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근수 Apr 12. 2022

유전자와 뇌라는 지뢰밭

전 세계 과학자 200여명이 유럽과 북미지역 사람 10만 명 이상을 분석하여 뇌의 탄생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생애 자료가 나왔다. 인간의 뇌는 생후 약 4개월부터 3살까지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한다. 생후 약4개월에는 10%의 크기에서 3살이 되면 성인 뇌의 80%로 커진다. 뇌의 표면적은 11살이 되면 최대치가 되고, 대뇌 용적은 12.5살에 정점을 찍는다. 12세 전후면 머리는 다 큰다. 뇌 안의 가장 바깥쪽 부분인 피질의 두께는 1.7살에 가장 두껍다. 신경세포 부위인 회백질은 임신 중기부터 커지기 시작해 6살이 되기 전(5.9살)에 최고조에 이른 뒤 이후 서서히 줄어든다. 뉴런의 연결 부위인 백질의 부피는 임신 중기부터 유아기까지 급속히 커진 뒤 이후 증가 속도가 둔화되며 29세 직전(28.7세)에 정점을 찍는다. 뉴런의 연결이 지적 능력의 기반인 만큼 이 때부터 뇌기능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백질의 감소는 50살 이후 가속화한다. 이젠 인지능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잘못되면 치매가 온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2-04554-y#citeas


태아는 자궁 안에서 음향, 진동, 미각, 후각을 기억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원칙적으로 흡연과 음주, 의약품과 마약 복용뿐만 아니라 저급한 텔레비전 시청을 통해서도 아이들의 뇌에 해를 줄 수 있다. 적어도 다음 세대는 다시 책을 읽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임산부들은 좋은 책을 들어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에게 읽어 주어야 할 것이다.『탈무드』는 서기 200~600년경에 출생 전의 자극 계획을 언급하였다. 다만 연구결과에 의하면 자궁 안에서의 기억은 평생 가는 것이 아니라 고작 몇 주 지속될 뿐이다. 그래도 중요하다.


임신 기간과 생후 몇 년 동안 인간 뇌의 발달은 전반적으로 유전적인 요인에,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신경세포의 활동에 의해 결정된다. 또한 환경의 영향도 많이 받는다. 임산부가 규칙적으로 특정한 음악을 들으며 휴식을 취하면 얼마 후 태아가 이 음악이 들리는 즉시 반응한다. 출생 후에 이 아기는 같은 음악을 듣는 즉시 울음을 멈추고 눈을 뜬다. 태아 때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훗날의 언어발달 및 어머니와 아이의 유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신생아들은 그들의 어머니의 목소리를 선호하는데, 특히 어머니의 목소리를 변성시켜 과거 자궁에서처럼 들려주면 특히 더 좋아한다. 또한 신생아들은 어머니가 임신 중에 반복해서 큰 소리로 읽어주었던 이야기도 역시 알아듣는다. 아기들이 자궁 안에서 보여주는 멜로디에 대한 민감한 반응에서 왜 프랑스 아기들이 상승조로 울고 독일의 아기들은 하강조로 우는지에 대한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음조들은 각기 해당 언어의 멜로디에 상응하기 때문이다.


뉴런 연결과 관련된 백질의 크기는 29세 되어야 최대화된다. 청소년들은 전전두 피질이 아직 성숙하지 않았다. 사춘기가 되면 뇌하수체에서 성호르몬이 생산되기 시작한다. 성호르몬은 청소년의 뇌에 영향을 미쳐서 현저한 행동의 변화를 유발한다. 때로는 끔찍할 정도로 성가시고 유별난 행동변화를 야기한다.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고 대담하게 위험을 무릅쓰고 충동적인 행동을 하는 것은 독립을 하기 위한 준비에 속한다.


인간의 의식과 행동은 유전자에 의한 뇌의 발달 그리고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다. 이것은 결정론적인 요소가 강하다. 또한 인간은 태어나서 접한 환경의 영향도 강하게 받는다. 이것도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요인이 강하다. 이후 인간이 스스로 자신의 자유의지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은 학습이다. 사실 인간의 삶은 지뢰밭이다. 자신의 유전요인이나 뇌 기능이 어떤지 자신도 모르기 때문이다. 인간이 지뢰밭을 벗어나려면 정말 많은 학습과 훈련이 필요하다. 삶이란 모순이다. 언제 지뢰가 터져 중환자가 될지 누구도 모른다.

매거진의 이전글 치매와 음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