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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에 물려줄 장내미생물과 엄마의 역할

인간의 장내 미생물 형성


인간의 장내 세균은 출생 후에 생긴다. 제왕절개로 태어난 20명의 아이를 대상으로 출생 직후에 면봉으로 태변을 채취해 분석했다. 태변이란 갓난아이가 자궁 내에서 양수를 먹으면서 만든 대변을 말한다. 태변은 보통 출생 후 2~4일 만에 배출된다. 출생 직후 채취한 아이의 대변에서는 장내 세균이 발견되지 않는다. 장내 세균이 출생 후에 생겨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아이의 장내 세균은 출생 직후, 정확히는 출생 중에 형성될 수 있다. 산모의 질을 통해 장내 세균이 전달되는 것이다. 이런 경우를 배제하기 위해 일부러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이들만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자연 분만을 하면 출산 과정에서 엄마의 산도(産道)에 사는 미생물이 따라오고, 젖을 먹으면서 서서히 소화관 퍼지고 미생물간에 협력과 경쟁으로 복잡한 생태계를 이루며 미생물 숲을 형성하게 된다. 모유에는 비피도박테리아(Bifido-bacteria) 등 유익 균이 이용할 수 있는 당류 등 천연 프리바이오틱스가 많아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모유가 좋다. 분유를 먹는 아기에게서는 후벽 균(Firmicutes)과 비피도박테리아가 비슷하게 관찰되며 후벽 균은 비만을 가져올 수 있다. 생후 1~2년간 소화관과 표피의 환경에 따라 미생물은 군락을 형성하고 복합공동체를 형성한다. 미생물은 소화관의 성장과 발달에도 관련되어 3살까지 성인과 같은 형태를  갖게 된다. 세 살 버릇이 아니라 세 살 뱃속이 건강을 좌우하는 것이다. 장내 미생물은 나이가 세 살쯤 되면 완성되고, 좀처럼 파괴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렇게 이식된 미생물은 주로 섭취한 음식물, 소화액 같은 환경에 맞춰서 적자생존과 상호공생의 관계로 생태계를 이루면 살아간다. 


사람의 변은 거의 균 덩어리로 이루어져 있고, 이들 균의 99% 정도는 혐기성 균이다. 모유를 먹는 건강한 아기는 변의 균 중 90% 이상이 유익한 균(Bifidobacterium)이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차 감소하고 장내 유해균은 증가한다. 


천식, 1형 당뇨병, 크론 병과 같은 자가 면역 질환은 미국과 유럽의 아동과 청소년에게 유난히 많이 발생한다. 사하라 사막 남쪽 아프리카 등 소득 수준이 낮은 지역에선 상대적으로 이런 사례가 적다. 자가 면역 질환은 대체로 유아기에 결정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사람들은 대개 유아기에 항생제를 많이 쓰면 천식 위험이 커지고, 모유 수유가 자가 면역 질환 예방에 좋다고 알고 있다.


모유 수유가 자가 면역 질환에 주는 메커니즘이 밝혀졌다. 열쇠는 장의 미생물 총이 쥐고 있었다. 아기의 장내 균이 모유에 풍부한 올리고당을 잘 분해하면 혈액 및 장의 염증이나 면역 기능 이상이 훨씬 덜 생겼다. 원래 신생아는 복합 당분인 올리고당을 스스로 소화해 흡수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모유에 올리고당이 많이 들어 있는 건 면역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특정 장 박테리아의 진화적 이익과 관련이 있다. 비피더스균(Bifidobacteria)도 그런 세균 종 가운데 하나다. 자가 면역 질환 발생률이 낮은 국가의 모유 수유 아기는 대체로 장에 비피더스균이 많다. 비피더스균은 올리고당을 잘 분해할 뿐 아니라, 모유를 먹는 아기의 장에서 증식해 면역계 발달에 유익한 영향을 준다.


엄마의 장내 미생물이 아이에게 면역력 전달


미생물에 대한 노출이 없으면 신생아의 면역계는 형성되지 않는다. 임신 첫 3주 동안 전적으로 모계 항체로부터 유래하는 면역 보호는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전달된다. 출생 시에는 산도(birth canal)를 통해 그리고 출생 바로 직후부터는 모유를 통해 전달된다.


아이의 면역은 모유뿐만 아니라 엄마의 장에 서식하는 미생물로부터 유래한다는 것이 2020년 밝혀졌다. 엄마의 장내 특정 미생물에 반응해서 생성된 항체가 모유나 태반을 통해 아이에게 전달되어 질병을 일으키고 치명적일 수 있는 대장균(Escherichia coli, E. coli)으로부터 신생아를 보호할 수 있다. 아울러 엄마가 감염원과 접촉하지 않았어도 장내 미생물 군이 면역 보호를 제공함으로써 엄마가 보호 항체를 만들어 아이에게 전달한다. 신생아의 면역시스템이 덜 발달됐고 병원 미생물과 접촉한 적이 없는데도 특정 병원성 미생물로부터 보호되고 있는 이유이다. 엄마의 장내미생물이 아이의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의미이다.


