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생물은 바다에서 태어나 육지로 진출했다. 그러나 일부 생물은 다시 육지에서 물로 진출했다. 고래, 물개, 수달, 하마 등의 포유류와 펭귄 등 조류 그리고 악어, 바다이구아나 등 파충류가 그렇다.
타조, 펭귄, 키위 등은 날지 못하는 새이다. 이 새들에게는 유전적으로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날개와 유사한 앞다리가 다른 각도로 축소되었으며 가슴뼈에서 비행 근육을 고정시키는 용골이 사라졌다. 이는 모든 종에 걸쳐 유사한 신체 변화를 초래한 수렴 진화의 결과물이라고 추정된다.
물에서 사는 동물의 골밀도가 육지에서 사는 동물보다 높다. 치밀한 뼈는 동물이 잠수할 때 부력 조절 작용을 한다. 고래나 펭귄처럼 물속에 완전히 잠겨 먹이를 사냥하는 동물의 뼈는 거의 완전하게 딱딱하지만 육지에 사는 동물의 뼈 조직은 도넛처럼 가운데가 뻥 뚫린 형태이다. 뼈 조직이 치밀해 무거우면 에너지를 덜 들이고 쉽게 잠수하도록 도와준다. 우리 인간이 잠수하려면 힘든 것은 이런 ‘사연’이 있다.
뒤뚱거리며 종종 걸음 치는 펭귄은 귀엽다. 펭귄은 앨버트로스와 같은 조상에서 갈라져 나온 새로 과거에는 하늘을 나는 바닷새였다. 펭귄은 6500만 년 이전에 날지 못하는 새로 진화되었다. 지금까지 확인된 최초의 펭귄은 6천100만 년 전 뉴질랜드에 서식하던 펭귄(‘Waimanu manneringi’)이다.
원래 펭귄이라 불린 새는 ‘큰바다쇠오리’로 원래 북극해와 북대서양에 살았지만 8세기부터 사냥되어 19세기에 사라졌다. 그 후 남극에 있는 비슷한 새를 펭귄으로 불렀지만 같은 종은 아니다. ‘이’ 펭귄은 총 18종으로 추정되고 모두 지구의 남반구에서 살고 있다. 14종은 남극대륙과 마주하고 있는 남아메리카, 남아프리카, 뉴질랜드와 오스트레일리아, 적도 부근에 있는 갈라파고스 제도에서도 서식하고 남극에만 사는 펭귄은 황제펭귄 뿐이다. 수컷의 수가 적어 수컷을 차지하기 위한 암컷의 경쟁이 치열하다. 암컷의 선택을 받은 수컷은 겨울에 새끼를 키우기 위해서 몇 달씩 굶고 수백㎞ 오간다. 펭귄은 짝짓기 시기가 오면 많은 암컷이 한 마리의 수컷을 두고 경쟁하는 지구에서 드문 동물 중 한 종이다. 새끼가 죽으면 다른 암컷 새끼를 도둑질 한다. 펭귄이 주로 사는 남극대륙은 추워서 병원균이 드물어 면역체계가 제대로 갖추어있지 않아 동물원에서 키우면 잘 죽는다.
펭귄은 17~22종인데 모두 같은 공통 조상에서 기원했다. 펭귄의 고향은 뉴질랜드이다. 가장 오래된 펭귄 화석은 6200만~6400만 년 전 뉴질랜드 지층에서 발견되었다. 원시 펭귄들은 초기부터 잠수와 수중비행을 했다. 이 펭귄은 멸종하였다. 4200만 년 전에는 펭귄이 남반구 모든 대륙으로 진출했다. 남극대륙이 다른 대륙들과 분리되던 시기이다. 해류가 변하면서 차가운 바닷물은 체온손실을 방지하도록 진화했다. 펭귄은 북반구에는 살지 않는다. 북반구로 진출하려면 적도를 통과해야 하는데, 한류에 적응한 동물이어서 갈 수 없다.
