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술을 마실 수 있는 이유는 알코올분해효소인 알코올탈수소효소(Alcohol dehydrogenase 4, ADH4)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효소가 알코올, 그중에서도 에탄올을 대사한다. 이 효소는 사람뿐 아니라 다른 영장류들도 갖고 있다. 하지만 사람이 가진 이 효소의 효율이 다른 영장류보다 훨씬 뛰어나다. 알코올이 이 효소를 통해 분해되면 아세트알데히드가 나온다. 아세트알데히드는 신경계에 영향을 주고 구토나 과 호흡, 혈관확장 같은 숙취 증상을 일으킨다. 술을 지속해서 마시면 아세트알데히드와 활성산소가 간이나 뇌세포 등에 손상을 입힌다. 간에서는 아세트알데히트를 분해하는 탈수소효소(ALDH)를 분비한지만 그 양이 많지는 않다. 일반적으로 간에서 분비되는 탈수소효소는 소주 2~3잔 정도의 알코올을 해독할 수 있다. 사람마다 유전적으로 분비 정도가 다르고, 동양인은 반 정도가 탈수소효소 활성이 아주 낮아 술을 잘 견디지 못한다.
동물들은 나무에 달린 생과일을 주로 먹었겠지만 언제부터인가 땅에 떨어져서 일부 상하거나 발효된 과일도 먹었다. 고대의 영장류에게서 발견된 유전자를 기초로 실험실에서 알코올분해효소를 만들었다. 약 5000만 년 전의 영장류에 있었다고 추정되는 알코올분해효소는 소량의 에탄올을 아주 느리게 분해했다. 하지만 1000만 년 전 영장류가 보유했던 알코올분해효소는 알코올을 이보다 40배나 잘 분해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약 1000만 년 전부터 알코올을 더 많이 섭취하였다는 의미이다. 1000만 년 전에는 지구는 빙하기에 접어든 시기였다. 빙하기가 왔으니 먹을 것이 부족해지면서 땅에 떨어진 과일도 에너지원으로 더 많이 먹었을 것이다. 당시 동물은 알코올분해효소가 없거나 아주 적어 과일에 포함된 알코올에 취했을 것이다. 술에 쉽게 많이 취하는 개체보다는 알코올분해효소가 많은 개체가 더 많이 살아남았을 것이다. 즉 그런 사람이 자연선택 되었을 것이다.
https://www.pnas.org/content/112/2/458
1000만 년 전경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가 진화했는데, 당시 사람과 영장류의 공통조상이 나무 위 생활을 버리고 내려와 과일을 자주 먹던 시기이다. 과일이 너무 익으면 과육의 조직이 무너지면서 효모가 침투해 과일 내부의 탄수화물을 발효시켜 에틸알코올을 만든다. 그러므로 과일을 많이 먹는 영장류, 조류, 코끼리, 쥐 같은 동물이 알코올을 먹게 되었다. 야생 침팬지 무리는 수시로 알코올을 섭취한다. 알코올 농도가 평균 3.1%인 것을 어떤 침팬지는 취할 때까지 먹는 것이 발견되기도 했다. 사람과 영장류는 포유류 가운데 알코올을 가장 잘 분해한다는 것은 분자생물학적 방법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인간과 영장류는 알코올 선호성이 차이가 난다. 영장류는 알코올보다는 그 당분을 선호한다. 영장류 가운데 익은 과일을 많이 먹는 중앙아메리카 검은손거미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나온 주장이다. 과일이 잘 익어 발효가 일어나면 알코올 농도는 0.05%~3% 범위이다. 거미원숭이들은 물보다 알코올이 0.5%~3% 든 물을 선호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동물은 알코올 농도가 어느 정도 이상 높아지면 자극이 커져 섭취를 중단한다. 알코올이 없는 설탕물보다 알코올이 함유된 설탕물을 선호하기 하지만 당도가 2배 높지만 알코올은 들어있지 않은 설탕물을 더 선호하였다. 알코올은 단맛을 더 달게 느끼도록 하여 원숭이가 선호한 것은 알코올이 아니라 달콤함이라는 것이다. 거미원숭이는 과일이 주식이지만 그 대부분은 잘 익은 과일이지 농익은 것이 아니다. 농익은 과일에는 독성물질인 아플라톡신 같은 2차 대사산물이 형성돼 인간이 아닌 영장류는 일반적으로 기피한다. 알코올이 보조적인 칼로리 섭취원이라는 가설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일 먹는 원숭이가 섭취하는 에틸알코올이 칼로리 보충원이 되지 않는다면, 마찬가지로 영장류가 알코올을 포함하는 농익은 과일을 선호하는 것이 인류 알코올 중독의 진화적 기원이라는 가설도 맞지 않게 된다.
인류가 술을 먹는 것은 과일을 먹으면서 부산물로 섭취한 알코올로 칼로리를 보충하던 행동에서 진화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인류의 알코올 중독도 과일 먹는 영장류에서 기원했다는 주장이다. 초기 호모 속은 과일을 주식으로 하면서 과일의 당분이 효모에 의해 발효되어 생성되는 에틸알코올을 주기적으로 섭취했다. 오랜 기간 익은 과일을 찾아 먹은 결과 에틸알코올을 섭취하는 행동이 진화했다. 이에 따라 알코올 중독은 유전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인간의 음주취향은 진화의 산물이라는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