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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라고 운동하기 싫어하고 하지 않는 이유: 장내미생물


어떤 사람은 죽어라고 운동하기 싫어하고 안한다. 반면 어떤 사람은 운동중독이라고 부를 정도로 운동을 많이 한다. 당연히 유전적인 요인과 환경적인 요인도 있다. 어렸을 때 운동을 안 하고 자란 사람은 어른이 돼서도 안한다. 특히 우리나라 같이 입시경쟁이 심하여 운동을 거의 안하는 청소년은 성인이 되어도 운동을 안 한다. 결혼해서도 방에서 게임만 하고 지내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 밝혀진 것 중 하나는 장내미생물이다. 장내미생물은 비만에도 영향을 줄뿐만 아니라 정신질병이나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주고 심지어는 학습능력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더 나아가 장내미생물이 운동능력에 영향을 준다. 인간은 장내미생물과 공생하고 있는 것이다.


운동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후천적인 요인 중 하나가 장내미생물이다. 어쩌면 장내미생물은 선천적인 요인도 있을 것이다. 운동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차이에서 유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놀라울 정도로 작은 반면, 장내 세균 개체군의 차이가 훨씬 더 큰 역할을 한다. 장내에 사는 특정 박테리아는 장내 신경을 활성화시켜 운동욕구를 촉진한다. 뇌에 있는 신경세포는 장에도 있다.


예를 들어 쥐는 장내미생물 분포에 따라 운동량도 다르다. 특정 장내미생물을 가진 쥐는 운동할 때 쾌감을 느끼게 하는 도파민이 더 많아 나와 운동을 더 많이 한다. 이렇게 운동을 많이 하는 쥐는 운동을 하며 느끼는 쾌감인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를 더 많이 경험한다. 쥐에게서 이 장내미생물을 없애자 운동 활동이 반으로 줄었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2-05525-z


아직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사람에게도 비슷한 장과 뇌 사이 연결 고리가 있을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운동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을 싫어하는 것이 장내미생물에 의한 영향일 가능성이 크다. 그것은 운동능력에서도 과학적으로 밝혀졌다.


운동을 꾸준히 하면 특정 장내미생물(Veillonella)이 근육에 에너지원을 공급해 운동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2015년 보스턴마라톤에 참가한 15명의 마라톤 전후 대변을 분석한 결과 이 미생물이 급증하였다. 또한 평소 앉아있는 사람은 이 미생물이 거의 없지만, 운동을 꾸준히 해온 사람은 풍부하다. 쥐에게 이 미생물을 접종했더니 운동력이 좋아졌다. 내가 운동을 하면 내 몸의 근육이 단단해지고 지구력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단지 미생물이 에너지를 공급하기 때문이라니 좀 아이러니하다.


장내미생물 연구로 밝혀진 것은 놀랍다. 인간은 ‘독립적인’ 존재라기보다는 미생물과 공생하는 면이 강하다는 사실이다. 아니 인간의 정신활동과 육체활동까지도 장내미생물이 ‘조정’한다는 점이다. 물론 이것도 인간의 생명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장내미생물은 분명 유익한 균이다. 따라서 어떤 음식을 먹느냐가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가공식품 등은 해로운 균을 늘리며 자연식품은 유익한 장내미생물을 늘린다. 자연을 가까이 하고, 자연식품을 먹고, 운동을 하면 유익한 장내미생물이 장에서 우리 몸을 우리의 정신을 건강하게 해준다. 인간은 오랜 세월 그렇게 살아오면서 진화했다. 따라서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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