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나 모기도 머리가 있다. 그렇게 작은 머리를 가졌지만 하늘을 잘 날아다니고 먹이를 찾아내고 우리가 죽이려고 하면 잽싸게 도망간다. 그 작은 머리로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은 신기하다. 그러나 이들의 뉴런의 수는 아주 많고 복잡하다. 예를 들어 초파리의 뇌에는 대략 20만 개의 뉴런이 있다. 모기도 20여만 개의 뉴런을 가지고 있다. 물론 인간이 800억 개 이상 쥐가 100억 개 이상의 뉴런을 가진 것에 비하면 아주 적다. 이렇게 작은 뇌로도 잘 살아간다. 초파리의 뇌는 인간이나 포유류보다는 뇌가 작고 단순하지만 충분히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파리나 모기에 비하여 곤충은 훨씬 놀라운 뇌 기능을 가지고 있다. 1억 년 이상 전에 지구상에 모습을 드러낸 개미는 벌과 말벌과 더불어 벌목에 속한다. 말벌에서 종이 분화되어 개미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1억 년 이상 동안 멸종되지 않고 살아남았다는 것은 정말 신기하다. 개미에게도 ‘뇌’가 있다. 이렇게 자그마한 개미가 뇌가 있어봤자 뭘 할 수 있겠냐 싶겠지만 개미는 놀랍고도 뛰어난 동물이다. 다리도 건설하고, 농사도 짓고, 사회를 만들어 서로 돕고 살고, 평화로운 정권교체도 한다. 개미는 종류에 따라 뇌 크기도 다르고 ‘지능’도 다르다. 여왕개미는 뇌가 크고 지능과 관련된 신경망이 발달했다. 반면 일개미는 뇌가 작고 신경망도 단순하다. 싸움을 하는 병정개미는 중간 크기의 뇌와 뇌신경망을 갖고 있다.
가장 작은 뇌와 지능을 가진 일개미도 상당히 똑똑하다. 일개미와 영종대교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진화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 놀라운 상상력을 가진 사람이다. 가끔 차를 몰고 공항을 가면 영종대교를 건넌다. 어떻게 이런 바다위에 다리를 놓았을까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강주아오 대교는 전체 길이는 55km인데 다리 구간의 길이는 23km이다. 이렇게 거대한 다리와 규모는 비교할 수 없지만 개미도 다리를 만들 수 있다. 개미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밝혀졌다. 용기에 설탕물을 넣고 주변에는 물로 채우고 모래를 넣었다. 개미는 가벼워서 물에 들어가도 빠지지 않아 물을 건너가 설탕물을 먹을 수 있다. 이번에는 이 물에 비누 성분을 넣었다. 그러면 표면장력이 약해져서 개미는 물에 빠진다. 물에 빠지자 개미들은 주변에 있는 모래를 옮겨와 설탕물 용기까지 쌓아 ‘다리’를 만들어 설탕물을 먹었다. 좁쌀크기의 작은 머리를 가진 개미도 머리를 써서 다리를 만든다. 개미들은 태어날 때부터 유전자와 뇌가 달라 선천적으로 다르게 태어난다. 그리고 여왕개미나 병정개미는 뇌와 지능이 더 좋다.
개미는 홍수가 나서 집이 물에 잠기면 자기들끼리 뗏목을 형성하여 살아남는다. 남아메리카가 원산인 붉은 불개미(학명 Solenopsis invicta)는 둥지 한 개에 30만 마리가 서식해 불개미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이다. 이들 개미는 땅속 둥지가 홍수로 물에 잠기면 서로를 붙잡아 뗏목을 만들어 몇 주 동안에 걸쳐 물 위를 떠다닌다. 이들 개미의 몸에는 물을 튕겨내는 발수 작용이 있어 미세한 털 사이에는 기포를 모을 수 있다. 그 한 마리, 한 마리가 긴밀하게 연결하면 기포의 크기도 커져 말하자면 거대한 튜브가 되는 것이다. 개미는 이런 기포로 떠있기만 하는 것은 아니라 일정한 규칙에 따라 돌아다닌다. 뗏목은 층 구조로 이뤄져 있고, 불개미는 두 집단으로 나뉜다. 하나는 수면 쪽에 밀집해 정지해 있는 집단으로 무리를 수면에 띄우도록 노력한다. 또 하나는 그 위에 있는 집단으로 뗏목 위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이 집단 간에 순환이 일어나고 있어 위를 걷는 불개미들은 차례차례, 아래에서 지지하는 개체와 교대하고 있었다. 불개미들은 순환형의 대형에 의해 안정된 부력을 실현하고 있었던 것 같다.
