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은 선천적일까. 천재 부모의 자녀는 모두 천재일까. 물론 단 하나의 유전자가 인간의 지능을 설명할 수 없지만 그러한 유전자 덕분에 특별한 뇌와 지적 능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유전에 의하여 지능이 결정된다고 결론 내린다면 더 이상 이 책에서 쓸 것이 없다. 지능검사 결과가 나쁘면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살면 된다.
그러나 인간은 유전자에 의하여 결정된 단순한 ‘기계’가 아니다. 컴퓨터처럼 프로그램대로 기능하지도 않는다. 인간의 유전자와 뇌가 고정된 프로그램이라면 새로운 경험과 환경에 적응할 수도 없고 살아남기도 어렵다.
진화과정에서 살아남은 인간뿐만 아니라 생물들은 유전자들에 의해 결정되게끔 만들어지지 않았다. 유전자가 뇌를 만들지만 뇌는 유전자가 만든 대로 고정되어 있지 않다. 뇌는 환경에 적응하여 변화가 가능하도록 진화되었다. 인간의 뇌와 지능은 부모, 언어, 문화, 교육 등에 의하여 영향을 받아 ‘스스로’ 프로그래밍된다. 그래서 인간의 뇌와 지능은 유전적인 요인과 후천적 요인 모두의 영향을 받는다. 즉 인간에게 유전자가 중요하기는 해도 환경의 영향도 크다는 것 이다. 참고로 유전자 결정론은 생물학이나 유전학에는 없다. 생물학이나 유전학을 결정론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지능이 선천적인지 후천적인지는 다음 사례를 보면 명확하게 알 수 있다. 다음 표는 수만 명의 IQ 테스트 분석결과가 유전자와 환경의 영향을 어느 정도 보여 준다. 여기서 100%라 함은 완전히 같은 것이고 0은 둘 사이의 상관관계가 없음을 나타낸다.
놀라운 점은 입양하여 같은 집에서 생활한 아이들의 상관관계이다. 0%로 같은 가정환경은 지능에 전혀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것만 보면 지능은 완전하게 선천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 같은 환경에서 자라도 차이가 있었는데 떨어져 자랐을 때는 10% 정도 더 차이가 났다. 2022년 나온 한국인 일란성 쌍둥이 입양아의 사례를 보면 그것이 명확히 나타난다. 1974년 한국에서 태어나 두 살 때 이별을 하고 한국과 미국에서 각각 자란 일란성 쌍둥이의 지능과 가치관이 큰 차이가 있다는 연구이다. 미국에 입양되었다가 2020년 40대 중반이 되어서야 다시 만났다. 이들을 연구한 결과 지능지수가 16이나 차이가 났다. 다른 환경에서 자랐으니 가치관은 달랐다. 한국에서 자란 사람은 집단주의적 가치관이 강하고 미국에서 자란 사람은 개인주의적 가치관이 강했다. 그러나 다른 환경에서 자랐는데 성격이 비슷하고 정신적 측면에서도 유사하여 일란성 쌍둥이의 특성도 나타났다.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abs/pii/S0191886922001477
심지어 같은 사람도 테스트할 때마다 지능지수가 다르다. 같은 사람인데도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는데도 지능이 다른 것이다. 즉 환경적인 요인이 있다는 의미이다. 이란성 쌍둥이나 형제자매는 일란성인 경우보다 차이가 많다. 같은 부모의 형제자매도 지능차이가 많다. 같은 부모의 자녀가 떨어져 살면 10%의 차이가 난다. 이를 보면 분명히 환경적인 요인이 지능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많은 연구를 종합해보면 인간 지능의 반 정도는 유전되는 것이고, 나머지는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가정이라는 환경이 미치는 영향은 20% 이하이다. 나머지는 자궁 속 환경, 학교, 어울리는 친구와 같은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아이는 부모 유전자를 그대로 받는 것도 아니다. 아이는 아버지와 엄마의 유전자를 반씩 물려받지만 부모와 자식은 유전자가 같지 않다. 물려받은 유전자에 변이가 일어나기도 하고 유전자가 발현되는 것도 다르기 때문이다. ‘쟤는 누굴 닮아 저럴까?’ 부모들이 종종 하는 말이다. 부모와 너무나도 다른 자식의 모습을 보면 수긍이 되지 않아서이다.
