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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Jan 30. 2022

체중을 500kg 뺀 사람과 식탐 호르몬

1978년 대학 가요제에서 가수 노사연씨는「돌고 돌아가는 길」로 금상을 받았다. 놀라운 가창력을 가진 노사연씨를 좋아한다. 식탐을 설명하기 위하여 이 책에 등장시키기는 죄송한 마음이지만 용서해 주실 거라고 확신한다. 방송국의 ‘맛 탐방’ 프로그램에서 식탐을 드러내는 모습에 웃음이 나온다. 옆자리의 박명수씨가 방금 나온 짜장 밥을  먹으려고 하자 노사연씨는 수저를 들고 먹으려다가 티격태격 한다. 그리고는 자신이 먹을 음식은 다른 사람 손이 닿지 않게 멀리 치운다. 식탐을 가진 사람을 식탐이 없는 사람은 이해하지 못한다. 식욕은 대체로 태어날 때부터 유전자와 뇌에 새겨져 있다. 


과다한 식욕이나 식탐으로 비만한 사람도 있지만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사람도 있다. 2012년 중국에서는 키가 1m 50cm인 15살의 샹스위라는 소녀는 아무리 먹어도 35kg 밖에 나가지 않았다. 하루에 8끼를 먹고 먹는 쌀만 5㎏ 이상이었다. 인간은 하나이지만 그 안에서 정말 다양하다. 35kg 밖에 나가지 않는 사람이 있는 반면 몸무게 600kg가 넘는 사람도 있었다. 체중이 609kg인 칼리드 모센 얄 샤에리라는 사우디아라비아 남자였다. 10여 년 동안 무려 500kg 넘게 살을 빼서 63kg까지 감량했다(2021년).


식탐이 강하게 하는 호르몬은 동물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식욕을 주체하지 못해 고도비만이 된 생쥐를 1950년에 발견하였다. 오랜 연구 끝에 1994년 관련 유전자를 발견했다. 이 유전자는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 역할을 하였고 렙틴(leptin)이라고 명명했다. 충분히 먹으면 렙틴이 분비되어 식욕이 억제된다. 생쥐만 렙틴이 있는 것이 아니고 인간도 렙틴을 가지고 있다. 렙틴과 관련된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는 사람은 끊임없는 식욕으로 인하여 비만에 시달린다.


렙틴을 발견한 후 렙틴으로 식욕을 조절하면 체중을 쉽게 조절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비만 환자는 렙틴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렙틴에 대한 저항성이 있어 체중이 불어났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렙틴 저항성을 줄일 수 있는 물질을 연구했다. 렙틴을 발견한지 거의 30년이 지난 2022년 렙틴 저항성을 해결할 수 있는 돌파구가 나왔다. 렙틴 저항성을 조절하는 물질을 우리 몸에서 발견하였다. 이 물질은 쥐에게 주입하면 체중을 25%나 감소된다. 이 물질이 부작용 없이 렙틴 저항성을 줄이고 체중도 조절할 수 있는지는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2255-021-00515-3#citeas


반면 식욕을 돋우는 호르몬은 그렐린(ghrelin)이다. 그렐린은 위에서 분비되며 ‘배고픔’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hunger hormone)이다. 렙틴과 그렐린 기능에 문제가 있으면 비만이 된다. 배불러도 숟가락을 놓지 못한다면 렙틴에 돌연변이가 있거나 그렐린이 과도하게 분비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사춘기에 반항심이 강하고 대책 없는 것도 호르몬 변화 때문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피해가기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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