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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Apr 16. 2022

우울증은 뇌의 염증이 원인으로 음식과 운동으로 치료가능


2019년 우리나라에서 약 1만3000여명이 자살했고(한 해 사망자의 4~5%), 상당수는 경제적 이유나 우울증이 원인이었다. 자살자의 3분의 1 이상은 우울증 증상을 갖고도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다.


과거에는 우울증 같은 정신 질환은 의지가 부족한 인간이라는 낙인을 찍었다. 우울증이 뇌의 대사물질 분비와 관련된 질환이라는 것이 알려지기 시작한 건 1980년대이다. 우울증이 세로토닌(serotonin) 부족으로 인한 것이라는 모노아민(monoamine) 이론도 나왔다.


에드워드 불모어(Edward Bullmore)는 자신의 저서『염증에 걸린 마음』(2020년 번역출간)에서 사이토카인(cytokine)이라는 혈액 속 염증 단백질이 뇌로 신호를 보내 인간의 감정과 생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몸 안의 염증은 뇌가 작동하는 방식을 변화시켜 감정과 행동의 변화를 불러온다는 설명이다. 우울증이 심리적 문제와 살아온 환경에 의해 주로 형성된다는 기존의 심리학적 접근법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이다. 우울증 환자에게 염증이 많다는 연구는 많다. 암 수술이나 출산 이후 회복 과정에서 일부 환자들에게 우울증이나 공황장애와 같은 증상이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인간에게 나타나는 우울증 같은 정신적인 질병은 인간에게 있다는 ‘영혼’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다. 바로 뇌라는 물리적 실체의 문제라는 얘기이다. 그것은 운동을 해보면 즉시 알 수 있다. 운동이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이미 알려진 그리고 확립된 사실이다. 운동은 뇌의 혈류를 개선하고 염증을 낮추고 면역반응에 좋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적절한 운동은 우울증을 예방한다. 


2022년 약 20만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그것을 잘 보여준다. 일주일에 2.5시간 빠른 걸음 걷기 운동을 한 사람은 운동을 전혀 하지 않은 사람보다 우울증 위험이 25%나 줄어든다. 운동시간이 이보다 절반이라도 18%나 줄어든다. 그러나 운동시간이 2.5시간 이상 늘어나면 이러한 효과가 줄어드는 역효과가 난다. 이 연구는 기존연구를 종합 분석한 연구여서 그 원인은 밝히지 못했다. 우리의 정신이라는 것은 분명 물리적이고 육체적이다.

https://jamanetwork.com/journals/jamapsychiatry/fullarticle/2790780


그래서 먹는 것만 달라져도 우리의 정신은 달라진다. 식이요법과 우울증 사이에 명확한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 밝혀진 것은 당연하다. 염증 지수가 낮은 음식이나 건강한 식단을 자주 섭취할수록 우울증 발생률이 낮다. 염증지수가 낮다는 것은 염증을 일으킬만한 음식들, 즉 가공된 음식이나 포화지방, 설탕이 많은 음식을 피한 식습관이다. 전통적인 지중해식 식단이 대표적인 건강식이다. 지중해식 식단은 일반 서양식과 달리 육류는 적게 먹고 제철 채소가 메인요리이다.


전통적 지중해식 식단을 자주 섭취한 사람은 행복지수가 더 높고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스트레스가 있을 경우 건강한 지중해식 식단을 유지하라고 권유한다. 식단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우울증이 나아지는 효과가 나타난다. 인간의 정신은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 먹는 대로 달라진다. 특히 통 곡물, 콩류, 생선, 올리브오일, 견과류, 채소, 과일 등 각종 영양소가 균형 잡힌 식물성 위주의 식단이 좋고 가공식품이나 패스트푸드. 그리고 탄산음료는 특별하게 나쁘다. 많은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강조되는 식단은 식물성 위주의 저칼로리 고 영양 식단이다. 특히 비타민 B와 비타민 D, 마그네슘, 오메가-3 지방산은 우울증 등 정신건강에 필요하다. 오메가3지방산이 풍부한 식품을 섭취할 경우 기분이 50% 이상 좋아질 수 있다고 한다. 영양소적으로 균형 잡힌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은 정신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잘 먹고 운동하는 것은 당연히 몸이 좋아진다. 몸이 좋아지는 것이 곧 뇌가 좋아지는 것이고 정신이 달라지는 것이다. 우리의 정신은 우리가 만들 수 있다는 말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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