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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비만과 건강하지 않은 날씬함


체질량지수(BMI)는 몸무게를 신장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가장 흔히 사용되는 비만의 기준은 대한비만학회에서 정한 체질량지수 25kg/㎡ 이상이다. 자신의 몸무게(kg)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예를 들어 173cm에 체중이 70kg이라면 체질량지수는 약 23.4kg/㎡이 되어 비만이 아니다. 그러나 74.8kg이 넘으면 비만이다. 중년이 넘으면 쉽지 않은 체중이다.

https://www.nejm.org/doi/full/10.1056/nejmoa1010679


그러나 비만과 건강은 일차함수가 아니다. 아시아인 약 110만 명을 대상으로 2005년부터 평균 9.2년 동안 비만과 사망 위험의 관련성을 추적 조사한 결과, 아시아인 중에서도 한국·중국·일본 사람은 체질량지수가 22.6~27.5일 때 사망할 위험이 가장 낮다. 173cm을 기준으로 67.7~82.3kg으로 범위가 넓다. 반면에 저체중에 해당하는 15 이하인 45kg이나 35 이상으로 105kg이상의 초고도 비만이면 사망 위험이 체질량지수가 22.6~27.5일 때보다 각각 2.8배, 1.5배 높았다. 비만이나 체질량지수만으로 건강과 수명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체질량지수는 체중과 신장만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체지방뿐만 아니라 근육도 포함된다. 따라서 운동선수처럼 근육이 많은 경우 체지방이 많지 않아도 비만으로 진단될 수 있다. 또한 근육이 부족하고 지방이 많은 사람의 비만을 적절히 측정하지 못한다. 근육질인 사람도 과체중이나 비만으로 분류될 수 있고 근육은 적고 지방은 많은 사람이 보통체중의 범위에 들어가기도 한다. 정상 체중의 대사성 비만은 근육이 적고 체지방이 많은 데다 피하지방보다 더 위험한 내장지방으로 쌓이는 유형의 비만이다. 정상 체중의 대사성 비만은 제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을 4.5~8.5배 높이고 대사적으로 건강한 비만보다도 심혈관질환과 대사질환 발생 위험이 크다.


또한 내장지방과 피하지방의 양을 고려하지 않는다. 대사질환이 전체 지방의 양보다 내장지방의 양에 더 밀접한 관계를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만을 측정하는 지표로 허리둘레를 많이 본다. 내장지방이 많을수록 허리둘레가 크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마다 복부 지방의 양이 같더라도 내장지방과 피하지방의 상대적인 비율이 꽤 차이가 난다. 복근(abdominal muscle layer)과 피부 사이에 피하지방(subcutaneous fat)이, 복근과 장(intestines) 사이에 내장지방(visceral fat)이 존재한다. 복부비만 정도가 비슷해도 개인에 따라 둘의 비율이 꽤 다를 수 있고 나이가 들수록 내장지방의 비율이 높아진다. 피하지방조직에 더 이상 지방을 둘 공간이 없으면 내장지방조직에 쌓인다. 내장지방은 간으로 직접 들어가 지방간을 유발하고 혈당조절을 방해한다. 또 염증 유발 신호물질을 다량 분비한다. 또한 복부비만인 사람의 84%가 대사적으로 건강하지 못하다는 연구도 있다. CT나 MRI를 찍으면 내장지방의 양을 정확하게 알 수 있지만 비싸고 번거롭다. 


따라서 대사적으로 건강한 비만(Metabolically Healthy Obese, MHO)고 감안해야 한다. 대사적으로 건강한 비만은 체질량지수로는 비만에 해당하지만 대사적 질병을 동반하지 않아 건강한 유형을 말한다. 따라서 비만으로 진단되더라도 심뇌혈관질환·당뇨병 등의 발생 위험이 높은 유형과 건강 위험에서 정상 체중인 사람과 큰 차이가 없는 유형이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체질량지수 25~27 사이의 약간 비만한 사람은 정상 체중인 사람과 비교해 건강 위험이 크지 않게 나올 수 있다. 고혈압과 당뇨병이 없고 복부비만이 없는 비만인은 심혈관질환 위험이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대사적으로 건강한 비만에 해당하더라도 체중 증가와 허리둘레 증가를 막고 식사·운동·금연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해야 건강 위험이 커지지 않을 수 있다.


비만에도 건강한 비만이 있다. 건강한 비만은 내장지방이 적으며, 인슐린 저항성 수치, 혈압, 심혈관 질환 발병 위험이 낮다. 안지오포이에틴-2(angiopoietin-2, Angpt2)라는 단백질이 피하지방 지방산전달인자를 조절하여 건강한 비만을 유도한다. 이 단백질은 건강한 비만 환자의 피하지방에서만 발현하는 분비 물질이다. 이 단백질은 혈관의 인테그린(Integrin) 수용체와 결합하여 지방산전달인자를 조절함으로써 혈중 지방산을 전달하여 지방세포로 축적시킨다. 이 기능이 저하되면 혈중 지방과다로 인해 간, 갈색지방, 근육 등에 지방이 축적되어 인슐린 저항성 등 대사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비만으로 이어지게 된다. 혈관내피세포에서 수용체를 활성화시켰더니 안지오포이에틴-2에 의한 지방산 전달이 크게 증가했다. 즉 이 수용체에 안지오포이에틴-2가 결합하여 지방산전달인자들을 조절함으로써 피하지방으로만 지방을 전달하고 축적시킨다. 이 단백질을 지방세포에서 비활성화 시킨 생쥐는 혈중 지방의 피하지방 축적이 감소하고, 간, 골격근, 갈색지방 등에 비정상적으로 축적되어 인슐린 기능과 신진대사에 이상이 생겼다. 혈관의 대사기능을 조절하여 피하지방에 선택적으로 혈중 지방이 축적될 수 있음을 밝혀냄으로써, 비만, 당뇨병 등 대사질환 치료에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비만 판정을 받으면 우선 허리둘레를 재야한다. 여기서 남성은 90cm 이상, 여성은 85cm  이상으로 복부비만에 해당하는지 확인하고 혈압과 혈당이 높은지 점검한 후 체중 관리에 들어가는 것이 좋겠다. 또한, 비만 측정에서 정상이더라도 허리둘레 측정으로 복부비만에 해당하면 혈압과 혈당이 높은지 확인한 후 체중 관리에 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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