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진화과정은 유인원이 오스트랄로피테쿠스라는 원인(猿人)으로 진화했고, 이후 네안데르탈인 등을 거쳐 현생인류 호모 사피엔스가 됐다고 통상적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인류는 영장류에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네안데르탈인으로 ‘차례로’ 진화한 것이 아니다. 다양한 종이 나타났다 사라졌고 원인과 네안데르탈인은 그 과정에서 나타났던 여러 종 중 하나일 뿐이다. 인간은 단계적으로 일직선으로 진화한 것이 아니라 복잡한 과정을 거쳤다. 그것이 어떠했는지는 여전히 연구 중이다.
그럼 우리가 자주 듣는 네안데르탈인은 누구인가? 그들은 인간의 사촌일까? 아니면 완전히 다른 종일까? 아니면 같은 조상으로부터 갈라져 나온 것일까?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의 염색체를 분석 결과, 단지 0.1~0.5%만이 다르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인간과 침팬지의 유전자 차이가 1.5% 내외인 점을 생각하면 굉장히 가까운 종이다. 그러나 우리 인간과 네안데르탈인의 미토콘드리아 DNA는 너무 다르다. 그 차이는 현대인과 침팬지의 차이보다는 약 1/2 적고, 현대인 사이의 차이보다는 약 3배가 크다.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은 사촌도 될 수 없는 존재이다. 그럼에도 호모사피엔스의 유전자에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있는 것을 보면 둘은 성적인 교류를 하였다. 지금은 멸종되어 확실하게 알 수는 없지만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우리 인간에게도 있는 것을 보면 그들이 호모사피엔스 사피엔스와 성적인 교류를 한 것으로 학자들은 추정한다. 만일 성적인 교류가 가능하다면 ‘거의’ 같은 종이라는 뜻이다. 물론 완전히 같은 종은 아니다.
네안데르탈인은 현생인류와 너무 흡사해 호모사피엔스로 분류되었다. 네안데르탈인은 호모사피엔스 네안데르탈인으로 칭하고 우리 인간은 호모사피엔스 사피엔스로 불린다. 같은 호모사피엔스이다. 그러나 완전히 똑같지는 않다. 네안데르탈인은 땅딸막하고 튼실한 체구, 쑥 들어간 이마, 커다란 뇌를 가졌다. 그들은 (최신 DNA 분석이 확인한 대로) 일부 유전물질의 차이 때문에 호모 사피엔스의 직계 조상은 아니지만 어쨌든 친척뻘은 된다. 네안데르탈인은 37.8년 살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네안데르탈인도 인간처럼 걸었을까? 20세기 초에 처음으로 복원된 네안데르탈인 골격은 구부정한 자세였다. 이는 프랑스에서 발견된 네안데르탈인 노인 유골로 재현한 것이었다. 1950년대부터 네안데르탈인의 척추가 현생인류보다 굽었다는 가설과 현생인류보다 더 꼿꼿한 모습이었을 것이라는 가설이 공존해왔다. 2018~2019년에 후자를 지지하는 연구결과가 이어졌다. 3차원 그래픽으로 복원한 네안데르탈인의 골반, 척추, 요추 등의 위치와 방향 등에서 현대인과 큰 차이가 없다. 네안데르탈인은 현생 인류와 비슷하게 똑바른 자세로 걸었고 걷는 자세 역시 비슷하였을 것이고 엉덩이 부분의 뼈에 체중으로 인한 부하가 걸리는 것까지도 현대인과 동일했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또한 네안데르탈인의 폐기능이 현생인류보다 뛰어났으며 폐활량도 컷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인간보다 장거리 달리기에 능했다는 얘기이다. 혹시 마라톤선수나 울트라마라톤 선수들이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를 가졌는지 모를 일이다.
네안데르탈인은 머리가 좋았을까? 놀라운 것은 네안데르탈인의 뇌의 크기는 호모 사피엔스보다 크다는 점이다. 네안데르탈인의 심리적·지적 능력에 대해서는 학자마다 견해가 분분하다. 그들은 (한 때 추정되었듯이) 미개한 야수도 아니었고, (훗날 과장되게 주장되었듯이) 현대인과 같지도 않았다. 그들은 분명 우리 인간보다는 머리가 나빴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간과 네안데르탈인의 차이가 거의 없듯이 지능관련 유전자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거라는 추정은 가능하다. 그래서 유전자의 일부 변이가 둘 간의 지능차이를 가져왔을 것이란 추정도 가능하다.
