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말하는 행복은 사실 그 의미가 명확하지 않다. 인간이 추구하는 삶은 통상 행복과 의미(또는 가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전자를 헤도닉(hedonic, 쾌락), 후자를 에우다이모닉(좋은 영혼, eudaimonic)이라고 불렀다. 그는 후자의 삶이 진정한 행복이라고 강조했다. 예컨대 봉사적인 삶 같은 것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가치는 ‘목적론적’ 인생관에 기반 한 행복이다. 그래서 또 다른 삶의 기준으로 ‘풍요로운 삶’이 제기된다. 풍요로운 삶이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변화를 가져오는 다채로운 경험’으로 가득 찬 삶을 말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학생시절 해외유학은 청소년기에 심리적 풍요를 경험하는 좋은 기회이다. 외국의 관습과 역사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고, 모국의 사회와 문화를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또한 새로이 시작하는 일과 학습, 창작활동 등도 그렇다. 꼭 유쾌한 경험만이 아니다. 불편한 경험이라도 경험을 하는 것 자체에 가치가 있다. 삶을 쾌락이나 가치에만 한정한다면 너무도 단순하다. 고산 트레킹 같은 힘든 경험도 하나의 풍요가 된다. 심지어는 실업이나 자연 재해 같은 경험도 그렇다. 코로나19와 그로인한 경제적 손실은 여러 가지 삶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만든다. ‘좋은’ 삶을 사는 사람은 여러 측면에서 다양한 삶을 영위하는 경향을 보인다. 즉 행복하면서도 목표가 뚜렷하고 자신을 변화시키는 경험으로 가득 찬 삶이다. 그러나 인간은 다양하다. 사람들을 성실성, 경험에 대한 개방성, 신경증, 외향성, 친화성이라는 5가지로 분류하여 그들의 삶을 보면 모두 달랐다. ‘경험에 대한 개방성’이 높은 사람들이 심리적 풍요의 삶을 영위할 가능성이 높다. 경험에 대한 개방성이란 상상력, 감수성, 유연성과 호기심이 강하고 틀에 얽매이지 않는 태도를 가진다. 행복은 외향성과 가장 강한 상관관계가 있으며,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하는 삶은 다양한 사람들에게 나타난다. 심리적 풍요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진보적이고 사회 변화에 긍정적이다. 반면 행복이나 의미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보수적인 편이다.
https://pubmed.ncbi.nlm.nih.gov/34383524/
실제로 9개국 3천 여 명에게 행복과 의미 그리고 다양한 경험 중 ‘한 가지만 고를 경우 어떤 삶을 택할 것인지’를 설문조사를 했다. 전체 1위는 당연하게도 행복이었다. 절반 이상이 행복한 삶(49.7%~69.9%)을 택했다. 그 다음은 의미 있는 삶(14.2%~38.5%)이 차지했다. 심리적 풍요를 선택한 사람은 일본 16%, 한국 16%, 인도 16%, 독일 17%에서 그 비율이 가장 높았고 싱가포르 7%로 비율이 가장 낮았다. 우리나라 사람은 행복을 선택한 비율이 69.9%로 가장 높고, 의미 있는 삶을 선택한 비율은 14.4%로 가장 낮았다. 지나치게 행복에만 집착하고 삶의 의미에는 적은 가치를 두는 편이다. 우리나라 사람의 85%는 행복과 의미를 추구하여 다채로운 삶에 관심이 적은 편이다.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abs/pii/S0092656619300649?via%3Dihub
경쟁이 치열하고 당장 생계를 유지하기도 힘든 경제상황이 사람들에게 다른 것을 생각할 겨를을 주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