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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Jan 14. 2022

진화를 거꾸로 돌리는 동물 장기의 인간 이식


질병으로 장기가 망가진 사람은 이식수술이 최후의 방법이다. 말기 폐암 환자의 유일한 치료법도 폐 이식이지만 기증되는 장기는 부족하다. 기증자를 찾아도 환자에게 적합한 경우가 드물고, 빨리 손상되는 폐의 특성상 적출해도 80%가 이식이 불가능하다. 잘 맞는 인간의 장기를 이식해도 거부반응이 발생한다. 기증받은 폐에 기계를 연결해 산소와 체액을 인위적으로 공급하여 기능을 되살려고 하지만 소생 확률이 매우 낮다. 


인간에게 동물의 장기나 조직을 이식하거나 이식하는 이종 이식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종 이식이 가능한 것은 모든 생명이 동일한 기원을 가지고 진화했기 때문이다. 전혀 다른 기원과 진화의 역사를 가졌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종 장기이식’은 다른 종의 장기를 이식받는 기술이다. 이종장기이식은 19세기부터 시작되어 사람과 가장 닮은 동물인 ‘침팬지’가 처음 시도되었다. 1963년에 침팬지의 신장을 이식하여 몇 개월간 생명을 연장시키는데 성공했지만 이후 많은 시도에도 장기간 생존한 사람은 없었다. 가장 큰 문제는 ‘면역거부반응’으로 당연히 동종이식보다 훨씬 더 강하게 나타난다. 1983년 개코 원숭이의 심장이 아기에게 이식되었지만 20일 만에 숨졌다. 침팬지나 비비원숭이 같은 영장류의 유전자가 인간과 거의 일치하지만 크기가 인간에 적합하지 않고, 인수공통 전염병의 문제가 있었으며, 무균 사육도 어렵다. 영장류는 대부분 멸종 위기종이고 태어나는 새끼 수가 적을 뿐만 아니라 성장속도 인간만큼 느리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게 무균 돼지였다. 돼지 장기는 크기와 생리해부학적 소견이 인간의 것과 유사하다. 2000년대가 되어서야 바이오 기업들이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제거한 돼지를 만들어내서 연구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2015년 돼지 심장을 개코 원숭이에게 이식하여 3년 이상 생존했다. 돼지는 영장류보다 장기이식에 유리하다. 6개월 안에 인간에게 필요한 크기의 장기를 키워낼 수 있다. 돼지 심장판막의 이식은 일상화됐으며 돼지 췌장 세포를 이식하는 당뇨병 환자도 있다. 돼지 피부는 화상환자를 위한 임시 이식으로 이용된다. 


2020년 심각하게 손상된 사람의 폐를 돼지 순환계와 연결해 소생시키는 데 성공했다. 폐가 100% 회복된 것은 아니지만 정상 상태에 가깝게 회복되었다. 2021년 유전자 변형 돼지의 신장을 뇌사자에게 이식하는데 성공했다.


2022년 세계 최초로 유전자 변형 돼지로부터 심장 이식 수술을 받았다. 심장이식을 받을 수 없을 만큼 매우 위독한 상태여서 긴급하게 이루어진 수술이다. 이식된 심장은 유전자 변형 돼지에서 나온 것이다. 

https://www.nytimes.com/2022/01/10/health/heart-transplant-pig-bennett.html


7살짜리 바다사자가 2017년 해변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해조류가 분비하는 독성 물질에 뇌가 손상돼 뇌전증에 걸린 것으로 밝혀졌다. 뇌에서 기억과 학습을 담당하는 해마가 손상을 입고 크기가 줄었다. 이 바다사자가 돼지 뇌세포를 이식받아 치료됐다. 해마 왼쪽에 돼지 뇌세포 5만여 개를 주입했다. 뇌 손상이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더 이상 악화되지 않고 발작을 예방할 수는 있었다. 심장병 환자에게 돼지 심장을 이식하는 데 성공한 데 이어, 돼지 뇌세포도 사람에게 이식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인간에게도 적용하면 같은 치료를 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2017년에는 파킨슨병 환자에게 돼지 뇌세포를 이식했었다. 그러나 돼지 뇌세포는 다른 세포와 융합되지 못하고 죽었다. 뇌세포는 인간의 인지 기능과 연관돼 있어 이식에 대한 거부감이 더 심할 수 있어 어려운 일이다.

https://www.nationalgeographic.com/science/article/pig-brain-cells-may-have-cured-a-sea-lions-epilepsyare-humans-next


과학이 발달하면 인간의 의술은 진화를 점차 거꾸로 돌려놓을 기세이다. 단세포생명에서 인간으로 진화하였다. 거꾸로 인간은 유인원, 돼지의 장기를 이식하여 ‘인위적인’ 진화를 하고 있다. 어쩌면 점점 과거의 종과의 장기나 세포이식에 성공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인간 몸 안에 수십억 년의 진화의 역사가 공존할 수 있다. 물론 우리의 몸은 이미 수십억 년의 진화역사가 베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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