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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Feb 14. 2022

‘네버 코비드족’과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


병원균에 감염되었지만 증상이 없는 사례는 20세기 초에 발견되었다. 샤를 니콜(Charles Nicolle, 1866~1936)은 티푸스의 감염 경로를 규명한 공로로 192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샤를 니콜은 알 수 없는 병원체(후에 리케차라는 작은 박테리아로 밝혀짐)가 체외 기생충인 몸니를 중간 숙주로 해서 전염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병원체에 감염된 동물이 특별한 증상을 보이지 않더라도 전파력이 있음을 발견했다. 샤를 니콜은 1933년 발표한 논문에서 이를 불현 감염(Les infections inapparentes)이라고 불렀다. 오늘날에는 무증상 감염(subclinical infection)이라는 용어를 쓴다. 샤를 니콜은 병원체는 감염 병의 충분조건이 아니라 필요조건이라는 점을 발견했다. 


무증상 감염은 모든 병원체에서 관찰된다. 독감의 경우 전체 감염자의 3분의 1이 무증상이다. 무증상 감염자의 체액에는 바이러스 농도가 낮을 것이고 기침도 잘 안하여 전염력은 낮을 것이다. 그러나 무증상 감염자가 많으면 병원체가 옮을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모기가 매개하는 웨스트 나일바이러스(West Nile virus, WNV)는 치명적인 뇌염을 일으키며 치사율이 3~4%에 이른다. 치사율은 증상이 있는 환자 가운데 사망한 사람의 비율이다. 높은 치사율이지만 무증상 감염자의 비율이 70~80%에 이른다.


무증상 감염은 코로나19에도 분명하게 나타난다. 코로나19에 노출돼도 감염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 꽤 많다. 코로나19에 강한 면역력이 있는 사람을 ‘네버 코비드족(Never Covid cohort)’이라 부른다. 이 족에 속하는지 알고 싶지만, 이에 해당되는지 검사를 해주는 곳은 아직 알려진 사례는 없다. 지금까지 인간에게 질병을 일으킨 코로나 바이러스는 7종이며 이 중 4종이 계절성 감기이다. 코로나19와 감기 코로나의 ‘교차 면역’ 가능성은 이점에서 분명히 나타난다. 특정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확실히 내성을 갖고 있으며 감염되더라도 무증상에 그친다. 이와 관련된 핵심 유전인자는 백혈구 항원(HLA)이다. 특정 유형의 백혈구 항원을 가진 사람이 감기를 앓았을 경우 코로나19 면역 반응이 강하게 나타난다. 지금까지 확인된 코로나19에 강한 유전자는 ‘A24형’ 백혈구 항원이다. 이 항원을 보유한 사람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감염 세포를 파괴하는 ‘킬러 T세포’가 활발하다. 이 항원은 아시아인에게 더 흔한 유전인자여서 코로나19의 아시아 국가의 확진 사례가 적은 이유로 꼽힌다.

https://www.scienceopen.com/document?vid=2c62b87f-4fac-4be0-aa6b-15b27d5ded7a


유럽 사람들도 코로나19가 몸에 들어오더라도 감염되는 비율이 반밖에 되지 않는다. 설령 감염되더라도 증상이 미미하다. 영국에서 처음으로 사람에게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직접 주입하는 실험이 이루어졌다. 이중 절반가량은 전혀 감염되지 않았고, 나머지도 경미한 증상만 나타났다. 투입한 바이러스는 오미크론 변이가 아니라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영국에서 유행했던 독성이 강한 바이러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은 감염되고 중증치료를 받고 세상을 떠났다. 코로나19에 강한 유전자도 있지만 약한 유전자도 있다는 의미이다. 인간의 오랜 역사에서 수많은 병원균이 창궐했다. 그 병원균에 약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은 안타깝게도 도태되었다. 그것이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이다. 이번 코로나19도 ‘차가운’ 자연에 의한 선택이 있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자연뿐만 아니라 어느 무엇도 인간에게 관심이 없음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인간 스스로 문제를 풀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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