자연분만과 제왕절개 아기 장 내 미생물 논란


2019년에 제왕절개로 아이를 출산하면 장 내 미생물군유전체(microbiome)의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있었다. 장내 미생물이 덜 안정적이고 유익한 미생물(Bifidobacterium spp.)의 형성이 지연되고 병원성 박테리아들이 많다는 것이다. 자연분만 때 엄마의 질을 지나면서 질 내 미생물을 만나면서 미생물이 형성된다는 것이 과학계의 입장이었다. 자연분만 신생아와 제왕절개 신생아 사이엔 인체미생물 구성과 분포에서 차이가 생기고 이런 차이가 아이의 면역계 성숙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자연분만이 신생아의 ‘미생물 세례’ 과정이라는 통설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논란거리이다. 


그런데 제왕절개로 낳은 아기의 몸에다 출생 직후 엄마의 질 내 미생물을 발라주어 자연분만을 한 아기와 같은 인체미생물 구성을 복원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제왕절개를 한 엄마의 질 내 체액을 갓난아기의 몸에 바르는 질 내 미생물 이식(virginal seeding)은 일부 부모의 요구로 시술이 이루어진다.


자연분만 신생아나 제왕절개 분만 신생아에서 인체미생물 구성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생물 분포에선 자연분만이냐 제왕절개분만이냐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나타났지만, 분변(태변) 내 미생물에서는 별 차이가 없었다. 미생물 약간의 차이도 신생아가 출생 6주가량 지난 뒤에는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나타나지 않았다. 생후 첫 6주 이내에 신생아의 인체미생물 군은 실질적인 재구성(reorganization)을 거친다. 그런 재구성은 몸 부위에 의해 이뤄지지 분만 방식에 의해 이뤄지지는 않는다는 결론이다. 아기가 태아 단계에서 인체미생물을 처음 조우할 가능성도 유력하게 제기된다. 엄마의 미생물이 임신 기간에 태아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엄마는 식습관부터 바꿔야


우리 몸 속에는 수십 조개의 미생물이 살고 있고 그 대부분은 장에 사는 장내 미생물이다. 장내 미생물은 장으로 음식물을 분해하여 흡수하면서 비타민을 만드는 것을 돕고 사람의 면역 체계에도 영향을 준다. 장내 미생물의 종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음식이다. 안 좋은 식습관을 가지면 나쁜 장내미생물이 많아진다.  


수유 기간에 섬유질이 적은 음식을 섭취한 엄마의 젖을 먹은 아이는 장내 미생물의 균형이 깨져 성장하면서 각종 질병에 시달리기 쉽다. 따라서 엄마는 섬유질이 많은 음식을 먹는 것을 권장한다.

https://doi.org/10.1016/j.chom.2022.10.014


생쥐에게 설탕을 많이 먹이면 염증을 유발하는 장내 미생물이 많아져서 대장염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어렸을 때 나쁜 식습관을 가지면 성인이 되어 좋은 음식을 먹어도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이 떨어진다는 연구가 나왔다.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결과이다. 새끼 때 지방이 많고 달콤한 서구식 음식을 먹는 생쥐는 커서 좋은 음식을 먹어도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이 크게 떨어졌다. 또 하나는 운동을 하면 장내미생물의 다양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나쁜 식습관을 새끼 때 가졌던 쥐는 운동을 해도 장내미생물이 다양해지지 않았다. 비록 생쥐를 대상으로 했지만 사람에게도 같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부모의 식습관이 자녀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다. 부모가 가공식품, 고지방식품 등을 먹으면 아이들도 따라 먹게 마련이다. 아기를 낳기 전에 부모는 식습관부터 바꿔야겠다.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환경을 만들려면 지켜야 수칙이 있다. 우선 당분, 염분 등이 과도한 가공식품 섭취는 최소화해야 한다. 이는 장내 유해균을 증가시킨다. 고기를 많이 먹어도 소화과정에서 발생하는 독소와 유해가스로 유해균이 늘어난다. 반대로 채소는 유해한 장내 미생물을 억제하고 유익균의 성장과 증식을 돕는다. 발효식품도 건강한 장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규칙적으로 식사하는 것도 중요하다. 불규칙한 식사나 과식은 장내 환경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대장에 노폐물이 쌓이는 원인이 되며 독소 발생을 촉진하게 된다. 담배는 피지 말아야 하고, 술은 최소한으로 하고, 항생제는 필요할 때만 복용해야 한다. 스트레스 관리, 충분한 수면 등도 건강한 장내 미생물 환경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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