https://royalsocietypublishing.org/doi/10.1098/rsif.2021.0213
더 놀라운 것은 개미도 농사를 짓는다는 사실이다. 잎꾼개미 같은 종은 개미집 안에서 버섯을 재배한다. 이들은 나무 잎을 가져와서 작은 조각으로 잘라 버섯을 키운다. 버섯농사도 하는 일에 따라 분업이 잘되어 있다. 가장 큰 일개미는 줄기를 자르고, 작은 일개미는 잎을 씹으며, 가장 작은 개미는 버섯을 가꾼다. 이들은 거의 1억 년 전부터 이렇게 농사를 지은 것으로 추정한다. 인간이 최초로 농사를 지었다는 것은 옛날이야기이다.
개미의 뇌에는 더 놀라운 면이 있다. 이들은 필요에 따라 자신의 뇌 크기를 조절할 수 있다.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나 유인원은 유전자에 의하여 설계된 대로 뇌가 형성된다. 그렇게 형성된 뇌는 더 크게 할 수가 없다. 반면 멍게 같은 일부 동물은 새끼 때는 동물로 돌아다니다가 적당한 환경에 안착하여 살게 되면 필요 없게 된 뇌가 퇴화된다. 하지만 일부 개미는 뇌의 크기를 필요에 따라 더 크게 하여 지능을 높일 수도 있다. 인도에 서식하는 개미 중 한 종(Indian jumping ant)이 그렇다. 이 개미들은 여왕개미뿐만 아니라 일부 일개미도 알을 낳을 수 있다. 여왕개미가 사라지거나 죽으면 생식 일개미들이 경쟁해 그중 하나가 새로운 여왕개미로 추대된다. 그러면 여왕개미로 추대된 생식 일개미는 알을 많이 낳도록 난소는 커지고 뇌는 25% 크기가 감소한다. 알도 낳고 일도 할 때에는 뇌를 많이 사용했지만 알만 낳는 여왕개미가 됐기 때문에 뇌를 사용할 필요성이 감소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왕개미를 무리에서 분리한 후 다시 무리에 넣었을 때 특이한 일이 일어났다. 과거 여왕이 돌아오자 새 여왕은 평화롭게 왕위를 양보했다. 만일 인간사회에서 실종되었던 왕이 돌아온다면 피비린내 나는 전쟁이 일어났을 것이다. 개미에 비하여 인간 같은 포유류와 유인원은 공동체보다는 개인의 욕구를 더 중시하는 방향으로 진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그래서 인간사회는 공동체의식과 타인에 대한 배려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극단적인 경쟁사회를 초래할 수 있다. 그것이 우리 사회이다. 이렇게 왕위를 양보한 새로운 여왕개미는 다시 난소의 크기를 줄이고 뇌의 크기를 이전 상태로 복원해 일개미의 위치로 돌아왔다. 뇌의 크기를 줄였다 다시 늘리는 것은 놀라운 사례이다. 다른 세포와 달리 신경세포는 빠르게 증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뇌의 크기를 조절할 수 있지만 뇌의 기능을 바꿀 수 있다.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면 뇌가 재조정되고 기능이 활성화된다. 그것을 가소성이라고 부른다. 개미는 유전적으로 뇌를 조절하지만 인간은 학습에 의하여 뇌와 지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 그것이 교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