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22일 <네이처> 표지는 화가 파울 클레(Paul Klee, 1879~1940)가 남긴 글과 작품을 모은 ‘파울 클레 노트북(Paul Klee Notebooks)’을 오마주(hommage)한 것 같은 이미지이다. 이 이미지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암시한다. 당시 <네이처>의 기사는 백신 개발 현황을 다루고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은 몇 달 뒤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2019년 10월 전 세계적으로 200여개의 백신 후보가 개발 중이며 임상에 돌입한 후보는 40개 이상이었다. 세계보건기구의 인플루엔자 연구 센터 칸타 수바라오는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강조한다. 백신이 충분한 효능을 보이지 못할 수도 있으며 팬데믹을 완화하는 데 큰 도움을 주지 않을 수 있다는 여러 전문가들의 분석도 있다.
8개월이 지난 2021년 6월 화이자·모더나 백신 같은 메신저 리보핵산(mRNA) 계열의 백신을 접종할 경우 예방 효과가 수년간 지속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백신의 예방 효과 지속기간에 대해선 예상이 어렵지만, 특별한 변이 바이러스가 없다면 이론상 평생 지속할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바이러스가 현재 형태에서 아주 크게 진화하지 않는 이상 면역 효과의 연장·강화를 위한 추가접종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령자나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경우 추가접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코로나19에 걸린 뒤 백신까지 맞은 사람들은 추가접종이 필요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에 감염됐던 사람이 백신까지 맞으면 평생 면역력이 지속할 수도 있다. 코로나19에 감염되거나 백신 접종을 마친 뒤엔 림프 절에 특수구조(germinal center)가 형성되는데, 이 구조가 바이러스를 조기에 인지하는 세포(memory B cell)를 가르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세포가 더 광범위하게 활동하며 오랫동안 바이러스 조기 인지 연습을 할수록, 변이 바이러스를 더 쉽게 억제할 수 있다. 연구대상자 14명 모두 1회 차 백신을 맞고 15주가 지난 뒤에도, 림프 절에 형성된 특수구조가 활성화된 상태였고, 코로나바이러스를 인지하는 세포의 숫자도 줄지 않았다고 한다. 보통 림프 절에 형성된 특수구조는 백신 접종 1~2주 후 정점에 달한 뒤 약해진다. 특수구조는 통상 4~6주가 지나면 거의 남아있지 않다. 백신을 맞은 뒤 거의 4개월이 지나서도 이 같은 반응이 지속되는 것은 매우 좋은 신호이다. 하지만 학계에는 백신 지속성에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바이러스가 빠르게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예단하기는 어렵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1-03738-2#cite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