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의 남극을 하얗게 덮은 얼음(極冠, polar cap) 아래에 액체 상태의 물이 모인 호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성 궤도선이 얼음 층 1.5㎞ 아래서 밝게 반사되는 레이더 신호를 관측한 것이 단서이다. 화성 남극에 생명체가 살만 한 지하 호수가 있다는 주장은 2020년에 제기되었다. 발견한 지하 호수는 과거 거대한 습지의 흔적으로 보인다. 화성의 낮은 온도에서 액체 상태로 있으려면 아마도 소금물 상태일 것으로 보인다. 화성 지하 호수의 염도가 생명체가 살만 한 정도인지 알 수 없다. 화성과 비슷한 환경인 남극의 빙하 아래 호수에서도 미생물이 발견된다는 점에서 화성의 지하 호수에도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는 조건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어 왔다. 물이 얼지 않고 액체 상태를 유지하려면 염도가 아주 높고 강한 열을 발산하는 지역적 열원이 있어야 하는데 화성 남극은 그런 조건이 아니다.
2022년에는 암석이 물과 화학작용을 일으켜 형성된 점토에서도 비슷한 레이더 신호가 포착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황량한 평지에서도 유사한 레이더 이미지가 나타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호수가 아닌 화산암이라는 결론이다.
https://agupubs.onlinelibrary.wiley.com/doi/10.1029/2021GL096518
2020년에 화성의 남극에 물이 있다는 연구 결과는 오류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 그렇다면 과학은 믿을 수 없는 것인가.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과학이 진실로 가는지는 인간으로서는 알 수가 없다. 진실을 가려낼 객관적인 측정기가 없다. 과학은 첫 시도에서 완벽할 수는 없다. 아무도 가보지 못하고 원격으로 모든 것을 감지하는 장비에 의존해야 하는 행성 과학 분야에서 특히 더 그렇다. 과학의 가장 큰 힘은 반증가능성이다. 새로운 증거로 반증하는 힘이 과학이다. 반면 반증할 수 없는 주장은 과학이 아니다. 과학이란 바로 틀릴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