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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Dec 07. 2021

유전자가위로 나의 정신을 편집한다면

인간의 장 안에는 엄청나게 많은 미생물이 산다. 한 때 인간의 세포는 100조 개이고 장내미생물이 1000조 개라는 주장이 있었지만 사실은 아니다. 40조 개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인간은 자연계의 생물들과만 공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몸 안에서도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산다. 게다가 장내미생물은 인간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과 질병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준다. 장내에 사는 미생물의 생태계가 불균형이 일어나면 자가 면역 질환과 당뇨병, 암, 심혈관 질환,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같은 육체적인 질병에도 영향을 줄뿐만 아니라 우울증 같은 정신적인 질병도 초래한다. 심지어는 장내미생물이 우리 뇌를 조정하여 우리의 정신마저 좌우한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장내미생물이 우리 인간과 공생관계인지 우리 인간을 구성하는 것인지 모호하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미토콘드리아는 아주 오래 전에 우리 몸에 들어와 우리 몸과 합체하여 우리와 하나가 되었다. 어떠면 장내미생물은 우리 몸을 구성하는 하나의 단위일 수 있다. 또한 장내 미생물은 인간이 느끼는 통증에도 영향을 준다. 위장 내 미생물 군집의 증감이 통증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별히 장내미생물은 인간이 느끼는 우울증과도 관련이 있다. 장내에 사는 어떤 장내미생물이 신경전달물질을 만들어내면서 우울증을 막아준다. 우리가 느끼는 우울증은 우리의 정신 또는 영혼이 느끼는 ‘정신적인’ 것이 아닐 수 있다는 뜻이다. 마음이 우울한 것이 아니라 장미생물이 내는 물질이 뇌를 좌우하는 것이다.


그래서 시중에 판매되는 장내미생물 건강보조식품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마음이 우울해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예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는 인체에 유익한 효과를 주는 비 독성, 비 병원성 미생물이고, 프리바이오틱스(prebiotics)는 이런 유익한 장내 미생물의 생장을 촉진하거나 활성화시키는 성분이다. 유익한 장내 미생물의 종류와 개체수를 늘려 주는 프로바이오틱스나 프리바이오틱스는 우울증이나 불안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


장내 미생물 군집의 균형을 회복시키는 방법은 많지 않다. 장내 미생물이 일으키는 식중독은 항생제로 치료할 수 있지만 유익한 미생물도 죽일 수 있다.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채취해 이식하는 기술이 새로운 치료법으로 주목받지만 한계가 있다. 그래서 장내미생물을 유전자편집 기술로 변형시켜 장내미생물을 군집을 변화시키는 방법이 모색되었다. 생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지만 생쥐의 장내 미생물 군집에 있는 박테리아 게놈의 유전자를 편집하는 데 성공했다. 2주 만에 이 박테리아는 전체 장내 미생물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https://www.cell.com/cell-reports/fulltext/S2211-1247(21)01403-0?_returnURL=https%3A%2F%2Flinkinghub.elsevier.com%2Fretrieve%2Fpii%2FS2211124721014030%3Fshowall%3Dtrue


장내 미생물의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하여 좋지 않은 장내미생물은 제거하고 유익한 균의 성장을 촉진하는 데 쓰일 수 있다. 이것이 가능해지만 우울증 같은 질병도 고칠 수 있고 우리의 기분과 정신건강도 좋아질 수 있다. 장내미생물이 그런 일을 하지만 인간이 장내미생물을 ‘조작했으니’ 우리 인간이 스스로 자기 정신을 통제한다고 보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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