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부모의 나이 자녀의 운명을 좌우한다

이 글은 2022년 출간한 <미래형인재 자녀교육>을 업데이트 한 것입니다.



요즘 사람들은 결혼을 하지 않는 ‘비’혼이 많고 결혼을 하더라도 늦게 하는 만혼도 많다. 이번에는 부모의 결혼연령이 아이의 지능에 미치는 영향이 있는지를 알아본다.


아버지의 나이가 40대를 넘는 경우 아이가 자폐아가 될 위험이 높다고 한다. 1980년대에 태어난 이스라엘 아이 31만8천506명을 분석한 결과이다. 40대가 넘은 아버지에게 출생한 아이는 아버지가 30세가 되기 전에 태어난 아이에 비해 자폐증을 겪게 될 위험이 거의 6배 높았다. 아버지가 30~39세일 때 태어난 아이는 아버지가 30세 전일 때 태어난 아이에 비해 자폐증의 위험성이 1.5배 높았다. 어머니의 나이는 자폐증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아버지가 자폐증 환자인지 여부에 대한 정보가 없기 때문에 이 연구 결과는 한계가 있다. 아버지가 자폐증인 경우라서 늦게 결혼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치만 보면 분명 아버지의 나이와 상관관계가 있음이 눈에 띈다.


또한, 아버지의 나이가 많으면 자녀가 조현 병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연구도 있다. 조현 병 환자 1600여 명을 대상으로 유전체 분석을 한 연구이다. 아버지의 나이가 10년 증가할 때마다 자녀의 조현 병이 조기 발병될 위험이 30%씩 증가했지만 어머니의 나이는 관련이 없었다. 자녀뿐만 아니라 손자 손녀에게까지 영향을 준다.

할아버지가 늦게 자녀를 낳은 경우에도 그 손주는 자폐증에 걸릴 위험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할아버지가 50세 이상일 때 태어난 부모로부터 출생한 아이들은 그보다 젊은 나이일 때 자식을 낳은 경우보다 자폐증이 걸릴 확률이 1.7배나 더 높았다.


이 연구에서 부모의 나이는 자녀의 자폐증 위험성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에서 부모의 나이가 자녀의 자폐증에 영향을 준다는 것과는 상반되는 결과이다. 자폐증과 관련된 조부의 유전자가 아버지 세대를 거치면서 변이를 일으키고 그것이 손주에게로 전해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버지가 늦게 결혼한 경우 자녀에게 정신적인 질환이 나타나는 이유도 밝혀졌다. 아버지의 나이가 많을수록 자녀의 유전자 변이 발생빈도가 증가한 것이다. 아버지의 나이가 20세인 경우 25개의 변이 유전자를, 40세의 아버지는 65개의 변이 유전자를 물려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어머니는 나이와 상관없이 평균 15개의 변이 유전자를 자녀에게 물려주었다. 여자는 난자를 한꺼번에 가지고 태어나지만 남자는 매번 새로운 정자를 만들다 보니, 나이가 들면 유전자 결함이 있는 정자를 생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추정이다.


남자가 늦은 나이에 아이를 낳으면 유전자 돌연변이가 나타나는 이유는 그동안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채 학계의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다. 초파리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정자 형성 과정에서 돌연변이를 제거하는 능력이 나이가 들수록 떨어지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어린 초파리는 정자가 형성되는 동안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세포의 비율이 최대 60% 감소했지만 늙은 초파리는 세포 비율에 변화가 거의 없었다. 사람도 나이든 아버지로부터 더 많은 돌연변이를 물려받는다면 이는 신생아 유전 질환이나 특정 유형의 암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음을 암시한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59-022-01958-x


실제 사람도 그렇다. 아이슬란드인 1만4천 명의 게놈(유전체)을 분석한 결과 아버지에게는 8개월에 한 번씩 새로운 변이가 나타나고, 어머니에게는 3년에 한 번씩 새로운 변이가 나타난다. 부모 모두 30세인 경우 아버지로부터는 변이된 유전자를 평균 45개를 물려받고 어머니에게서는 11개의 변이 유전자가 전해졌다. 부모의 나이가 많을수록 자식에게 나타나는 변이가 그만큼 많아진다. 물론 변이 자체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유전체의 다양성을 가져와 종의 생존능력을 향상시키는 등 진화의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녀의 유전관련 질병의 대부분 또한, 이러한 변이로 인해 일어난다.


또한, 아버지의 나이가 많으면 아들의 사회 적응력이 떨어지고 정신분열병과 자폐증 위험이 높으며 지능지수도 평균적으로 낮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16~17세 남녀 45만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로 우리가 다루는 지능과 관련된 흥미로운 연구이다. 하지만 사회성이 낮은 사람은 결혼을 늦게 했을 가능성이 있고, 이런 특성을 아들에게 물려주었을 가능성이 있다.


1959년~1965년 미국에서 태어난 3만 여명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지적 능력에 대한 조사를 한 연구 결과도 아버지의 나이가 많을수록 아이의 지적 능력 점수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버지의 나이가 50세인 경우 IQ가 평균 100.7이었는데, 아버지의 나이가 20세인 경우 IQ 평균 106.8로 상당한 차이가 있다.


반대로 출생 당시 엄마의 나이가 많은 아이들의 경우에는 오히려 지적 능력 점수가 높게 나타났다. 1973년부터 2001년까지 스웨덴에서 태어난 261만 5,081명을 대상으로 그들의 140만 8,669명의 아버지와 140만 4,484명의 어머니를 분석한 대규모 연구 결과도 있다. 분석결과 45세 이상의 아버지로부터 태어난 아이들은 20~24세의 아버지로부터 태어난 아이들보다 정신과 질병 및 학업 능력의 저하가 더 빈번히 관찰됐다. 특히 학업 성적 저하 및 학업 성취도 저하는 1.5배 정도 그 가능성이 더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과학 연구가 일관성이 있으면 좋겠지만 늘 반증이 나온다. 그것이 과학이다. 그런 논증과 반증을 거치면서 과학은 발전한다.


늦게 결혼하면 아이가 수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도 있다! 12세가 된 영국계 쌍둥이 1만5000쌍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를 보면 아버지가 늦게 아이를 낳을수록 남자아이는 더 지적이며 집중력을 보이고 남들과 어울리는 일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 괴짜 성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았다. 특히 남자아이의 경우 자라면서 수리과학(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 STEM. 과학, 기술, 공학, 수학) 과목에서 뛰어난 성적을 받았다.


이 연구가 분석하지는 않았지만 고령의 아버지는 상대적으로 사회적 지위가 높고 경제력도 좋기 때문에 자녀가 유복한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요인이 있을 수도 있다. 또한, 지능이 높고 고학력자인 경우 결혼도 늦다. 이 연구에서 어머니의 나이는 자녀의 지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고 아들과 달리 딸은 어느 부모의 나이에도 영향을 받지 않았다. 결국 부모의 나이와 아이의 지능 간의 상관관계는 일부 반론이 나오면서 아직 확실하지는 않다. 앞으로 추가적인 연구 결과를 기대해야 할 것 같다.



미래형인재자녀교육(표지3D).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진심으로 칭찬하고 마음으로 사랑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