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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사병은 불평등 완화 코로나19는 불평등 강화

인류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전염병인 흑사병은 1347~1351년 맹위를 떨쳤다. 흑사병 이후 최상위 10%는 재산 15~20%를 잃었고 17세기 후반이 돼서야 흑사병 발병 이전 수준을 회복할 수 있었다. 흑사병의 창궐로 세습 재산이 파괴되면서 불평등 정도가 낮아졌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왔다.


코로나19 이후 저개발국가와 개발도상국의 경기 회복이 미약하여 국가 간 불평등이 2010년 초 수준으로 돌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2021년 1인당 국민소득이 선진국은 5% 증가한 반면 저소득국은 0.5% 늘어났다. 코로나19 사태로 선진국은 대규모 재정정책을 동원했지만 개발도상국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코로나19 이후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선진국의 기준 금리 인상은 부국과 빈국 간의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금리 인상으로 자금 조달 비용이 증가시킨다. 2022년 74개 최빈국가가 갚아 할 외채가 350억 달러로 2020년보다 45% 급증한 것으로 추정된다. 스리랑카, 가나, 엘살바도르, 튀니지 같은 국가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가 나온다.


세계 10대 부자의 재산이 2020~2021년 2년 사이에 7천억 달러에 서 1조5천억 달러로 2배 넘게 불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세계 인구 99%의 소득이 감소하고 1억6천만 명 이상이 빈곤층으로 전락했다. 새로운 억만장자가 26시간마다 한 명씩 늘어난 반면 빈곤을 원인으로 4초마다 한 명씩 목숨을 잃는 현실이다. 세계 500대 부자의 순자산은 2021년 한 해에만 1조 달러가 늘었다. 초저금리 정책으로 주가와 부동산 가격 상승했다. 우리나라도 코로나19 이후 취약 계층은 고통 받는 반명 부자는 늘어났다. 2020년 기준 100만 달러 이상의 순자산을 가진 한국인은 105만 명이다.


부유세를 걷어 불평등을 줄이자는 부자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 세계 102명의 부호로 구성된 백만장자들이 부유세 도입하자는 주장을 했다. 그러나 현실성이 없다는 것을 이들이 모를 리가 없다.


가혹하고 치명적인 전염병은 전 인류에 참혹한 죽음을 몰고 오는 동시에 불평등을 완화시켰다. 그러나 덜 가혹하고 덜 치명적인 전염병은 불평등을 강화시켰다. 바이러스는 인간의 역사를 바꾼 것이다. 인간의 역사에서 자연환경은 독립변수이고 인간 문명은 종속변수이다. 앞으로도 어떤 독립변수가 나타날지 예측은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완전하게 통제할 수는 없다. 우리의 운명의 한치 앞도 예측이 안 된다. 자유의지란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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