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인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우리나라는 임종 시 육체적 고통을 줄이고 정신적으로 평안한 환경을 가장 잘 조성한 국가로 꼽힌다. 세계 81개국의 암 환자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위한 의료 시스템을 평가해 한국을 포함한 6개국이 최고 등급을 받았다. 영국, 아일랜드, 대만 순으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고 한국, 호주, 코스타리카가 같은 점수를 받으며 총 6개 국가가 A등급을 받았다.
죽기 좋은 나라이다.
그럼 살아서는 행복한 나라일까. 우리나라에서의 삶은 극한 경쟁의 연속이다. 입시전쟁, 성형수술, 명품사재기, 공무원 열풍과 취업 전쟁, 결혼 시장이라는 모든 것이 치열한 경쟁이다. 한국 여성의 5명 중 1명이 성형수술을 받았고 서울에 있는 20대 여성의 반이 수술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인의 외모에 대한 투자는 관상으로 알려진 고대 관습에 뿌리를 두고 있다. 1997년 IMF 금융위기로 기업이 노동자를 해고하는 것이 쉬워졌고 실업 위기를 초래하고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직장을 얻기 위해 성형수술에 투자가 늘어났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기업들은 외모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한국에서 성형수술이 많은 이유는 ‘성과’ 중심의 사회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이 연구는 성형수술이 일탈이 아니라 힘들게 자신의 외모를 가꾸는 일이며 살을 빼고 좋은 옷을 입고 화장을 하고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일상적인 행동의 하나라는 주장을 한다. 2018년 스탠퍼드 대학에서까지 이런 연구를 하여 발표한 자료이다.
경시 대회, 명문 대학, 슈퍼 모델, 대기업 임원, 고액 연봉, 슈퍼스타 케이 같은 것에 열광한다. ‘경쟁력’이란 말은 우리 사회에서 개인, 대학, 기업, 사회, 국가의 ‘궁극적’ 목표가 되었다. 즉 그것이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 되었다. 경쟁은 다른 사람보다 앞서야 하고 뛰어나야 한다는 상대적인 경쟁이다. 타인은 나의 경쟁자일 뿐이다. 비교가 존재하는 사회에서는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경쟁은 끝없이 이어진다. 이러다보니 누구도 믿지 않는 경쟁사회가 되었다. 지나친 생존 경쟁은 모두를 파괴적인 삶으로 몰아넣을 수 있고 사회가 해체될 수도 있다.
모든 것이 돈에 의해 지배되는 세상이 되면 될수록 인간적인 덕성은 점차 폄하되기에 이른다. 덕이 많거나 교양이 튼튼하거나 도덕성이 뛰어난 것은 인정받지 못하고 심지어 멸시의 대상이 되기까지 한다. 선한 행동이 오히려 비웃음을 사고, 청빈하고 강직한 사람이 존경은 고사하고 오히려 바보 취급을 당한다. 순수하게 학문이나 예술에 매진하는 사람들이 ‘세상물정 모르는 순진한 자들’로 매도당한다. 학문, 예술의 내용 그 자체는 뒷전이고 그것을 가지고서 어떻게 ‘부가가치’를 창출하느냐에 모든 관심이 쏠린다. 세상 모든 일이 ‘염불보다 잿밥’의 형국을 띠게 된다. 매관매직이 성행하고, 아무리 뛰어난 사람도 돈이 없으면 인정받지 못한다. 부자와 빈자가 점점 양극화되고, 그 사이에는 적대와 증오의 불길이 타오른다.
살기 힘든 나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