펭귄의 진화는 대륙의 이동과 함께 보아야 이해가 쉽다. 질랜디아(Zealandia)는 오세아니아 대륙 주변 바다에 담겨있는 대륙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질랜디아를 제8번째 대륙으로 본다. 약 6000만 년 전 바다 속으로 가라앉은 질랜디아의 크기는 한반도 면적의 약 22배로 알려져 있으며 대륙의 94%가 잠긴 것으로 추정됐다. 결과적으로 현재의 뉴질랜드가 여러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대부분 수중에 잠겨있는 대륙이라는 것이 일부 과학자들의 주장이다. 뉴질랜드는 수백만 년 동안 다양한 바닷새의 핫스팟이었다는 단서이다. 뉴질랜드는 대양으로 둘러싸여 있어 현재도 전 세계 바닷새를 끌어들이는 핫스팟을 형성하고 있다. 80종의 토종 바닷새 중 3분의 1 이상이 이곳에서만 발견된다. 그러나 뉴질랜드의 현 바닷새와 조상 뻘인 고대 새들을 연결하는 화석이 거의 없어 연구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펭귄의 조상이 대부분 ‘제8번째 대륙’이라 불리는 질랜디아(Zealandia)에 살았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뉴질랜드 북 섬에 위치한 타라나키 해안에서 발견된 고대 펭귄(정식명칭: Eudyptes atatu)의 화석을 분석한 연구결과이다. 이는 볏이 있는 현대 펭귄 일부 종의 조상이거나 공통의 조상을 공유하는 자매 종일 수 있다. 고대 펭귄은 오랜 시간 질랜디아에 살다가 가라앉자 남반구 곳곳으로 뿔뿔이 흩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5600~6000만 년 전 남반구에는 키가 1.7미터나 되는 펭귄(Kumimanu biceae)이 살았다. 중생대 바다를 장악한 거대 해양 파충류가 사라지자 거대 펭귄이 빠르게 진화해 그 생태학적 지위를 차지한 것이다. 2000만 년이 지난 후 북반구에도 이 펭귄과 닮은 바닷새(Plotopterid)가 있었다. 약 3700만 년 전 등장해 2500만 년 전 사라진 멸종 조류로 지금의 북미와 일본에서 화석이 발견된다. 몸집은 가장 큰 것은 몸길이가 2미터에 달한다. 이러한 거대 펭귄과 바닷새의 화석을 분석한 결과 매우 흡사한 형태와 생태학적 지위를 누렸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바닷새는 멸종한 거대 펭귄과 아주 닮은 꼴 생명체였다. 사냥하는 방법과 헤엄치는 기술, 그리고 먹이까지 두 거대 조류는 너무나 흡사했다. 하지만 바닷새는 펭귄과 전혀 다른 바닷새 무리인 가다랭이잡이목(Suliformes)에 속한다. 거대 펭귄과 바닷새는 수렴진화(Convergent evolution)의 사례 중 하나다.
약 2190만 년 전 기온이 온화한 뉴질랜드와 호주 일대에서 펭귄이 처음 출현했다. 펭귄이 뉴질랜드와 호주 해안에서 남극으로 서식지를 확대한 것은 기후변화와 풍부한 먹이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1160만 년 전경 황제펭귄 같은 일부 펭귄 종들은 점차 높아지는 수온을 피해 추운 지역인 남극으로 이주했다. 펭귄들이 서식지를 이동하면서 혈관과 산소 대사의 능력을 키워 심혈관 기관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하여 차가운 물에 살면서 체온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는 펭귄이 평균수온 10 내외의 호주와 뉴질랜드 바다, 25도 내외의 갈라파고스 섬, 혹한의 남극바다 등 다양한 지역에서 서식할 수 있게 된 진화과정을 보여준다. 펭귄이 사는 지역은 천적들이 거의 없어서 날지 않는 방향으로 진화를 했을 수 있다. 아니면 바다에서 먹이를 찾는데 적합하도록 날개가 진화했을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어느 주장이 맞는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
펭귄은 바다오리처럼 잠수 기술을 갖고 수중 사냥에 적응하면서 날지 못한다. 지구의 기후 및 해류 변화가 펭귄 진화의 주요 동력이었다. 펭귄이 수중 사냥에 적응하면서 물속에서 먹잇감을 잘 볼 수 있도록 녹색과 적색 색각은 둔화된 대신 청색에는 더 예민하게 유전자 변이가 이루어졌다. 짠 맛과 신 맛을 감지하는 유전자는 활성화 돼있지만 쓴 맛과 단 맛을 느끼는 유전자는 활성화되지 않았다. 찬 바닷물에서 물고기나 새우, 오징어 등의 먹잇감을 잡아먹는데 적응한 것으로 추정된다. 펭귄은 날개 뼈가 지느러미로 변하고, 뼛속의 공극도 줄어들고 뼈의 두께가 두꺼워지고 근육도 더 많은 산소를 저장할 수 있게 진화했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22-31508-9#citeas
펭귄은 적도 이북에 서식하는 갈라파고스펭귄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남반구에서 서식해 왔다. 기온이 오르면 극지 쪽으로, 기온이 내려가면 북쪽으로 확장하며 개체수도 변동했다. 지금 같이 온난화가 지속되어 극지방 날씨가 온난화되어 지상에 먹이가 풍부해진다면 다시 육지에서 날아다니는 새가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북극과 남극을 중심으로 인간이 도시를 이루어 살지도 모른다.
추운 겨울에 개가 발이 문제가 없는 것은 열 교환 구조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남극에서 알을 품는 황제펭귄이나 겨울철새의 발도 마찬가지이다. 차가운 온도와 접하는 부분은 온도를 낮게 유지한다. 그 부분이 아가미이다. 열이 아가미를 통해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몸에서 아가미로 향하는 혈관과 아가미에서 몸 안으로 향하는 혈관이 반대 방향으로 빽빽하게 다발을 이뤄 배치되고, 그 밖을 지방층으로 단열하는 구조이다. 차고 산소가 풍부한 피는 아가미로 향하는 덥고 산소가 적은 혈관에서 열을 얻은 뒤 몸 안으로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