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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Jul 09. 2022

생명의 기원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

“자비롭고 전능하신 하나님이 계획적으로 살아있는 애벌레의 체내에서 그것들을 먹고사는 기생곤충을 설계하여 창조하셨다는 것이나, 고양이가 쥐를 가지고 노는 것 등을 나는 이해할 수 없네.” 찰스 다윈이 한 말이다. 인간이 사는 지구상 생명계는 생명 간에 먹고 먹히는 세계이다. 인간도 생명을 먹지 않고는 살 수가 없다. 세상이 아름답다고 말하는 사람은 너무 피상적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다. 사실 생명의 기원도 ‘이해할 수 없네.’이다. 


지구상에서 생명은 무기물, 유기화합물, 고분자화합물 아미노산, 뉴클레오티드(nucleotide)로 전개되고 여러 개의 뉴클레오티드가 연결되어 RNA가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RNA는 두 가지 역할을 다한다. 즉 자기복제도 하고 복제를 위한 정보도 제공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이자 하드웨어인 셈이다. 유전형질을 가질 만큼 정확히 복제를 한 최초의 분자는 아마도 RNA로부터 왔을 것이다. 실제로 일부 바이러스는 DNA 대신에 RNA를 자신의 유전체(genome)의 기초로 삼는다. 이렇게 RNA가 두 가지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RNA가 최초의 생명체임을 암시하는 이론을 태동시켰다. 이러한 이론은 생명의 복잡한 신진대사(metabolism)의 시작 이전에 더 나아가 세포 이전에 유전자코드가 먼저 진화하였다고 말한다.


DNA는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 정보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DNA를 복제하려면 단백질 효소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DNA와 단백질이 둘 다 있어야 생명이 탄생하고 존재할 수가 있다. 그래서 생명의 기원이 DNA인지 단백질인지를 두고 오랫동안 논쟁이 벌어졌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딜레마의 생명의 기원 버전이다. 생명체의 기원은 단백질이 먼저 만들어졌다는 단백질우선론, RNA와 단백질이 동시에 만들어졌다는 동시론 등이 있었으나 RNA가 먼저 출현했다는 것이 유력하다. 


1980년대 초 RNA 자체가 단백질 효소의 도움 없이 RNA 가닥을 자르고 붙이는 반응을 촉매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DNA가 RNA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였다. 1986년 자기 복제 능력이 있는 RNA 가닥으로 이루어진 분자 생명체가 생명의 기원이라는 ‘RNA 세계 가설’이 나왔다. 월터 길버트(Walter Gilbert)는 RNA가 주창한 것이었다. 그는 DNA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방법을 개발하여 노벨 화학상을 탔다. 자신의 염기서열을 스스로 복제하는 RNA 분자가 최초의 생명체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RNA 세계가설은 RNA가 유전 정보(DNA의 기능)와 생화학 반응을 일으키는 촉매 기능(단백질의 기능)을 모두 가졌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RNA가 최초의 생명이며 DNA는 RNA가 진화하면서 생긴 물질이라는 관점이다. 생명의 기원으로서 효소 기능을 가지는 최초의 분자는 RNA로 추정되며 이로부터 단백질 효소가 진화된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RNA는 안정성이 떨어져 이중 나선을 형성하는 안정적인 DNA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됐다고 추정한다. 그러나 RNA 세계 가설은 RNA가 그 기능을 DNA와 단백질로 넘기는 과정이 명확하게 설명되지 못하고 있다. 유전 정보(염기 서열)는 DNA에게, 복제 반응 촉매 활성은 단백질에게 넘기고 RNA는 중간 단계를 매개하며 진화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 과정을 화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었다.


2022년 ‘RNA’ 세계와 ‘DNA-RNA-단백질’ 세계를 이어주는 실험에 성공했다. 운반 RNA와 리보솜 RNA에서 발견되는 일부 염기는 아미노산과 결합할 수 있다. 따라서 과거 운반 RNA와 리보솜 RNA가 아미노산을 이어주는 반응을 하여 진화하면서 리보솜에서 일어나는 ‘번역 과정’이 나온 것일 수 있다. 이것은 실험적으로 입증되었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2-04676-3


개별 RNA 뉴클레오티드에서 수십~수백 개의 뉴클레오티드로 이뤄진 RNA 가닥이 만들어질 수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2022년 또 다른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이것이 가능하다는 것이 실험적으로 입증되었다. 초기 지구에서 RNA 가닥이 만들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 연구이다. 

https://www.liebertpub.com/doi/10.1089/ast.2022.0027


RNA 세계 가설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물론 여전히 다른 주장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여기서 잠깐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2010년 과학자들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라는 문제에 답을 제시했다. 직접 증거를 찾아냈거나 과거로 돌아가 본 것은 물론 아니다.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증명한 것이다. 달걀 껍데기를 구성하는 데 특별한 단백질(ovocledidin-17, OC-17)이 필요하다. 달걀이 닭의 몸 안에 있어야 이 단백질이 만들어진다. 따라서 닭이 먼저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에도 사람들은 ‘긴가민가’ 논란이 일 것이다. ‘당신의 생각은 어떠한가?’요. 진화를 생각하면 필자도 닭에 동의한다. 과거 닭의 조상 중에 알 같은 것이 생겨난 변이가 발생하였고, 이들의 새끼들이 자연선택 되어 살아남은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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