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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입은 닫고 듣고 웃고 사랑하여야

나이가 들면 입은 닫고 듣고 웃고 사랑하여야


나이가 들면 건망증이 나타나고 점점 심해진다. 우산을 놓고 오는 것은 일찌감치 시작되고 자기가 했던 이야기를 까먹고 반복적으로 하는 일이 점점 자주 발생한다. 자녀나 지인에게 같은 말을 반복하여 피곤하게 만든다. 나이가 많아지면서 이렇게 감퇴되는 지능을 유동 지능(fluid intelligence)이라고 한다. 유동 지능은 타고난 능력으로 경험이나 학습과는 상관없이 각 개인별로 이미 갖고 있는 지능이다. 유동 지능은 수리능력, 기억력, 직감력 등이 해당된다. 


나이가 들면 IQ도 낮아진다. 평균적으로 18~19세에 생각을 가장 빠르게 하고, 단기기억력이 가장 좋을 때는 25세, 사람들의 감정 상태를 잘 파악하는 능력은 40~50대에 가장 좋다. 더 나이가 들면 전반적인 지식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그리고 사물을 이해하는 결정 지능(Crystalized intelligence)은 60~70대가되기까지 절정인 시간이 따로 없었다. 뇌 인지기능은 나이에 따라 어떤 면은 감소하지만, 다른 면에서는 향상될 수 있다는 뜻이다. 나이가 많아지면서 온화해지고 사물을 폭넓은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 그러나 일부 나이든 사람은 반대성향이 나타나기도 한다. 고집이 늘고 폭력적으로 바뀌는 사람도 있다. 잘 늙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다.


바둑기사 이세돌과 이창호는 20대가 최전성기였다. 아인슈타인은 1905년 약관 26세의 나이로 상대성 이론 등 세계 과학을 바꾼 논문 5편을 잇달아 발표했다. 연구에 의하면 과학자의 경우에는 전성기의 나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가 없고 전성기가 지속되는 시기는 평균 3.7년으로 개인별로 전성기가 찾아오는 나이가 다양하다.  반면 김형석 전 연세대학교 교수님은 60세가 되어서야 철이 들었고, 자신의 인생에서 최고 전성기는 60세부터 75세 사이였다고 밝혔다. 김형석 교수님은 1920년에 태어났다. 1985년 연세대학교를 퇴직 이후 강연과 집필 활동으로 인생 이모작을 일궈 왔다. 100세가 넘게 사시다보니 재미있는 일화도 있다. 101세 되던 해에 비행기를 탑승하는데 공항직원이 컴퓨터를 두들겨 보고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물었다. 백한 살이라고 답했다. “컴퓨터에는 한 살로 되어 있다.”며 웃는다. 그 컴퓨터에는 세 자리 숫자인 100이 입력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든다고 노화가 나쁜 방향으로만 나타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인간의 인지 능력(뇌의 정보 처리 속도)은 30세 전후에 정점을 찍고 그 후로는 환갑이 될 때까지는 그대로 유지된다. 20~30대 이후 생각과 동작이 느려진 것은 결정을 내리는 데 더 신중해질 뿐이지 뇌가 느려진 것은 아니다. 60세가 되면 실수도 가장 적게 한다. 60세 전후에 친구들을 만나보면 다들 둥글둥글 해졌음을 느낄 수 있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다. 


2022년에 재밌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65세 이상 노인들을 상대로 뇌에 며칠 동안 약한 전기 자극만을 준 후 한 달 가까이 기억력이 좋아졌다. 고주파 전류로 배외측 전전두엽 피질을 자극했더니 장기 기억 능력이 좋아졌고, 저주파 전류로 뇌의 뒤쪽에 있는 하두정엽을 자극했더니 단기기억(작업 기억력)이 좋아졌다. 인지 능력이 낮은 사람일수록 기억력 향상 효과가 컸다. 과학이 발달하면 뇌의 노화도 언젠가는 치료가 가능하다는 희망이 보인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3-022-01132-3#citeas


인간의 인식과 생각은 뇌에서 전기로 처리된 결과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간접적으로 뇌의 전기를 활성화할 수 있다. 끊임없이 새로운 책을 읽고 공부하고, 여행을 하고 친구를 만나고, 새로운 운동을 하면 뇌에 ‘전기’ 활성도가 높아져서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 그래야 꼰대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환갑을 지나면 단기 기억력이 떨어지고 새로운 지식이나 정보를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래서 젊은이들이 한심해 보이고 잔소리도 많이 한다. 환갑을 지나면 입에 힘을 주고 꾹 다고 다녀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마음을 열어 보고 듣고 읽고 경험하고 노력하여야 한다. 젊은이들이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끊임없이 이해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나이가 든다고 모든 인지능력이 저하되지는 않는다. 나이가 들면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을 잘 못하지만 의미가 있는 새로운 정보에 주의를 기울이는 능력은 좋아진다. 또한 현재 주어진 상황에서 중요한 것에만 집중하는 능력은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좋아진다. 쉬운 말로 세상을 보는 혜안과 판단능력이 좋아진다. 따라서 입을 꽉 닫고 야무지게 들어야 한다. 열 번 듣고 한 번 말해야 한다. 그리고 웃어야 한다. 못생겨진 얼굴 둑은 표정을 지면 추해진다. 그리고 화내지 말고 자녀, 청소년 그리고 사람들을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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