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22년 출간한 <미래형 인재 자녀교육>을 2023년 1월 27일 업데이트 한 것입니다.
2022년 모 신문에서 입시 현장인 대치동의 모습을 묘사한 기사를 읽었다. 학원에서 나오는 청소년과 인터뷰를 하였는데 아이의 대답은 “방학 때 영혼까지 갈아 먹어야죠. 지금 3등급인데 못 끌어올리면 ‘인 서울(서울소재 대학 입학)’은 종 쳤어요.”라고 말한다. 입시경쟁의 치열함이 어느 정도인지 느껴진다. 중고교생의 절반에게 가장 큰 고민은 공부이다. 고민의 1순위가 공부와 성적이지만 청소년에게 고민의 본질은 공감과 사랑의 부재이다. 부모가 자신을 자녀가 아니라 성적으로 바라본다는 느낌이다. 청소년들이 부모로부터 듣고 싶은 말을 물었더니 답은 사랑이었다. “성실하게 하고 있구나!” “네가 진짜 행복했으면 좋겠다!” 같은 사랑의 마음을 원했다. 자녀의 성취도에 따라 격려와 위로가 사랑으로 나타나지 않으면 아이들은 어떤 성적을 거두든지 불행할 수밖에 없다. 부모에게 성적보다는 자녀가 더욱 중요하다는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니 정말로 자녀를 사랑으로 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녀를 키울 때 필자를 포함하여 누구나 놓치는 부분이다. 아이를 진심으로 칭찬하고 마음으로 사랑하는 것은 정말로 어렵다. 인간에게는 본능이 있기 때문이다.
감성 지능은 피그말리온(Pygmalion) 효과와 관련이 있다. 피그말리온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조각가인데, 스스로 이상적인 여인 조각상을 만들어 그것과 사랑에 빠졌다.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에 의해 그 조각상은 실제 여자가 되었고, 피그말리온은 그녀와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이다. 그의 사랑에 감동한 아프로디테가 생명을 불어넣어준 것이다. 이 이야기는 긍정적인 믿음과 암시를 의미하는 피그말리온 효과로 재탄생하였다.
피그말리리온 효과를 다룬 책으로『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가 있다. 작은 일이라도 아이를 자주 칭찬하면 더 잘하고 집중력도 좋아지고 학업성적도 좋아진다. 초등학교와 유치원 아이 2536명을 3년 동안 관찰한 연구를 보면 교사가 칭찬을 많이 할수록 수업 집중도가 20~30%, 행동 개선효과는 60% 높았다. 칭찬을 더 많이 받은 그룹은 성적도 약 30% 올랐다. 아이들은 기다려 주고 믿어 주고 응원해 주는 만큼 성장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일부 비판이 제기되지만, 피그말리온 효과로 유명한 로버트 로젠탈(Robert Rosenthal) 교수 등의 연구는 유명하다. 미국의 초등학교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지능지수 검사를 한 뒤 무작위로 일부 학생을 무작위로 뽑아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할 아이’라고 발표했다. 칭찬과 기대를 받은 아이는 실제로 성적과 지능이 올라갔다.
학습에서 수학과 읽기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사람들은 수학 같은 과목은 타고난 사람이 잘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수학 같은 과목도 자신감이 중요하다. 그것도 근거 없는 자신감(‘근자감’)까지 필요하다. 필자의 생각이 아니라 2022년 미국 위스콘신 대학 등 다국적 연구팀의 연구 결과로 나온 주장이다. 스스로 수학이나 읽기 과목을 잘한다고 생각하면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는 학생에 비해 실제 성적이 높아진다. 스스로 잘한다고 생각하는 학생은 해당 과목 수업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관심을 갖고 노력하기 때문에 성적이 자연스럽게 오른다. 학생이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경우 학부모나 교사가 자신감을 북돋워 주면 성적이 향상된다. 칭찬해주고 격려하여 자신감을 갖도록 해주는 것이 성적 향상과 향후 진로 결정에도 도움이 된다.
칭찬할 때 어떤 면을 칭찬할지도 중요하다. 부모들이 종종 아이에게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안 한다고 말하면서 조금만 하면 잘할 거라고 말한다. 그러나 머리가 좋다는 말은 오히려 학습의욕과 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을 연구 결과가 보여 준다.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 하지 않고 스스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을 한 아이가 성적이 더 좋게 나타난 것이다. 반면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고 ‘난 수학을 아주 잘 해’라고 생각하거나 말하는 아이는 시험 점수는 향상되지 않았다. 이 실험은 수학 과목을 연구 대상으로 한 것은 특히 수학에 대한 적성과 자신감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노력에 대한 내면적인 자기대화나 확신은 아이가 자신의 능력 부족을 극복하게 해준다. 그래서 노력을 칭찬해야 한다. 지능은 유전적으로 정해지는 것이라고 이해한 사람과 역사적으로 천재는 도전 정신과 노력으로 탄생했다고 믿는 사람은 다르다. 전자의 사람은 주어진 과업에 집중하였지만 오류가 났을 때 이를 수정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반면 후자는 실수를 해도 보다 효과적으로 일을 처리하려는 능력을 보였다. 지능과 능력은 타고난 것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노력하기에 달린 것이라는 점을 강조할 때 능력이 향상된다.
