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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계의 사회적 거리두기와 공진화와 공존


도시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사람 사이에 전파되는 전염병이 창궐할 위험성도 크다. 그러나 위생 체계와 의학 기술 덕분에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다. 신종 전염병이 나타나도 방역 체계와 대응 방법을 찾아내는 과학자들 덕분에 최악의 위기는 피해왔다. 사회적 거리두기, 사회적 면역, 백신, 치료약, ‘사회적’ 의료 등이 그것이다. 사회적 면역은 집단 전체에 병원체가 퍼지지 않도록 하는 집단 위생과 건강관리를 의미한다. 사회생활을 하는 개미나 꿀벌이 병에 걸린 동료를 보살피거나 입으로 면역물질을 전달하는 행동을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자연에서는 이미 있는 행동이다. 흰개미는 독이 있는 곰팡이에 감염되면 몸을 떨어 감염 신호를 보낸다. 꿀벌은 애벌레도 박테리아에 감염되면 신호 화학물질을 분비한다. 감염 신호를 낸 애벌레는 냉정하게 벌집 밖으로 내다 버린다. 카리브 해 닭새우는 동료가 병에 걸리면 바로 둥지를 나와 피신한다. 흡혈박쥐는 동료가 감염되면 털 손질을 중단하지만 먹이는 계속 준다.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목적은 같다. 고동털개미(Lasius niger)는 병에 걸리면 접촉을 꺼리고 집을 떠나기도 한다. 죽음 때에도 다른 개미와 접촉하지 못하는 곳으로 이동했다. 스스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것이다.


불개미는 독으로 사회적 면역을 한다. 산성용액인 개미산을 분비해 천적을 물리치고 먹이를 마비시킨다. 동료의 입에 먹이를 전해주는 영양교환에서 개미산도 함께 전달한다. 그래서 항균 물질이 소화기관까지 들어가 병원균을 없앨 수 있다. 여왕개미는 처음 알에서 깬 일개미에게 먼저 독성 항균 물질을 전해준다. 일개미는 다시 애벌레에게 전달하고 결국 전체로 항균 물질이 퍼진다. 인간으로 치면 자연백신을 주고받는 것이다.


개미처럼 좁은 공간에서 살아가는 곤충은 전염병에 취약하다. 개미 한 마리가 다른 개미를 감염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개미는 천연 항생 물질을 이용해 타고난 면역을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위생 관리도 철저히 한다. 아르헨티나 개미는 곰팡이에 감염되면 서로 곰팡이 포자를 제거해 감염을 막는다. 이렇게 각 개체가 서로의 위생을 관리해 집단 전체가 면역을 유지하는 것을 집단면역이라고 말한다. 개미 같이 대규모로 집단생활을 하는 곤충이 멸종하지 않고 진화할 수 있는 것은 군집 생활에서 퍼질 수 있는 전염병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본래 타고난 면역과 더불어 철저한 위생 관리를 통해 전염병을 예방한다. 의료행위나 위생관리는 인간문명에만 있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인간은 이에 조금 더 발전된 시스템을 갖추어 의사 같은 전문 직업을 만들었다.


꿀벌도 복잡한 사회를 이루고 밀집 생활을 한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꿀벌이 벌집에 들어가면 집단 감염된다. 꿀벌과 바이러스 간에 생존경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벌은 다른 벌보다 영양교환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벌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벌과 일종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꿀벌은 몸에서 풍기는 식별 물질을 감지해 같은 군집의 동료가 아니면 벌집에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 그런데 이러한 ‘경비’ 벌은 외부에서 온 건강한 벌은 15%만 통과시키는 데 비해 바이러스에 감염된 벌은 30%나 통과시켰다. 아마도 바이러스가 꿀벌이 분비하는 유기물질을 변화시켜 경비 벌을 속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바이러스에 감염된 벌은 몸에 묻어 있는 유기물질이 달랐다. 바이러스가 화학적 ‘신분’을 위조한 것 같다. 인간 감염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키는 것과 같다. 더 흥미로운 것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벌은 경비 벌에게 더 순종적이며 영양교환을 더 자주 하여 경비 벌의 감시를 느슨하게 만든다. 진화의 역사에서 종간의 생존경쟁은 끝없이 이어진다. 인간과 바이러스의 생존경쟁도 계속 될 것이다. 누가 살아남을 것인지가 자연선택이다. 살아남은 종이 ‘적자’이다. 인간은 아직까지는 적자이지만 미래를 장담할 수는 없다.


개미가 곰팡이에 감염되면 몸 안으로 침투해 자란다. 개미들은 감염된 개미 몸에 붙은 곰팡이 포자를 제거한다. 개미들도 ‘사회적’ 치료를 하는 셈이다. 곰팡이는 포자를 더 많이 만들어 대응했다. 개미가 감염된 동료를 보살피는 행동이 줄어들었다. 곰팡이는 화학신호를 바꿔 개미에게 들키지 않도록 자신을 위장한 것이다. 개미의 집단 면역 행동이 병원체의 진화를 촉발한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도 인간의 사회적 거리두기나 백신에 변이로 대응하고 있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59-023-01981-6


2020년부터 몇 년 동안 코로나바이러스와 인간이 생존경쟁을 벌였다. 불행히도 바이러스는 멸종되지 않았다. 다행히도 인간도 멸종되지는 않았다. 양측 다 살아남았다. 바이러스는 변이를 일으키며 살아남았다. 인간은 사회적 거리두기, 백신, 사회적 치료 등을 동원하여 ‘큰’ 피해는 없이 살아남았다. 안타깝게도 코로나바이러스에 취약한 사람들은 수백만 명이 세상을 떠났다. 인간 전체로 보면 유전자 풀이 바뀐 것이다. 유전자 풀이 바뀌는 것은 곧 진화를 의미한다. 결국 코로나바이러스와 인간이 공진화를 통하여 공존한 셈이다. 이것은 자연의 역사였고 자연스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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