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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그녀(그)에게 끌릴까


누군가 이성을 만나면 첫눈에 반했던 경험이 있었을 것이다. 왜 그럴까. 왜 어떤 사람에게 끌릴까. 여기서는 그 요인을 생물학적인 근거로 설명한다. 앞부분은 지루하지만 참고 읽으면 알게 될 것이다.


파브르는 암컷 나방이 있는 곳을 알려주는 어떤 물질이 수컷을 유인한다고 생각하고 그 물질을 알아내기 위해 7년에 걸친 연구를 하였다. 결국, 그는 인간이 맡을 수 없는 냄새를 암컷 나방이 발산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파브르가 알아낸 이 냄새는 60년이 지난 후에야 정체가 밝혀졌다. 1959년 독일의 화학자 아돌프 부테난트(Adolf Butenandt)는 누에나방 암컷이 수컷을 유인하기 위해 내보내는 발산물질을 추출하여 그 분자 구조를 알아냈다. 그리고 이 물질을 ‘봄비콜(Bombykol)’이라 이름 지었다. 이 물질은 공기 속에 기체가 되어 흩어지기 쉬운 유기 화합물이었다. 이 물질이 몇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수컷 누에나방을 유인할 수 있지만, 다른 곤충의 수컷을 유인하지는 못했다. 비슷한 시기에 봄비콜처럼 이성을 유인하는 물질이 다른 곤충에서도 발견되었다. 그리고 이같이 이성을 유인하는 물질은 그리스어로 운반한다는 뜻의 ‘pherein’과 흥분시킨다는 뜻의 ‘hormon’이 합쳐진 말인 ‘페로몬(pheromone)’이라 불리기 시작했다.


페로몬은 대부분 곤충에서 발견되었으며 특히 나방 무리에서 많이 발견되었다. 페로몬은 이성을 유혹하는 것만 있는 게 아니다. 개미들은 페로몬을 이용해 길을 찾기도 한다. 개미들은 페로몬을 땅에 뿌리며 이동하는데, 이 페로몬 덕분에 멀리 가더라도 길을 잃지 않고 집에 쉽게 돌아올 수 있고 동료 개미들을 먹이가 있는 곳으로 인도할 수도 있다. 진딧물은 천적의 습격을 받으면 페로몬을 방출하는데, 이 페로몬을 감지한 다른 진딧물은 그 페로몬에서 멀어지려 노력한다. 그리고 꿀벌집단에서 여왕벌이 분비하는 페로몬은 암컷 벌들을 일벌로 만든다. 일벌이 된 암컷 벌들은 난소가 발달하지 않아 알을 낳지 못한다. 결국, 꿀벌 집단에서 여왕벌만이 알을 낳게 되고, 일벌들은 여왕벌과 애벌레, 알을 돌보는 일과 먹이 채취 등의 일을 한다. 그러다 여왕벌이 죽거나 여왕벌의 페로몬 분비량이 줄어드는 초여름에 일벌의 생식 능력이 회복되는데, 생식 능력이 회복된 암컷 벌 중에서 새로운 여왕벌이 탄생한다.


페로몬은 양서류와 어류, 포유류에서도 발견되었다. 이들에서 발견된 페로몬은 곤충에서 발견된 페로몬과 화학적인 성질이 전혀 다른 종류가 많았다. 예를 들어 돼지 수컷은 침샘에서 암컷을 유혹하는 물질을 분비하는데, 이 물질은 공기 중에 기체로 흩어지지 않아서 암컷이 수컷에게 접근할 때만 효과를 낸다. 


