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출간한 <미래형 인재 자녀교육>을 업데이트 한 글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수포자’ 또는 ‘과포자’라는 말이 많이 사용된다. 수학이나 과학을 포기한 청소년을 말한다. 특히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수학이나 과학을 문제풀기 위주로 교육을 받으며 자란다. 청소년은 수학이나 과학이 어렵고 지루한 것으로 받아들여져서 더욱 많은 수포자나 과포자가 양산되고 있다. 정말로 불행한 교육환경이다. 물론 이것만이 문제는 아니다. 특히 아동·청소년기에 수학이나 과학을 포기하거나 중단하면 뇌 인지기능 발달에 좋지 않다. 어려서 수학적 감각을 제대로 익히지 못하면 청소년기에 ‘수포자’가 되기 십상이고 평생 수학적 논리적 능력이 손상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수학이나 과학은 선천적이고 타고나는 면이 강하다. 그러나 다른 과목도 마찬가지이다. 일반적인 수학적 능력과 관련해 유전학적 연구가 있어왔다. 2023년에는 수학 능력과 특정 유전자와의 상관관계가 처음으로 발견되었다. 어린이들의 수학 능력과 강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유전자 변이이다. 수학과 추론 능력이 7개의 단일 염기(nucleotide) 유전자 변이와 강한 연관 관계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또한 세 가지 특정한 수학적 능력 범주와 유의하게 상관관계가 있는 세 개의 유전자도 발견했다. 그런데 자폐증과 발달장애 유전자들이 수학적 능력과 연관되어 있다는 암시도 나타났다.
https://onlinelibrary.wiley.com/doi/10.1111/gbb.12843
그러나 유전자만으로 수학적 능력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뇌 과학에 의하면 후두정엽 ‘두정엽내고랑’이라는 영역이 수학적 능력과 직접적으로 관련된다. 2022년 연구에 의하면 두정엽내고랑이 잘 발달돼 있더라도 학습을 담당하는 해마와 강하게 연결되지 않은 경우엔 수학적 감각이 떨어지고 성적이 좋지 않다. 과학자들이 수학을 못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수학 개념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프로그램을 4주 동안 운영했다. 기초부터 차근차근 이해할 수 있게 도왔다. 4주 뒤 연구팀이 이들을 대상으로 다시 시험을 치게 하고 뇌를 관찰해 보니 뇌신경 연결성이 이전보다 강해지고 성적도 올랐다. 다시 말해 인간의 뇌는 끊임없이 변한다는 가소성을 확인한 것이다. 어린 아이들이 ‘수포자’가 되게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단순히 성적을 올리려고 학원에 보내 문제풀이를 반복하게 하면 수학에 더욱 흥미를 잃고 ‘수포자’가 되게 한다. 새로운 개념을 정확히 잘 가르치고 현실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다양한 사례를 제시해 흥미와 학습 동기를 이끌어 수학을 못하더라도 관심을 갖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우리나라 같은 입시학원은 절대금기이다. 더 중요한 것은 한번에 ‘1등’이 되게 하려하거나 문제를 푸는 능력만 키우려 한다면 하지 않는 것이 더 좋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학이나 과학에 흥미를 갖도록 하는 것이다. 수학에 흥미를 가지라고 말하지 말고 기다려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