장 구획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이러한 이동 능력은 색을 만들어내는 이 줄기세포에만 있다. 이 세포의 유일한 기능은 멜라닌 색소를 생성하는 것이다. 멜라닌은 검은빛이 나는 색소로, 그 양에 따라 다양한 색깔을 나타낸다. 멜라닌 색소가 많으면 검은색 머리카락이 되고, 적으면 금발이나 갈색 머리가 된다.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 이 줄기 세포는 모낭의 성장 구획 사이를 이동하는 능력을 잃게 된다. 이는 결국 머리카락 색깔에 영향을 미치고 머리가 하얗게 센다. 노화가 진행되면 머리카락이 하얘지는 이유는 이 줄기세포 수가 줄고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멜라닌 색소 대신 공기가 모간(毛幹, hair shaft)을 채우기 때문에 흰색, 회색, 또는 은색으로 보인다.
머리카락이 새로 날 때 모낭 밑에 있는 줄기세포가 멜라닌세포를 만들어 머리카락에 색소를 공급한다. 만약 줄기세포가 사라지면 멜라닌세포가 생기지 않아 흰 머리카락이 난다. 쥐 실험에서 특정 유전자(microphthalmia-associated transcription factor, MITF)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줄기세포와 멜라닌세포가 사라져 털이 하얘진다. 젊은 나이에 흰머리가 나는 이유는 과잉 면역반응 때문일 수 있다. 2018년 미국 앨라배마대학과 국립인간게놈연구소 공동연구팀은 머리를 희게 만드는 유전자가 면역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유전자 변이가 털 색깔뿐 아니라 바이러스 감염에 반응하는 면역계의 과도한 활성에 관여하여 흰머리가 난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흰머리가 나는 것이 암세포를 방어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흔적일 수도 있다. 생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유전자 손상이 발생하면, 일부 줄기세포는 정상적인 자가 재생 기능을 멈추고 소멸했다. 이로 인해 색소가 없어져 생쥐의 머리털이 하얗게 변했다. 일부 줄기세포는 재생을 계속하였다. 이 과정에서 비정상적인 분열을 일으켰고, 이 유전적 손상이 계속 축적돼 흑색종인 암세포와 유사한 형태로 변했다. 흰머리가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melanoma)을 막기 위해 스스로 기능을 멈춘 결과라는 것이다. 흰머리가 암을 예방한다는 의미는 아니며, 손상된 줄기세포가 제대로 제거되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