포유류는 페로몬을 감지할 수 있는 기관을 2개 가지고 있다. 그 하나는 코 내부 비강 윗면에 있는 후각 점막으로 이곳에 많은 신경 세포가 있다. 다른 하나는 비강 바닥이나 옆면에 있는 야곱슨 기관으로 이곳에도 많은 신경 세포가 있다. 이 야콥슨 기관은 양서류 이상의 척추동물에서 볼 수 있는데, 파충류와 포유류에서 발달하였고 조류에는 없다. 특히 뱀과 도마뱀에서 발달했는데, 뱀이 혀를 날름거리는 행동을 하는 이유는 혀에 있는 야콥슨 기관을 통해 먹이의 냄새를 맡기 위해서이다. 생쥐는 야콥슨 기관을 이용해 페로몬을 감지한다. 그래서 생쥐들은 야콥슨 기관에 이상이 생기면 교미를 정상적으로 할 수 없다. 그런데 포유류의 후각 점막에 있는 신경 세포와 야콥슨 기관의 신경 세포의 신호는 각각 다른 경로로 뇌와 연결된다. 후각 점막의 신경 세포에서 오는 신호는 냄새 감각을 수행하는 뇌 부위를 통한 후 감정 중추인 편도체와 호르몬 균형을 관장하는 시상 하부로 전달된다. 하지만 야콥슨 기관 신경 세포에서 오는 신호는 편도체와 시상 하부로 직접 전달된다. 야콥슨 기관에서 오는 신호만 본능적인 반응이나 행동에 관계하는 편도체와 시상 하부에 직접 전달되는 것을 볼 때 야콥슨 기관이 페로몬과 좀 더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은 야콥슨 기관이 작은 구멍 정도의 흔적만 있어 제 기능을 못 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인간에게 페로몬이 있다면 후각 점막의 신경세포가 감지할 것이다. 인간 페로몬의 가장 유력한 물질은 겨드랑이에 많은 땀샘의 일종인 아포크린샘에서 분비되는 안드로스타디에논(androstadienone)과 안드로스테놀(androstenol), 그리고 안드로스테논(androstenone)이다. 이 물질들은 모두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에서 유래되었다. 연구 결과, 안드로스타디에논을 맡은 여성들은 호르몬의 변화가 보였고, 안드로스테놀을 맡은 여성은 남성에 대한 접촉이 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연구는 실험실에서 인위적으로 만든 환경 속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이 물질들이 페로몬이라는 단정할 수는 없다. 또한, 이 물질들이 인간 페로몬이 아니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인간에게 페로몬이 있느냐의 여부는 아직 논란 중이다. 아직 인간에게 페로몬이 있다는 확실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장품 회사들은 이 성분들이 포함된 향수를 페로몬 향수로 판매하고 있다. 향수에는 유행이 없다. 유명한 향수 제품들은 모두 50년 이상 됐다. 샤넬 넘버 5는 1921년에, 겔랑 미츠코 향수는 1919년에 나왔다. 왜 그럴까. 


냄새에 대한 선호도는 선천적인 생존에 중요한 것과 후천적인 경험으로 형성된 것,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 정해진다. 기본적인 냄새에 대한 선호도는 선천적으로 정해진다. 그래서 선천적으로 정해진 자기 취향의 향을 꾸준히 좋아하기 때문이다. 


인감의 몸에는 외부에서 들어온 것을 식별하여 적으로 확인되면 신체에 경고를 보내는 유전자(면역계 유전자주조직적합성복합체, 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 MHC)가 있다. 그것이 몸속에서 여러 부산물과 결합한 채 땀, 침 등으로 분비되게 하여 체취가 형성된다. 인간은 이러한 체취와 비슷한 향수 냄새를 좋아한다. 실제로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해보면 어떤 유전자 유형을 지니고 있는지에 따라 선호하는 향이 다르다. 이 유전자는 한 사람의 전체 유전자 구성을 말해준다. 사람은 이 유전자 구성이 다른 이성사람에게 끌린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유전자 구성과 매우 다른 사람을 만나야 자신이 노출돼 본 적 없는 질병에서도 대처할 수 있는 등 자손의 면역 기능이 더 우수해질 수 있다. 유전자 구성이 유사한 사람의 후손은 오랜 세월에 걸쳐 도태되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많이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사람은 배우자를 고를 때 여러 사회경제적 요소를 고려한다. 그러나 여전히 어떤 사람을 만났을 때 설명하기 힘들지만 뭔가 끌리는 느낌이 드는 것은 바로 이 유전자가 분비한 체취에서 어느 정도 유발된 것이다. 반면 성격이나 관심사가 비슷한 동성 친구끼리는 체취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전자 구성이 비슷하다 보니 체취, 성격, 관심사가 모두 비슷했던 것이다. 아마도 부부는 성향이 크게 차이가 나서 늘 부부싸움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친구는 사이가 좋다.


냄새에 대한 취향은 후천적인 경험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 향이 과거 특정 감정이나 상황을 상기시키면, 그 기억에 따라 선호도가 바뀌기도 한다. 된장찌개 냄새는 한국인에게 정겹고 구수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역겨울 수도 있다. 어떤 음식을 먹고 심하게 체하면 그 냄새는 역겹다. 장미가 흐드러지게 핀 공원에서 지독한 사레가 들린 경험이 있다면, 장미향에 거부감이 생기는 식이다. 기억으로 저장되기 전 여러 단계를 거치는 다른 감각 신경과 달리 후각은 바로 기억과 감정을 담당하는 뇌 부위로 전달돼 특정 기억이 선호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나는 번데기 냄새도 맡지 못한다. 어렸을 적에 번데기 먹고 체해 죽을 뻔했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성향은 선천적인 유전자와 그동안 겪었던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알아야 가능하다.’ 그것이 ‘인류의 끝나지 않은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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