외모는 붕어빵인데 자신과 너무도 다른 성격이나 지능을 가진 것을 보면 더욱 황당하다. 부모가 지능도 높고 공부도 잘했는데 자녀가 못한다고 탄식할 일이 아니다. 특히 배우자를 탓하면 더욱 안 된다. 유전자는 사람의 세포마다 약 2만5000개 정도 들어 있다. 이들 유전 정보가 반영되어 겉으로 드러나는 특성을 표현형이라고 한다. 유전 정보는 발현이 돼야 표현형으로 나타난다. 부모로부터 특정 유전자를 받았어도 아이에게선 그 유전 정보가 표현형으로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 또 유전자는 염기라고 불리는 단위 물질들이 일렬로 배열된 형태다. 유전자는 다양한 이유로 이들 염기의 배열 순서를 종종 변화시키는데, 이를 변이라고 한다. 미세하게 생기기도 하지만 큰 폭으로 생기기도 한다.
우리나라 사람 1094명의 전체 유전자를 분석한 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이 가진 유전자 변이의 3분의 1 이상이 개인별로 특이하다. 유전자 변이 가운데 개인이 남과 다르게 갖고 있는 독특한 변이가 34.5%로 나타난 것이다. 각각의 사람이 얼마나 ‘개별적인지’를 보여 준다. 부모의 유전자는 아이와 동일하지 않다. 유전자들의 상호 작용과 크고 작은 변이가 부모와 자식 간에도 차이를 만들어 낸다.
부모가 자녀에게 유전자를 물려줄 때에도 ‘우연’이 개입된다. 로또 복권 같은 행운의 여신이 인간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방대한 지능지수 검사 결과와 유전자 관련 자료를 분석한 2012년 연구 결과가 그것을 보여 준다. 아이 지능의 반 정도만 부모로부터 받는 유전적인 요인이다. 지능지수가 매우 낮은 아이들 중 정상적인 부모로부터 태어난 경우가 그 예이다.
IQ가 매우 낮다는 것은 지능지수가 70 미만을 말한다. 세계적으로 그 숫자가 1~3% 정도이다. 이들의 대부분 부모의 열성 유전자를 이어받아서 지능이 나쁜 것이 아니었다. 아이 유전자의 불규칙한 변이가 그 원인이었다. 그 변이는 누구도 알 수 없는 방향으로 발생한다. 사람은 모두 태어날 때 부모의 DNA에서 발견되지 않는 우발적인 DNA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이런 변화 중 대부분은 DNA에서 중요하지 않은 부위에서 일어나 거의 해를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간혹 인지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의 기능을 손상시킨다.
인간이 가진 지능은 결코 자신이 선택한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자랑꺼리도 아니고 그저 그 ‘행운’에 겸손해야 할 일이다. 또한, 아이가 머리가 좋거나 나쁘거나 자신 때문이라고 또는 자신 탓이라고 생각할 일도 아니다.
요약하면 이렇다. 아이는 부모와 같지 않다. 설령 부모의 유전자를 물려받더라도 유전적 영향은 태어나서 고정되는 것도 아니다. 또한, 환경에 의한 영향이 빠짐없이 쌓이는 것도 아니다.
또한, 인간은 오랜 진화의 누적된 결과이므로 예측할 수 없는 존재이다. 인간은 그렇게 간단한 존재가 아니다. 자기 자신도 자신을 모르는 것이 인간이다. 부모가 마음대로 아이를 무엇인가로 만들 수도 없다. 그것이 지능의 측면에서 보는 인간의 자유 의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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