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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Oct 14. 2022

인종과 단일민족이라는 허구와 무지


무지와 어리석음보다 위험한 것은 없다.

Nothing in all the world is more dangerous than sincere ignorance and conscientious stupidity.


마틴 루터 킹(Martin Luther King, 1929~1968)


2020년 고대 인류를 포함한 포유류가 서로 다른 종간의 이종교배를 하여 새끼를 낳을 수 있는지 생식 능력을 분석한 연구가 발표되었다. 이에 의하면 현생 인류와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 등은 서로 간에 생식 능력을 가질 수 있다. 인류의 조상과 네안데르탈인 간의 유전적 차이가 북극곰과 불곰, 코요테와 늑대보다 더 작았다. 현생 인류와 고대 인류가 과거 이종교배를 통해 자손을 낳았던 것은 유전자 분석을 통해 이미 규명되었다.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은 다른 종으로 살았지만 번식이 가능한 종이었을 정도로 가까웠다. 이들이 반만 년 동안 지구상에 함께 살면서 성적인 교류를 하여 인간의 몸에는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남아있다. 이들이 부부로 함께 살면서 아이를 키웠는지, 우연한 성적교류로 태어난 아이를 키웠는지는 아직 밝혀진 것은 모른다.


스반테 페보(Svante E. Pääbo)는 네안데르탈인 DNA 분석 기술 개발 공로로 2022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됐으며, 이 기술로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 간에 유전자 교류가 있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화석분석에 의하면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이 유럽에서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하기 전까지 5천~6천 년간 공존했다. 호모 사피엔스는 7만여 년 전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이주해 당시 유럽과 중앙아시아에 살던 네안데르탈인과 공존하며 유전자 교류가 이루어졌다.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의 유적의 연대를 측정한 결과 현생인류 호모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하기 전까지 프랑스와 스페인 북부에서 4~5만 년 전경 1천400~2천900년 간 공존했다. 발굴된 유적으로만 분석한 것이므로 공존 시기는 더 길었을 것이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8-022-19162-z#citeas


역사적으로 그리고 오늘날에도 인종차별로 인한 폭력과 살육이 자행되어 왔다. 그것은 모두 무지에서 비롯되었다. 우리 인간이 어떻게 진화되어 왔는지를 이해한다면 그런 일을 없었을지도 모른다. 사실 인간은 진화의 역사 속에서 돌연변이와 호모 종 사이의 혼합 종의 역사였다. 단일한 유전자를 가진 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는 단일민족이라는 신화가 여전히 존재한다. 물론 우리민족은 유럽인이나 아프리카인과는 많이 다르지만 ‘단일’이라는 개념은 존재할 수 없다. 우리나라 사람의 유전자에도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뿐 아니라 다른 멸종된 호모계통의 유전자가 남아있다. 5천 년 전 이전에는 백인종은 지구상에 없었다. 인간이 처음부터 백인, 흑인, 아랍인 등으로 태어난 것이 아니다. 오랜 이주와 환경에의 적응과정에서 또는 호모계통 간의 성적 교류로 복잡하게 변이가 일어나고 혼합되어 다양한 인간이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UN인종차별철폐협약(International Convention on the Elimination of All Forms of Racial Discrimination )」은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하며, 평등하다는 세계인권선언의 정신을 재확인하기 위하여 1966년 UN총회 결의로 선포되었고, 우리나라는 1978년 위 조약의 비준에 동의하였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단일민족 주장과 배타적인 태도를 보인다. 필리핀 출신 아버지를 둔 한 여자 아이는 차별과 왕따로 시골로 전학을 갔고 커서도 아버지의 국적을 숨기고 살아야 했다고 한다. 인종차별은 국제사회의 노력으로 인하여 점차 사라지고 있지만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인종차별 혐오가 보이지 않게 있다. 인간이 어떻게 진화해왔고 어떻게 이주해왔는지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보편적 인간과 사랑이 실현되리라고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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