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르파족은 왜 고소증이 없을까?



적혈구는 산소를 흡수하고 운반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고지대로 올라갈수록 더 많은 적혈구가 필요하다. 고지대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면 특정한 호르몬(erythropoietin)이 만들어진다. 이 호르몬은 골수에 있는 세포의 적혈구 생성을 촉진하게 하고 생성된 적혈구들의 활동을 연장한다. 그래서 히말라야의 고산지대에 서서히 올라가면 적응이 된다. 그러나 적혈구가 많아져서 산소를 더 많이 공급하지만 피가 몸속에서 응고하는 혈전이 생겨 심근경색과 뇌졸중 등이 일어날 수 있다.


에베레스트 정상에 첫 발을 내디딘 사람은 에드먼드 힐러리 경과 셰르파 텐징 노르가이다. 셰르파 족은 약 1500 년 전후에 티베트 평원에서 에베레스트 산 남쪽 기슭으로 이주한 티베트족으로 21개 혈통으로 5000명 내외밖에 안 된다. 이들은 히말라야 고산 등반 시 ‘셰르파’로 활동한다. 에베레스트 트레킹을 할 때 동행한 셰르파는 자신 있게 말한다. 에베레스트 트레킹의 출발점인 2850m의 텐징-힐러리 공항에서 5천 미터가 넘는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를 하루에 왕복할 수 있다고. 보통 1주일 걸린다.


셰르파족이 가진 변이유전자(EPAS1)는 고산 등반 시 적혈구를 더 많이 생성하는 것이 아니라 생물학적 반응을 둔화시킨다. 따라서 산소가 부족한 고지대를 등반해도 더 많은 적혈구를 생산할 필요가 없게 된다. 이러한 유전적 돌연변이는 현재까지 기록된 인간의 진화 가운데 가장 빨리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멸종되고 없는 데니소바인은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그리고 티베트에서도 살았다. 이들의 유전자는 인간에게도 남아있다. 셰르파족이 고산 지역에서 사는 생존의 열쇠는 이들 고(古) 인류에게 물려받은 유전자 때문으로 보인다.


셰르파, 티베트인 같은 히말라야 고산 지역에 거주하는 현대인의 게놈에는 저 산소 환경에서 적응을 돕는 변이유전자(EPAS1)가 발견됐는데, 이는 데니소바 인에게서 유전된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데니소바인은 시베리아 지역에서 내려와서 티베트 고원 지역에 정착한 후 진출한 호모사피엔스와의 교배를 통해 고산 지역의 저 산소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유전자를 남겼다고 추정된다.


이 유전자 때문에 당뇨병에도 잘 안 걸린다. 고지대에 사는 사람은 당뇨병 발병률이 낮다는 사실을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다. 2017년 연구에 의하면 한족의 당뇨병 유병비율은 14.7%로 중국 민족 중 가장 높다. 반면, 티베트인은 4.3%밖에 안 된다. 당시에는 원인이 확인되지 않았었다.


산소가 부족하면 생쥐의 혈당 수치가 정상보다 현저히 낮다. 저 산소 상태의 생쥐에게 당분을 투여하면 혈류에서 금방 사라진다. 생쥐를 저 산소 환경에서 사육하면 적혈구 생산량이 크게 증가하고, 더 많은 포도당을 흡수한다. 산소가 부족해지면 적혈구가 포도당을 흡수해 인체 조직에 산소를 방출하는 데 도움을 주는 분자를 생성한다. 티베트인에게는 헤모글로빈 생산을 조절하는 변형 유전자(EPAS1)가 있다. 이 유전자는 헤모글로빈과 적혈구 생산을 조절하여 저산소증이 나타나지 않는다. 이 유전자 대문에 당뇨병에도 잘 안 걸린다. 유전자는 우리의 많은 것을 말해준다. 그렇다고 우리가 유전자 자체는 아니다.

https://www.cell.com/cell-metabolism/fulltext/S1550-4131(26)000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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