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 메치니코프(Élie Metchnikoff, 1845~1926)는 장내 세균이 생로병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본 선구자적인 학자이다. 엘리 메치니코프의 연구는 노년학 탄생의 기초가 됐다. 노화는 전신에 생기는 염증의 증가와 관련된다. 뇌의 경우 면역반응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소교세포(microglia)가 나이가 들며 줄어 각종 문제가 생긴다. 오랜 연구를 통해 소교세포의 활동이 장내 세균 총에 의해 조절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장내 세균은 질병치료는 물론 뇌도 젊게 할 수 있고 면역 기능까지 끌어올린다. 암, 감염질병에서 알코올 의존 심지어 자폐스펙트럼 장애 더 나아가 코로나19 감염증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장내 세균을 늘려주는 식사나 장내 세균의 이식이 노화를 늦추고 인지기능도 향상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이 장내 세균이 많은 음식을 먹거나 장내 세균 유산균을 먹는 것까지는 자유의지이지만 장내 세균이 인간의 정신과 육체를 뒤흔드는 기능은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
‘분변 미생물 군 이식(F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이라고 불리는 이 분변이식은 건강한 사람의 장내 미생물을 환자에 이식하는 치료방법이다. 어린 쥐의 분변을 나이든 쥐에 이식하면 면역력이 회복되고 뇌 인지기능까지 눈에 띄게 향상된다. 노화로 떨어진 학습능력과 기억력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 어린 쥐의 분변은 늙은 쥐의 몸에 들어가 염증 수를 줄여주어 학습과 기억을 관장하는 뇌 안의 해마를 구성하는 화학물질이 어린 쥐와 비슷하게 변화했다. 장내 세균이 노화를 억제할 가능성도 있음을 의미한다.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므로 향후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3587%20021%2000093%209#citeas
미생물군집은 병원체에 대한 방어, 비타민 합성, 면역계의 발달, 장내 혈관 생성, 지방 저장, 중추 신경 조절 등 필수적인 기능들에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이미 밝혀졌다. 인간은 스스로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제한됨을 의미한다. 다만 이러한 지식을 알아내어 어느 정도 장내 미생물을 통제하여 스스로를 바꿀 수는 있다. 장내미생물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추정되는 질환은 자폐증, 천식, 심혈관질환, 당뇨병, 비알콜성 지방간, 대사증후군, 비만, 과민성대장증후군, 습진, 알레르기성 질환 등 다양하다.
사람마다 독특하게 구성된 마이크로바이옴은 음식을 분해해서 수백 가지의 물질을 만든다. 이 복잡한 발효 과정을 지금의 기술로는 정확히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의 장내 미생물은 유익하여 비타민, 영양소 그리고 호르몬을 만들어 준다. 해롭거나 기생하는 미생물도 자가 면역 질환을 유도하여 인간의 면역체계를 훈련시켜 강화시킨다. 장내 미생물 교란(dysbiosis)으로 발생하는 대표적인 것은 염증성 장 질환(Inflammatory Bowel Disease, IBD)이다.
장내세균의 구성에 큰 변화가 일어나면 장내세균의 유전자에서 발현되는 각종 단백질의 구성이 바뀌어 대사에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 또한 장내세균과 장내상피세포 및 면역세포 간의 상호작용으로 유지되던 면역의 항상성에도 변화가 올 수 있다. 따라서 장뿐만 아니라 개체의 면역과 대사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미생물은 소장의 남은 음식물로 물질대사(발효)를 하여 에너지를 흡수한다. 이러한 대사의 산물과 장내 미생물의 구성은 장관(창자)의 상피세포, 면역세포, 신경세포, 내분비세포 등에 영향을 주어 생체기능 전반에 영향을 준다.
미생물은 외부에서 미생물이 침입하면 그 미생물에 대하여 면역작용을 한다. 균이 침입하면 소화관에서 상주하는 미생물이 저항하여 미생물에 의한 면역이 이루어진다. 숙주인 사람의 장내 상피조직도 면역계를 활성화하여 적응성 면역이 이루어진다. 이런 면역반응이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어 감염증을 일으키는 정도도 다르다. 또한 장내 미생물은 소화관 안의 면역세포를 활성화 시켜서 항원을 기억하게 하여 방어능력을 갖게 한다. 마치 백신을 맞는 것과 같은 효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