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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렁이와 노래기에 감사하다고 하시나요

이상고온으로 인한 기후 변화로 곤충, 노래기 같은 벌레가 급증하고 있다. 어떤 곳에서는 너무 많은 노래기 때문에 피해 걷기가 어려울 지경이었다. 기후변화로 인한 미래는 예측할 수 없지만 노래기 때문에 놀랄 일은 아니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자연이다. 아파트를 짓고 도로를 건설하여 ‘문명’을 이루며 살지만 여전히 자연계의 일부이다. 지구상 생명 전체의 반이 미생물이 차지한다. 미생물이 기생하며 사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미생물세계에 끼어 사는 곳이 지구이다. 지구에 생명이 살 수 있는 것은 태양으로부터 오는 에너지 때문이다. 장작이 없으면 불이 꺼지듯이 태양이 없는 생명은 사라진다. 식물은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에너지를 축적하는 1차 생산자이다. 식물을 먹고 사는 초식동물은 1차 소비자, 그것을 먹고사는 2차 소비자 육식동물, 그 모든 것을 먹고사는 동물과 인간은 3차 소비자이다. 모든 생명이 가진 공통적인 특성은 죽음이다. 역설이게도 생명은 죽음이 본질이다. 생명이 죽으면 ‘청소부’ 역할을 하는 분해자가 있다. 지렁이, 노래기, 곰팡이, 세균이 분해한다. 이들이 없으면 지구는 시체가 굴러다니는 끔직한 곳이다. 봄이 되면 한 송이 아름다운 꽃이 피는 것은 이 모든 것이 어우러짐을 의미한다. 청소부 중에는 징그러운 노래기와 지렁이도 있다.


노래기는 4억여 년 전 지구상에 처음 출현했고, 현재 1만 종 이상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습하고 어두운 곳에 사는 노래기는 지네와 유사하지만 다른 동물이다. 몸마디와 다리가 수십 개로 썩은 풀이나 나무속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 청소부답게 ‘시체’ 같은 악취를 풍긴다. 영국에서 거대한 노래기 화석이 발견됐다. 발견된 노래기 화석 중 가장 크다. 약 3억 2600만 년 전 번성한 거대 원시 노래기인 아르트로플레우라(Arthropleura)이다. 현존하는 노래기의 몸길이는 2~28㎝ 밖에 안 되지만 발견된 노래기는 최대 길이가 2.6m, 너비 55㎝. 무게가 약 50㎏에 달해 역대 최고의 무척추동물이다. 노래기가 이 정도까지 크게 자랐다는 것은 당시 매우 먹을 것이 풍부했다는 의미이다.

https://jgs.lyellcollection.org/content/early/2021/11/19/jgs2021-115


2006년에는 다리 414개이고 생식기가 4개인 노래기를 발견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세쿼이아 국립공원의 대리암 동굴인 란지 동굴에서 발견된 노래기이다. 이들 노래기가 포함된 계통은 전 세계에 분포한다. 약 2억 년 전에 지구에는 하나밖에 없었던 판게아 초 대륙이 쪼개지면서 세계로 퍼졌다. 덕분에 봄이 되면 아름다운 꽃이 피고, 자연은 살아있는 생명들이 사는 ‘아름다운’ 곳이 되었다. 지나가는 노래기를 보면 감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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