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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Jan 27. 2022

새끼 위해 바람피는 새, 사랑(?)위해 바람피우는 인간


일부일처로 살아가는 새는 새끼를 지키기 위하여 종종 바람을 피운다. 암컷과 수컷 힘만으로 천적을 막기 힘들 때 이를 극복하려고 바람을 피운다. 천적이 공격을 하면 암컷이 바람을 피운 수컷이 나서서 방어한다. 수컷은 바람을 피운 암컷이 자기 새끼를 낳은 것을 알고 있다. 이 수컷은 그 새끼에게 먹이도 준다. 위험에 빠진 둥지에 자기 핏줄이 없으면 나서지 않는다. 결국 수컷은 자신의 유전자를 더 많이 퍼뜨린 것이고, 암컷은 바람피운 ‘대가’로 새끼를 더 잘 보호한다. 새들은 새끼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한다.

https://www.pnas.org/content/119/5/e2112004119


일부일처제는 뇌와 관련이 있다. 북아메리카 중서부 대초원에서 서식하는 들쥐와 산에서 서식하는 들쥐는 ‘애정’ 생활에서 상반된다. 대초원에서 서식하는 들쥐는 일부일처를 유지하고 평생 한 파트너하고만 짝짓기를 하며, 새끼를 함께 돌본다. 반면 산에 사는 들지는 새끼를 낳아도 관심이 없으며, 다른 암컷에게 간다. 둘 다 유전자는 거의 동일하지만 뇌 속만 다르다. 일부일처제로 사는 수컷 들쥐에게 ‘바소프레신’ 호르몬을 차단하고, 암컷에게는 옥시토신을 차단했더니 수컷이 교미가 끝나자마자 떠났고 암컷도 수컷에 대한 흥미를 곧바로 잃었다. 난교를 하는 산에 서식하는 들쥐를 바소프레신 수용체와 옥시토신 수용 체의 양을 늘렸더니, 수컷 들쥐가 ‘자상한’ 수컷이 되었다. 암컷 한 마리와 그 새끼를 키우는 데 전념한다. 인간도 어떤 호르몬이 어떻게 기능하느냐에 따라 사랑의 성격도 달라진다.


남성은 바소프레신 수용 체에 아주 작은 변화만 있어도 결혼 생활의 문제나 이혼을 두 배나 많이 겪고 외도도 두 배나 많이 한다. `바람둥이‘ 유전자(DRD4)도 있다. 이 유전자 변이를 가진 사람들이 바람을 피울 확률이 2배 더 높다. 사람 중에 25%가 가지고 있다. 물론 이러한 유전자가 있다고 모두 불륜을 저지르지 않는다. 개인의 가치관, 사고, 도덕성 등도 영향을 준다.


미국의 신경정신분석학자인 루안 브리젠딘은 자신 저서『여자의 뇌, 여자의 발견』(리더스북)에서 “여자와 남자의 유전자 코드는 99% 이상이 같다. 그런데 나머지 1%가 신경계의 세포 하나하나에 영향을 미쳐 남자와 여자의 결정적 차이를 만들어낸다.”라고 주장한다. 보통 여자가 남자보다 감정을 더 잘 표현하고 미세한 정서를 가진 것은 여성의 뇌가 이러한 특성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부분이 더 많기 때문이다. 남자는 성적 충동과 관련된 뇌 공간이 여자에 비해 2배 이상 크다. 결혼을 하더라도 ‘최상의 유전자'를 구하려는 유전적 기제는 여자의 뇌에서 끊임없이 작동할 수 있다. 결국 불륜은 최상의 유전자를 가진 남자를 추구하려는 욕망일지도 모른다. 남자는 그냥 더 많은 유전자를 남기려는 유전적 기제일 수 있다. 물론 문화적 요인도 강력하게 작동할 것이다.


사람마다 일부일처 형 유전자의 비율과 일부다처 형 유전자의 비율이 다르다. 우리에게 남은 것은 선택이다. 본능과 성욕에만 충실하게 사는 것과 자율신경을 넘어 인간(가족)을 사랑하고 의미를 추구하는 삶을 사는 것. 본능과 욕구에 얽매어 자식을 버리고 ‘사랑’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새처럼 자식을 잘 키우는 ‘사랑’을 선택할 것인가. 사랑은 인간적인 평생의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일부다처 형 유전자를 강하게 갖고 태어난 사람은 굉장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인생풍파는 피할 수 없다. 여기에 자유의지의 인간이 존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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