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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은 포도를 안주로 하시랍니다


술은 적당히 먹어도 건강에 좋지 않지만 와인은 적당량 먹으면 좋다는 연구는 많다. 적당한 알코올이 건강에 좋기 때문은 아니다. 포도에 많은 항산화물질 때문이다. 포도 속 항산화물질은 ‘불행하게도’ 포도의 껍질과 씨에 많이 들어있다. 우리나라처럼 농약을 많이 쓰는 재배에서는 껍질을 먹기에는 찝찝하다. 깨끗하게 세척한 포도라면 껍질째 그대로 씹어 먹는 것이 가장 좋다. 포도에는 유익한 미생물을 증가시키고, 나쁜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성분이 많으며, 또한 염증 완화작용으로 심장질환이나 암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물질이 풍부하다. 이 물질들이 바로 항산화제이다.


포도를 꾸준히 먹으면 나쁜 콜레스테롤이 줄어들고 암과 치매도 예방하고 수명도 최대 5년까지 늘어날 수 있다. 

https://www.mdpi.com/2076-3921/11/2/414


포도 속 항산화제가 노화를 지연시키고 수명을 늘리기 때문이다. 포도의 폴리페놀 성분(PCC1)은 노화된 세포를 제거하고 건강한 세포만 남겨둔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포도껍질에서 추출한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은 손상된 폐의 특정 유전자를 회복하는데 도움을 준다.



포도하면 떠오르는 시에는 이육사의 ‘청포도’가 있다. 이육사는 퇴계 이황의 14대손으로 그가 자란 마을 주변에 퇴계종택도 있고 도산서원도 있다. 이육사의 고향인 도산면에 커다란 포도밭은 없었고 마을마다 포도나무 몇 그루가 있었다. 우리나라 어디에나 그랬다. 내가 살았던 충청북도나 강원도에도 봄에는 언제나 포도는 청색이었다. 이육사가 본 포도가 청포도였는지 아니면 아직 익지 않는 포도였는지는 알 수 없다. 이육사의 ‘청포도’가 독립을 기원하는 시라고도 보지만 손님은 기다리는 시일 수도 있다. 반가운 손님이 오면 이 시를 읽으며 술 한 잔을 한다면 낭만적일 것이다. 그러나 과음은 금물.


적당한 음주가 뇌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과학자마다 다르다. 소량의 음주가 건강에 좋다는 속설과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결과도 있다. 한두 잔의 술이 건강에 좋다는 연구 결과는 많이 나왔다. 반면 소량의 알코올도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거나 별다른 이득이 없다는 연구도 속속 나온다. 약간의 알코올 섭취가 심혈관 건강에 좋다는 주장은 의문이며, 과대평가되었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소량의 알코올은 심장에 좋을 수는 있지만 잠재적 위험도 있다는 주장이다.


2022년 매일 마시는 맥주 500㏄한 잔도 뇌 건강에 좋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적당한 음주라고 불리는 소량의 알코올 섭취도 뇌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이 대규모 데이터 분석을 통해 나온 것이다. 또한 연령, 신장, 성별, 흡연 여부, 사회 경제적 지위, 유전 등도 감안한 연구로 신뢰성이 있는 연구이다. 50세의 경우 하루 평균 맥주 250~500cc 소주로는 1.5~3잔정도 음주를 하면 약 2년, 맥주 500~750cc, 소주로는 3~6잔 마시면 3년 반의 뇌 노화와 맞먹는 효과가 나타났다.


와인이 심장병과 건강에 좋다고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여기서 포도가 좋다는 것인지 알코올이 좋다는 것인지 사람들은 잘 모른다. 와인이 심장병 예방에 좋은 것은 알코올 때문이 아니라 포도 성분 덕분이다. 1주일에 와인 11잔을 마시는 사람은 술을 아예 마시지 않거나 폭음을 하는 사람보다 관상동맥질환 위험이 40% 작다. 1주일에 샴페인 5잔이나 레드와인 8~11잔을 마시는 사람은 혈액공급에 이상이 생기는 허혈성 심장질환 위험도 작다. 무알코올 와인을 마신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포도는 폴리페놀이라는 항산화물질을 많이 갖고 있다. 폴리페놀은 심장 내막 기능을 강화하고 몸에 좋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증가시킨다고 알려졌다. 맥주나 사과주, 증류주를 적당량 마신 사람들은 오히려 심장병 위험이 10% 증가했다. 어떤 술이든 알코올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을 반박하는 연구결과이다. 적절한 음주가 심장병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는 잘못된 비교 때문일 수 있다. 건강 문제로 술을 끊은 사람을 비 음주 집단에 포함시켜 술의 건강 효과가 실제보다 높게 나왔을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 사실 잘못 알려진 진실이 숨어있다. 레드와인의 건강 효과는 와인에 든 항산화성분인 폴리페놀(polyphenol)인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하지만 건강에 기여하기엔 그 양이 너무 적다. 생쥐에게 한 번에 와인 100병에 해당하는 양의 폴리페놀을 제공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건강 효과이다. 사람은 쥐보다 훨씬 덩치가 크므로 1000병을 마셔야 한다. 건강하려다가 사망할 양이다.


한두 잔의 술이 건강에 좋다는 연구 결과는 데이터 분석에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술을 조금 마신 사람은 알고 보니 그들의 ‘생활습관’ 때문에 건강했다. 가벼운 음주를 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규칙적인 생활’을 했기 때문이었다. 적절한 음주를 하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규칙적인 운동을 하고 채소도 더 많이 섭취했으며, 담배도 거의 피우지 않았다. 적당한 술이 미친 영향은 오히려 반대였다. 기타 요인들을 배제하고 분석한 결과 술을 많이 마실수록 심장 질환 위험이 눈에 띄게 높아진다. 과거 연구들과 달리 소량의 술도 심장 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쯤에서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한다. 술을 적당히 즐기고 몇 년 더 뇌가 늙거나 심장이 나빠질 것인지 뇌와 심장의 ‘청춘’을 위하여 금욕을 할 것인지를. 여기서 선택의 여지는 있다. 와인을 적당히 먹는 것이 최선으로 보인다. 명심할 것은 와인이 좋은 것은 알코올이 아니라 포동 성분 때문이다. 또 하나는 적당량을 지켜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와인 먹고 건강해지려면 포도를 넣어서 먹는 것이 훨씬 좋다. 아니면 와인을 먹으면서 안주로 포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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