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개봉된 영화 ‘라이언 킹’에서 기린과 코뿔소 같은 동물이 새끼사자를 알현하러 가는 장면이 나온다. 현실이 아닌 허구이다. 현실에서 기린이나 멧돼지는 표범이나 사자 같은 육식동물의 먹이이다. 이들은 포식자들에게 붙잡혀 처절한 비명을 내지르며 생의 마지막을 맞는다. 목덜미를 포식자에게 물린 초식동물은 끝까지 저항을 하며 발버둥 치다가 죽어간다. 먹고 먹히는 자연에는 배려 같은 것은 없다. 내가 못 먹으면 내가 살수가 없다.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의 드라마가 끝없이 이어지면서 생명의 바퀴는 끊임없이 굴러간다.
이렇게 먹고 먹히는 생명의 세계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그것은 수억 년 전으로 소급된다. 좌우 대칭형 양향동물(Bilateria)과 말미잘 같은 자포동물(Cnidaria)은 약 6억 년 전 공통조상에서 분화됐다. 공통조상이 누구인지는 모르겠다. 양향동물은 머리에서 꼬리까지 축을 가지고 있고, 대부분 좌우 대칭이며, 모든 동물이 해당된다. 인간도 여기에 포함된다. 인간도 좌우대칭형의 동물이다. 이러한 대칭구조는 캄브리아기에도 이미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동물의 대칭구조와 관련된 유전자(Hox)가 말미잘(Nematostella vectensis)의 대칭 형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 유전자는 양향동물과 자포동물이 공통의 조상으로부터 분리되기 이전부터 존재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고대 동물은 우리 인간에게도 존재하는 똑같은 유형의 유전자에 의해 조절되는 복잡한 생물학적 특성을 가지고 있었지만 단지 그 유전자들은 다른 방식으로 사용된 것이다.
자포동물은 산호, 해파리, 말미잘 등을 말한다. 독침 세포(자포)를 이용해 먹이를 사냥한다. 생명계에서 먹고 먹히는 생존방식이 이 때부터 있었음을 의미한다. 수억 년이 지난 지구상의 동물들은 서로 먹고 먹히는 세계에서 살고 있다. 그것은 진화의 결과이다. 진화의 방향은 자기마음대로이지만 그 결과는 잔혹하다. 자연에서 동물들은 서로 먹고 먹히는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잔인한 사냥을 누구도 비난하지 못한다. 먹지 못하면 죽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세계는 다르다. 수많은 가축을 ‘잔인한’ 방식으로 키우며 매년 엄청나게 많은 동물을 먹어치운다. 그 잔인함에 ‘비건’이 반발적으로 나타났다. 때로는 세계가 창조되었다는 믿음과 아름다운 자연이라는 말이 너무도 ‘끔찍한’ 소리로 들린다.
잔인하게 잡아먹는 육식동물의 조상들의 화석이 발견되었다. 영국 중남부 레스터셔의 찬우드 숲에서 화석으로 발견된 5억6000만 년 된 생물은 오늘날 해파리 등이 속한 동물계 자포동물문의 선조일 가능성이 크다. 이는 동물계의 포식에 관한 기존의 증거보다 약 2000만 년 앞선 것일 뿐만 아니라, 진정한 골격을 지닌 생명체의 첫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현생 생물과 비슷한 모습의 생물이 캄브리아기 이전에도 살았다는 확실한 증거이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59-022-01807-x
지구상의 삶을 잔인하게 만든 조상을 우리 인간은 학문으로 연구하고 있다. 육식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