칭찬은 곧 그 사람에 대한 믿음과 지지를 의미한다.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여자보다는 남자가 그중에서도 장남이 더 지지를 받는다. 이러한 사회적 환경은 결국 남자아이 그리고 장남의 지능이 더 개발되는 쪽으로 영향을 주었다. 장남은 보통 지능지수가 높다. 유전적인 영향은 없으며 가족 내에서 받는 지지와 기대가 이런 결과를 낳는다.
피그말리온 효과의 반대는 낙인 효과 또는 스티그마 효과(Stigma Effect)이다. 부정적인 말과 부정적인 편견을 경험한 사람들은 부정적인 행동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자녀를 키울 때 특히 유의하여야 한다. ‘넌 누굴 닮아서 공부를 못 하니!’ 최악의 언어폭력이다. 이런 말은 꿈에서도 해서는 안 된다.
명심할 것은 비난은 뇌리에 박히고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는 점이다. 인간은 비난에 더 민감하도록 진화됐다. 비난받는 것은 마치 맹수를 만났을 때처럼 생존의 위협으로 받아들여 민감하게 반응한다. 비난은 장기 기억으로 남아 부정적인 감정은 오래 지속된다. 특히 낯선 사람보다는 가족 등 믿고 의지하는 사람의 비난이 훨씬 큰 영향력을 끼친다. 인간이란 잘못을 안 할 수는 없다. 만일 잘못하여 자녀가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게 되었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다시는 그런 실수는 하면 안 되고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하여야 한다. 그것도 평생토록 노력해야 한다. 물론 비판을 안 할 수는 없다. 적절한 시기에 일상에서 평온한 마음으로 공감과 칭찬을 먼저하고 조리 있게 얘기하고 대안도 함께 얘기하는 게 효과적이다.
이러한 지지는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가져오게 하는 힘이 있다.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 즉 자유 의지에 대한 믿음이 강할수록 능력이 뛰어나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능이나 인내심이 타고한 것인지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는지를 질문한 연구 결과로 나온 것이다. 그 결과 자기 자신의 노력을 믿고 자유 의지를 확신하는 학생일수록 학구적인 성향을 보였으며 실질적으로 높은 학업 성취도를 보였다. 연령, 성별, 문화적 차이 등을 감안하여 통계적인 분석을 했을 때도 동일한 결과가 나타났다. 자유 의지에 대한 믿음이 강한 사람은 실패에 순응하기보다 도전 정신을 가지고 진취적으로 성과를 얻으려는 노력을 한다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이나 토마스 에디슨 등 천재적인 업적을 남긴 사람들은 그들의 타고난 천재성보다는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스토리가 동기를 자극할 수 있다. 그래서 아인슈타인보다는 에디슨과 같은 유형의 과학자로부터 더 큰 자극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점은 실험으로도 증명되었다. 실험참가자 176명에게 천부적인 재능으로 성공한 아인슈타인과 수천 번의 시도 끝에 전구를 발명한 것으로 알려진 에디슨의 스토리를 들려주었다. 아인슈타인의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과학자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특출한 재능을 타고 나야 한다고 생각하고, 에디슨 이야기를 들은 사람은 지능을 가변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을 보였다. 에디슨의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이 문제해결을 위한 동기를 부여받은 것이다. 과학 분야에서 성공하려면 천재여야 한다는 편견이 형성되어 머리가 좋아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깔리면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욕이 줄어든다.
자녀를 교육시킬 때 부모 스스로의 언행도 중요하다. 부모가 열심히 사는 모습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교육이다. 아이들은 돌을 막 지난 시기부터 부모를 보고 인내심을 배운다고 한다. 생후 13~15개월의 유아 262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 그것을 말해준다. 두 그룹으로 나눠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여러 차례 보여 준 뒤 아이가 직접 해보도록 했다. 한 그룹의 아이에게는 2분 동안 여러 번의 시도를 통해 어렵게 해내는 것을 보여줬다. 다른 그룹의 유아에게는 10초 내에 간단하게 해결하거나 몇 번 시도하다 포기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전자의 유아들은 끝가지 해결하려고 시도를 했지만 후자의 아이들은 쉽게 포기하였다. 아이의 인내심은 부모의 영향이 크다. 아이들은 부모가 하는 말보다 부모의 행동을 보고 배운다.
이 모든 설명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자녀에 대한 사랑이다. 그 사랑의 방법은 쉽지 않다. 인간에게는 생존본능이 있으며 그 생존본능은 자녀에게까지 투사된다. 그러다보면 사랑이 아니라 생존능력을 키우는 쪽으로 ‘탈선하여’ 인간의 욕심이 자녀를 망가지 한다. 자녀가 진정한 사랑을 느껴야 잘 살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