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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문화 뇌의 쾌락 술과 담배의 기원


중국에서 기원전 7천 년 경에 맥주를 만들었다는 고고학적 증거가 나왔다. 중국 남부 차오터우의 유적에서 발굴된 도자기 그릇의 내용물을 분석한 결과이다. 그릇 안에서 맥주 발효에 이용된 곰팡이 등의 흔적이 발견되었다. 발견된 것은 오늘날 우리가 마시는 것과는 다르다. 맥주에 사용된 곰팡이류는 동남아에서 쌀을 이용해 술을 만들 때 이용하는 누룩곰팡이와 아주 유사하다. 쌀이나 곡물이 오래되면 곰팡이가 피고 더 달고 알코올 성분도 갖게 된다는 것을 알아냈을 것으로 보인다. 도자기류가 발견된 곳이 주거 흔적이 없는 무덤 인근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고대 맥주는 죽은 사람과 관련된 의식에서 사용됐을 가능성이 크다.


이스라엘 카르멜 산(Carmel Mountain)의 동굴에서 기원전 1만1천 년경 맥주 양조 흔적이 발견되었다. 이는 중국 북부에서 발견된 맥주 제조 흔적보다 4천년 이상 전의 것이다. 동굴에서 보리와 밀을 물에 넣어 발아시킨 뒤 말려 엿기름을 만들고, 이를 짓이겨 끓인 뒤 자연에서 효모로 발효하는 과정을 거쳐 맥주를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이런 양조과정을 따라 실험실에서 맥주를 제조했더니 동굴에서 발견된 것과 비슷한 녹말 알갱이가 생기는 것이 확인되었다. 곡물 재배가 빵이 아닌 맥주를 위해 시작됐을 가능성 있다는 증거이다. 1950년대에 고고학계는 맥주 제조가 본격적인 곡물 재배보다 먼저 시작되어 맥주 양조가 농경문화를 촉발했다는 주장을 하였다.


패트릭 맥거번(Patrick E. McGovern)도 자신의 저서『술의 세계사』(2016년 번역출간)에서 인류가 수렵채집사회에서 농경사회로 전환하게 된 것은 야생식물을 재배하여 식량으로 삼기위해서가 아니라 맥주를 만들기 위해서라는 가설을 내놓았다. 술을 만들기 위하여 농경이 시작되었다는 증거이지만 아직은 확실하지 않다. 앞으로의 연구를 기다려봐야겠다.


지금까지는 네바다 주에서 발굴된 기원전 약 1천300년 전 담뱃대에 남은 니코틴 흔적이 담배의 기원을 밝혀주는 가장 오래된 증거였다. 2021년 미국 유타 주 사막(Great Salt Lake Desert)의 선사시대 유적지에서 기원전 약 1만300년에 불에 탄 담배 씨앗이 발굴됐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발굴된 담배 씨앗은 사막에서 자라는 야생종(Nicotiana attenuata)으로 아직도 이 지역에서 자생하여 이 지역의 원주민들이 현재까지도 이용하고 있다. 발굴된 사막은 물이 말라버린 호수 바닥으로, 화덕이 이용된 빙하기 말기에는 거대한 습지였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62-021-01202-9


인간은 생존을 위하여 먹을 것을 찾아 배를 채웠지만 알코올과 니코틴이 뇌에 주는 쾌감에 먼저 취했던 것으로 보인다. 알코올은 인간뿐만 아니라 유인원 등 동물로 먹는 것으로 역사가 인간보다 훨씬 오래되었다. 다만 인간은 자연에서 만들어진 알코올로는 부족하여 직접 만들어 먹었다. 담배는 다른 동물에게는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인간 고유의 문화이다. 알코올과 니코틴이 뇌에 주는 쾌감은 인간문명에 깊이 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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