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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아침 해 붉은 노을 보며 먹는 간헐적 단식


시간제한 식사법(tme-restricted eating, TRE)은 하루에 특정 시간 안에만 식사를 하고 나머지는 시간은 아무 것도 먹지 않는 것을 말한다. 즉, 공복 상태의 시간을 늘리는 방식이다. 보통 16시간 단식하고 8시간 안에 식사를 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간헐적 단식(intermittent fasting)이라고도 불린다. 전체 칼로리 섭취는 줄이지 않고 하루 중 특정 시간으로 음식 섭취를 제한한다. 이런 방법은 체중 조절에 도움이 되고 건강에 좋고 수명을 연장시킨다고 알려졌다. ‘저녁 6시 이후에는 아무 것도 먹지 말라.’는 다이어트 팁도 시간제한 섭취에 해당한다.


2022년에 시간제한 식사가 체중 감소나 건강 개선과는 관련이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과학이건 과학이 아니건 학계의 연구결과는 잘 읽어봐야 한다. 오류나 왜곡 등이 꽤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 연구는 연구방법에 문제가 있다. 연구를 하면서 시간제한 식사를 한 사람은 8시간 이내에 식사를 했지만, 대조군인 비만 환자는 평균 식사 시간이 10시간 20분대로 식사 시간에 큰 차이가 없었던 것이다. 후자의 경우도 저녁을 일찌감치 먹어야 가능하다.


간헐적 단식의 극단적 형태는 며칠 먹고 며칠 굶는 방식이다. 쥐를 대상으로 실험은 한 결과 쥐가 4개월 동안 이틀 먹고 하루 굶는 간헐적 단식을 하면 백색 지방의 갈색화가 두드러진 것이 확인되었다. 갈색지방은 몸의 에너지를 발산시키는 역할을 하여 살을 빠지게 한다. 하루씩 굶는 것은 사실 어려운 방법이므로 이 방식을 권유하지는 않는다. 시간제한 식사인 간헐적 단식이 갈색지방을 늘릴 것으로 기대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야간근무를 하거나 밤늦게까지 일을 하거나 공부하는 사람들은 야식이 많고 스트레스도 크다. 건강도 나빠지고 식탐도 많아 쉽게 살이 찐다. 이런 사람들도 시간제한 식사가 좋다. 교대근무를 하는 소방관을 대상으로 연구를 한 결과 매일 10시간 안에 식사를 하면 몸에 나쁜 콜레스테롤이 줄고 혈당과 혈압도 좋아지고 정신건강도 좋아졌다.


간헐적 단식은 건강에도 좋다. 초파리는 인간과 유사한 생물학적 시계를 갖고 있고 인간과 유사한 방식으로 늙는다. 초파리를 대상으로 간헐적 시간제한 단식(intermittent time-restricted fasting; iTRF) 즉 저녁과 밤을 중심으로 20시간 단식 뒤 먹을 것을 저녁 시간 전에만 주었더니 수명이 평균 15%가 증가했다. 단식을 하면 세포 청소(cell-cleaning)가 일어난다. 이를 자가 포식(autophagy)이라고 부르는데 손상된 세포를 정리하고 재활용함으로써 노화를 늦추는 것으로 알려졌다. 간헐적 시간제한 단식은 건강 수명(health-span)도 늘렸다. 근육과 신경세포의 기능이 향상하고, 노화 관련 단백질 응집이 줄어들었으며, 근육과 내장 조직에서 노화 표지가 나타나는 것을 지연시켰다.


시간제한 식사가 유전자 발현에도 영향을 미친다.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결과 유전자의 70%가 영향을 받았다. 크게 보아 체중이 줄고 건강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유전자가 바뀌었다. 염증 유전자나 당과 지질 대사 유전자는 기능이 줄었고, 대신 세포 찌꺼기를 청소하는 자가 포식 유전자는 활동이 증가했다. 특히 부신과 췌장, 뇌의 시상하부에서 유전자 약 40%가 영향을 받았다. 모두 신체의 호르몬 조절에 관여하는 곳이다. 

https://doi.org/10.1016/j.cmet.2022.12.006


생명체의 유전자는 하루 리듬에 따라 복제한다. 생명체는 유전정보를 담은 DNA를 밤에 복제한다. 낮에는 활동하고 햇빛의 자외선이 DNA에 손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제한 식사를 하여 저녁 이후 식사를 하지 않으면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전반적으로 보아 시간제한 식사는 다이어트 효과가 있다. 저녁을 일찍 먹으면 공복시간이 길어 수면의 질이 높아진다. 수면의 질이 높으면 하루 동안 활동한 뇌를 잘 정리하여 뇌 건강에도 좋고 학습능력에도 좋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밝혀진 사실이다. 쉽게 말하면 인간의 태양의 ‘후예’이다.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는 태양이 뜨면 활동하고 해가 지면 잠을 자는 리듬을 가지고 있다. 그 리듬을 잘 따르는 것이 건강과 체중관리에 좋은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개인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억지로 하다가는 오히려 스트레스를 주고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식성이 좋거나 식탐이 있는 사람은 낮 동안 과식을 하는 것은 체중 감량이나 지방 연소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맘 늦게 너무 배가 고파 폭식을 하면 안 하니만 못하다. 시간제한 식사는 점차적으로 시간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뭐든 인생이라는 긴 안목을 가지고 할 일이다. 아무튼 해가 뜨고 나서 아침을 준비하여 붉은 해를 보면서 밥을 먹고 붉은 노을을 바라보면 저녁을 먹는다면 얼마나 몽상적인가! 건강에 좋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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