2022년 네안데르탈인의 뇌와 현대인의 뇌 사이 차이점이 밝혀졌다. 뇌의 크기는 비슷하지만 현대인의 뇌에는 돌연변이 유전자가 있어 인지능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되었다. 인간이 가진 한 돌연변이 유전자(TKTL1)는 대뇌 피질과 전두엽에서 단백질을 활성화시킨다. 이렇게 활성화된 단백질이 뉴런으로 발전하는 신경세포 발생을 촉진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작은 유전적 변화가 뇌의 발달에 큰 영향을 준다.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bl6422
인간보다는 못하지만 네안데르탈인의 두뇌를 좋았다. 따라서 이들도 문화생활을 했다. 네안데르탈인도 석기와 사냥술, 불의 사용, 언어를 매개로 한 가족의 의사소통, 매장 풍습 등으로 ‘문화’를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그들은 부싯돌로 도구를 만들고 사냥기술도 뛰어났던 것으로 보인다. 사냥능력으로 인하여 이들은 초기 고 인류가 살지 못했던 현대의 우크라이나나 남러시아의 빙하지대에 거주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가족을 이루고 아이를 키우는 방식도 인류와 비슷하였다. 네안데르탈인 아이는 생후 5~6개월이 되면서부터 이유식을 먹었다. 우리 현대인도 어린이에게 더 에너지가 많은 식품이 필요한 생후 6개 월 경부터 이유식을 준다. 다른 영장류에 비해 인간의 두뇌 발달은 높은 에너지가 요구돼 어린이 식단에 고형식이 일찍 도입된다. 호모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이 초기 유아기 때 비슷한 에너지 수요가 있고, 성장 속도도 서로 비슷하다. 네안데르탈인의 신생아가 우리 인간의 신생아와 체중이 비슷했으며, 임신 기간과 초기 개체 발생이 비슷하였다. 또한 네안데르탈인이 대부분의 시간을 집 근처에서 보냈다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는 현대인과 매우 유사하다. 이런 주장은 네안데르탈인들이 숫자가 적은 것이 이유식 연령의 차이에서 발생했다는 주장과, 이들이 우리 인간과는 다른 생물문화적인(bio-cultural) 요인으로 멸종됐다는 이론을 반박한다.
과거에는 아프리카에 살던 인류의 조상들만 바다에서 식량을 확보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논란이 있지만 해산물 섭취가 초기 현생인류의 인지 능력 향상을 가져왔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네안데르탈인도 해산물을 즐기지 않을 이유는 전혀 없다는 점을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주장이었다.
스페인 지브롤터에 있는 동굴에는 거의 10만년 동안 네안데르탈인이 살면서 조개, 갑각류 등의 식량을 구한 흔적이 있다. 네안데르탈인도 조개를 잡기 위해 바다에서 다이빙을 했다. 이탈리아에 있는 동굴에서 발견된 조개껍질을 분석한 결과 그 일부는 네안데르탈인이 해저에서 채집한 것이다. 포르투갈 피게이라 브라바 동굴(Figueira Brava site)의 발굴에서도 홍합과 물고기, 게 등 해산물과 돌고래와 바다표범을 비롯한 포유류와 물새 등의 잔해가 출토됐다. 이 동굴에 살던 네안데르탈인이 육지에서의 수렵과 채집뿐만 아니라 홍합을 채취하고, 바다표범 등을 사냥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연대를 추정한 결과 네안데르탈인이 유럽에 정착한 시기인 10만6천~8만6천 년 전인 것으로 나타났다. 네안데르탈인도 해산물을 일상적으로 섭취하여 인지능력이 향상되었을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네안데르탈인 역시 약 6만5천 년 전에 이베리아반도의 동굴에 벽화를 남겼으며, 조개껍데기 유물도 네안데르탈인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것을 보면 호모사피엔스와 같이 지능이 향상되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해산물 중심의 식사 즉 지중해식 식단은 건강과 장수에도 좋고 지능발달에도 매우 탁월하다는 것은 밝혀진 사실이다.
네안데르탈인은 멸종했다. 왜 멸종했는지는 의견이 분분하고 아직은 확실하지는 않다. 수십만 년 뒤 21세기 현생인류가 또 다른 토로나19로 멸종하고 또 다른 새로운 종이 자연선택으로 진화되어 새로운 문명을 이룬다면 그들은 어떻게 분석을 할까? 바이러스로 멸종했다고? 좀 더 똑똑하게 분석한 과학자라면 지나치게 자연을 훼손하고 이산화탄소를 과다하게 배출하는 문명을 이루어 온난화로 바닷물이 상승하고 바이러스가 창궐하여 멸종하였다고? 트럼프 같이 반지성적인 정치인들이 기후협약에 탈퇴하듯이 잘못된 판단을 하여 멸종했다고? 우리가 네안데르탈인의 멸종원인을 아직도 모르듯이 그들도 논쟁을 계속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