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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Dec 22. 2021

한국사회 탈 진실과 확증편향의 뇌 과학적 이해


21세기는 탈 진실(post-truth)의 사회일까? 탈 진실이란 객관적 사실보다 주관적 신념과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현상이다. 우리나라 정치현실에서 극단적으로 나타난다. 진영논리와 이념논쟁은 그야말로 탈 진실이다. 유발 하라리의 말대로 인간은 ‘허구’를 만든다. 왜곡된 진실은 ‘집단 동조’나 ‘확증 편향’에 의하여 강화된다. 자신이 속한 집단을 일방적으로 지지하는 것이 집단동조이다. 새로운 사실이 분명하게 맞는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갖고 있는 생각이나 신념을 지키려는 방향으로 왜곡하는 것이 확증편향이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과 정당의 발언에 열광하고 진실여부에는 관심이 없다. 


정보의 국소 화(localization)라는 현상도 확증편향과 함께 한다. 2016년 자료에 의하면 미국 성인 중 60% 이상이 소셜미디어에서 뉴스를 확인하고, 그 가운데 70% 이상이 페이스북에서 확인한다. 자신의 견해와 일치하는 뉴스만 선택적으로 읽는다. 뉴스의 ‘사일로(silo) 화’이다. 자신과 다른 사람과 소통을 차단하고 선택적으로 정보를 수용한다. 탈 진실은 소셜미디어의 성장과 함께 증폭되었다.


오늘날 인문ㆍ사회과학에서 진리의 절대성은 인정되지 않는다. 사람마다 자신의 이념 및 세계관의 프리즘으로 현실을 이해한다. 나도 옳다는 극단적 다원주의가 팽배하는 것도 그 원인이다. 거짓과 진실의 논쟁이 아니라 거짓과 거짓의 이전투구가 오늘날의 자화상이다. 전 세계 38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뉴스 매체가 정치적 사안을 공정하게 보도하는지를 묻는 항목에서 우리나라는 응답자의 27%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그리스에 이어 뒤에서 두 번째를 차지했다. 거짓과 거짓의 싸움은 불신으로 이어졌다. 


탈 진실은 뇌 과학으로도 설명한다. 사람마다 사고의 유연성이 아주 다르다. 어떤 사람은 새로운 사실을 들으면 즉시 자신의 생각을 바꾼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확증편향 속에 갇혀있다. 그것은 뇌 안에 이미 ‘내장된’ 성향이다. 환경이 변화하거나 새로운 지식이 들어오면 우리는 기존에 알고 있는 생각이나 지식을 바꾸어야 한다. 자신의 잘못된 생각을 잘 바꾸는 사람을 사고방식이 유연하다고 부른다. 과학적으로 이 같은 능력을 ‘인지적 유연성(기억 수정)’이라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뇌 세포에서 일어나는지는 과거에는 밝혀지지 않았다. 2021년 우리나라 연구진에 의하여 밝혀졌다. 인간이 무언가를 기억하는 것은 뇌의 신경세포와 시냅스의 연결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해마에 있는 별세포가 여러 시냅스들을 동시에 조절하여 기억을 만들기도 하고 기억을 수정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 별 세포의 통합 조절 기능으로 기억 형성 시점부터 수정 가능한 유연한 기억이 만들어진다. 유연한 기억은 과거 기억을 할 때 사용되지 않았던 시냅스의 변화에 의하여 일어난다.

https://www.biologicalpsychiatryjournal.com/article/S0006-3223(21)01680-2/fulltext#relatedArticles


사고방식이 유연하지 않은 사람은 이러한 수정기능이 약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조현병이나 자폐증 또는 초기 치매에 걸린 사람은 인지적 유연성이 떨어진다. 별세포가 어떻게 사고의 유연성에 영향을 주는지를 밝혀내고 이를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면 경직된 생각을 가지고 있거나, 치매 등으로 생각의 유연성이 떨어지는 사람의 치료도 가능할 수 있다. 인간의 사고방식이나 행동이 자유의지로 발현되는 것만은 아니다. 유전적인 요인이나 뇌의 기능에 따라 사람들의 성향이 다르다. 물론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이지만 유전적으로 또는 뇌 과학적으로 심각한 오류가 있는 사람은 치료받아야 한다. 이런 점을 생각한다면 과학이 자유의지의 한 역할을 담당한다. 또한 인간을 이해하는 것은 인문사회과학적인 접근뿐만 아니라 자연과학적 지식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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