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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 등반에 대하여


고산등반은 최소한 3천 미터 이상인 산을 오르는 것을 말한다. 히말라야의 경우 4~5천 미터 정도에 위치한 베이스캠프까지를 트래킹(Tracking), 베이스캠프까지 필요한 물자를 옮기는 것을 카라반(Caravan), 베이스캠프를 기점으로 더 높은 목적지로 오르면 고산등반이라 할 수 있다. 네팔에서 6천 미터 이상 고산등반을 위해 입산허가 신청을 낸 사람이 2019년 한해 8천 명이 넘었다. 2019년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사람은 885명이다. 1인당 1억 원에 가까운 비용을 받고 에베레스트 정상까지 데려다주는 상업 등반대가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서 일반인들도 고산 트래킹을 많이 간다.


고산등반은 암벽, 빙벽, 설벽을 올라야 한다. 고산등반에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장비는 피켈(Pickel)이다. 앞뒤로 곡괭이와 도끼가 붙어있고 아래로는 꼬챙이가 결합돼 있는 T자 모양의 등정 기구다. 빙벽을 오르고 크레바스를 탐침하고 미끄러질 때 제동하는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한다. 자일이라고도 부르는 로프는 가볍고 튼튼한 나일론으로 된 제품을 사용한다. 가파른 빙벽을 오를 때는 갈고리 모양의 아이스 바일(Ice Beil)을 사용한다. 크램폰(Crampon)은 흔히 아이젠이라 불리는데, 벽이나 빙판, 눈이 쌓인 곳을 걸을 때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신발에 끼우는 스파이크다. 정상에 다가갈수록 강추위, 강풍, 눈보라, 눈사태에 맞서야 한다. 해발고도가 천 미터 오를 때마다 온도는 대략 6.5도 정도 떨어진다. 해발 4천 미터 이상에서는 자외선 강도가 지상의 3배 이상이기 때문에 고글을 벗으면 설원에 반사된 빛으로 각막에 화상을 입는 설맹이 발생할 수도 있다.


가장 참기 힘든 것은 산소부족이다. 해수면의 대기압은 1기압으로 1013헥토파스칼(hPa)인데, 해발고도가 8m씩 높아질 때마다 1헥토파스칼씩 떨어진다. 대기압은 해발 5천 미터에서 거의 절반, 해발 8천 미터에서는 3분의 1수준으로 떨어진다. 대기압이 떨어지면서 산소농도도 똑같이 낮아지므로 단 몇 발자국만 걸어도 전력질주를 하고 난 후처럼 가슴이 터질 것 갖고 숨이 막히는 고통을 느끼게 된다. 3천 미터 이상 오르면 고도 증가에 따라 고소 증세가 나타나면서 고산병(Acute Mountain Sickness)을 경험한다. 고산병은 인종과 나이, 체력에 무관하게 발생한다. 평소에 운동을 꾸준히 한 신체 건강한 젊은이라고 해서 체력이 약한 노인이나 여성보다 안전하지 않다. 고산병이 나타나는 이유는 고도 상승에 따른 대기압의 저하에 의한 저산소증에 의해서 비롯된다. 산소 밀도 감소로 호흡수가 증가하면서 이산화탄소가 과다하게 방출돼 혈액 pH가 증가해 저탄산혈증이 발생한다. 저산소증에 인해 폐동맥과 폐정맥의 수축이 일어나 모세혈관에서 액체가 빠져나와 폐 조직에 고여 폐부종이 발생하고, 폐 조직의 산소교환은 더욱 어려워져 호흡곤란을 일으킨다. 뇌에도 같은 현상이 일어나 뇌부종이 발생하는데, 사고가 흐려지고 때로는 마비되거나 혼수상태가 된다. 고산병 초기에는 두통, 식욕감퇴, 피로와 무력감, 현기증과 어지러움, 기침, 불면증, 기억력 감퇴, 구토, 걸음걸이의 평형 감 실조, 말초기관 부종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심할 경우 안면 창백, 심계항진, 호흡곤란 등을 일으킨다. 최악의 경우 폐부종에 의해 사망까지 할 수 있다. 고소 증세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천천히 걷고 물은 수시로 많이 마시며 하루에 1000 미터 이상 고도를 높이지 않는 고소 적응이 필요하다.


고산등반 초기에는 극지를 탐험할 때 사용하던 ‘극지법(極地法)’을 주로 사용했다. 베이스캠프를 설치한 뒤 순차적으로 캠프를 만들어가며 전진하는 방식이다. 동료대원들이 힘들게 루트를 개척하고 고정 자일을 설치하면, 짐과 식량을 올려 다음 캠프를 설치한다. 꼭대기까지 최대한 근접해 캠프를 설치한 후 그동안 힘을 아껴두었던 공격조가 정상을 도전한다. 1953년 극지법으로 영국의 에드먼드 힐러리가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랐다. 극지법을 통해 히말라야의 여러 고봉들이 차례로 정복됐다. 하지만 극지법은 엄청난 돈과 수십 명의 사람이 동원되고, 정상에 오른 후 각종 자일과 쓰레기를 남겨두고 내려오기 때문에 산을 망친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한다.


산악인들은 타인의 도움 없이 단독으로 오르는 알파인 스타일(Alpine Style) 등반을 더 높이 산다. 식량과 장비를 최소한으로 하여 직접 짊어지고 올라가 짧은 시간 안에 정상을 공략하고 내려오는 방식이다. 국제산악연맹은 알파일 스타일 등정으로 ‘셰르파 등 도우미를 두지 않는다.’, ‘사전 정찰을 하지 않는다.’, ‘고정 자일을 설치하지 않는다.’, ‘자일은 2동 이내로 제한한다.’, ‘산소 기구를 사용하지 않는다.’, ‘팀원은 6명을 넘지 않는다.’ 등 6가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14좌를 오른 이탈리아의 라인홀드 메스너는 14좌 모두 알파인 스타일로 무 산소 등정에 성공하여 전설적인 인물이다(사이언스타임즈, 202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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