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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Nov 13. 2021

모르는 것을 아는 것 그리고 1세대 세계여행가 김찬삼


소크라테스적 아이러니(Socratic irony)는 널리 알려진 ‘무지의 지’이다. 무지의 지란 자신의 무지를 안다는 뜻이다(I know that I know nothing, I know one thing that I know nothing.). 무지의 지를 통해서 소크라테스는 모르면서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어리석음 비판했고, 아포리아(aporia)가 드러나는 것이 무엇인지를 말했으며, 인간인식의 한계를 인지하고 인간이 가져야 할 정직한 태도를 말해준다. 아포리아는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를 의미한다. 


플라톤의 저서『Menon』에는 소크라테스가 자신의 무지함을 아는 것이 진보이고, 그 아포리아를 통해 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문제점을 명확히 하려면 아포리아가 무엇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 소크라테스의 무지의 지는 쉽게 말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사실 안다고 생각하거나 전제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파헤쳐보면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있으며 근거가 없는 애매한 것이 많다는 것이다. 무지의 지는 우리 인간의 탐구에서 꼭 가져야 할 태도이다. 사람들이 아는 것 중 많은 것을 그 근원을 추적해보면 근거가 없거나 틀린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텍스트와 원전 등 근거를 찾아야하며 원전과 텍스트를 읽어야 한다.


여행은 소크라테스가 말한 무지의 지를 알 수 있는 가장 큰 경험이다. “세계는 한 권의 책이다.” 아우구스티누스의 말이다. 여행을 하지 않는 사람은 그 책의 한 부분만 읽는 것과 같다. 자기가 사는 동네만 안다. 필자는 관악산과 청계산이 둘러 싼 과천에 산다. 조금만 걸어가면 산으로 오를 수 있는 등산로 입구가 있어 종종 올라간다. 작은 봉우리에 올라서면 서울전경이 눈에 들어오고 내가 빌딩 숲속에 서 살고 있음을 반복해서 깨닫고 있어 관악산은 내게 갇혀서 살고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세계를 여행한 사람은 세계를 읽은 사람이다. 전 세계 사람들의 삶과 문화 그들의 종교와 사상을 읽어보지 못한 사람은 ‘플라톤의 동굴’에 갇혀 세상을 볼 수밖에 없다.     


김찬삼(1926~2003)씨는 1958년 세계 일주를 한 우리나라 1세대 세계여행가이다. 1950년 서울대를 졸업한 후 교사로 재직하다 미국으로 건너가 샌프란시스코 주립대학 대학원에서 지리학을 공부하고 경희대 지리학과 강사와 세종대 지리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14년간 세 번의 세계일주, 20여 차례의 해외여행으로 160여개 나라를 다녔다. 교사 시절 그는 “생생한 것을 보지 않고 어떻게 가르치겠느냐?”라며 대학 친구 세 명과 세계 일주를 약속했다. 방학이 되자 두 친구는 여건이 안 됐고 김 교수만 여행을 떠났다. 1958년 아르바이트로 해서 모은 돈 300달러를 들고 떠났다. 1950년대에 세계여행을 시도한다는 건 큰 모험이었다. 1960년 중남미와 아프리카를 여행하기 전에는 유서를 남기기도 했다. 미국에 있는 친구에게, 만일 자신이 잘못되면 시신 처리를 부탁하는 부탁과 부인에게 남기는 말이 담긴 유서였다. 김찬삼씨는 1993년 5명의 여행가와 1년간 해외여행을 떠났다. 그때 여행에서 기차에서 추락해서 머리를 다치는 사고를 당했다. 사고후유증으로 2년간 누워 있다가 세상을 떠났다. 그에 대한 이야기는 유투브에서 볼 수 있다(https://www.youtube.com/watch?v=_VZ7CsuW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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