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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마지막 과제 치매예방과 운동

운동을 하면 건강에 좋고 비만 예방은 뇌도 건강해지고 정신적 건강도 지킬 수 있는 일석‘다’조의 효과가 있다. 특히 나이 들어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치매 위험은 높아진다. 치매는 인생의 비극 중 가장 큰 비극이다. 프랑스 배우 알랭 들롱은 스위스에서 노년을 보내고 있다. 1935년생인 그는 자신이 안락사를 선택하기로 했다. 스위스는 자기 생명을 본인이 결정하는 안락사를 법적으로 허용하는 대표적인 나라이다. 중증 치매로 아들딸도 알아보지 못하고 똥오줌도 못 가린다면 누구나 살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치매에 걸리면 본인은 아무 것도 모르고 그를 바라보는 사람만 괴롭다. 치매처럼 인간에 대해 회의감을 가져오는 질병은 없다. 나도 안락사를 결정한 지 오래되었다. 이미 내가 어떤 문제가 생기면 당시의 법으로 허용된 범위에서 최대한 빨리 떠나게 해달라고 의견을 전했다. 그나마 치매가 오지 않게 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싶다. 그 중에 운동이 가장 좋은 선택 중 하나이다.


운동은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에게도 효과가 있다. 동물의 ‘동’이 움직인다는 또는 운동한다는 뜻이니 자연스럽다. 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했더니 운동을 꾸준히 한 쥐의 근육세포에서 생긴 한 단백질(cathepsin B)이 뇌로 전달돼 새로운 신경세포 생성을 유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신경세포는 뇌 세포이니 뇌 건강에 좋은 것이다, 운동을 하면 근육세포가 분비하는 단백질 이리신(irisin)이 뇌로 이동해 알츠하이머 치매로 손상된 생쥐의 인지기능을 회복시킨다. 운동은 항염증 기능을 하는 혈액 내 단백질(clusterin)을 증가시켜 만성염증으로 인한 치매와 우울증을 예방한다. 심지어 운동을 한 쥐 혈액의 혈장을 운동하지 않은 쥐에 주입해도 뇌세포 생성이 증가하고 인지 기능이 향상된다. 경도인지장애 환자도 6개월간 유산소 운동을 하면 항염증 단백질이 증가하고 염증을 일으키는 단백질은 감소한다. 운동 하나로 인생의 비극 치매를 어느 정도 완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인지 기능이란 뇌에 정보를 저장하고 저장된 정보를 꺼내 사용하는 모든 행위, 즉 기억하고 생각하고 판단하고 실행하는 능력을 말한다. 나이가 들며 학습 능력과 기억의 속도가 느려지고 기억력이 떨어진다. 인지 기능 저하를 막는 가장 효과적 방법으로 운동이 추천된다. 규칙적으로 신체 활동을 하면 퇴행성 뇌질환에 걸릴 위험도 낮아진다. 알츠하이머병은 규칙적 운동을 통해 신체 활동을 늘리면 진행을 늦출 수 있다. 운동을 하면 뇌에 염증이 덜 생기고 시냅스 연결이 강화된다. 건강한 육체와 정신을 유지하는 건강노인에게 요구되는 운동량은 그렇게 많지 않다. 매일 걷기만 해도 좋다.


비타민D를 복용한 노인은 치매 발병 위험이 아주 낮춘다는 연구결과가 2023년에 나왔다. 70세 전후 고령자들을 약 10년 동안 추적‧관찰한 결과 비타민D 보충제를 복용한 이들의 치매 발병률이 4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이나 치매유전자가 없는 사람에게 효과가 크다. 비타민D는 알츠하이머병의 특징 가운데 하나인 아밀로이드를 뇌에서 제거하는 과정에 관여한다. 또 치매 발병요인으로 알려진 타우 단백질 축적으로부터 뇌를 보호하는 데에도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https://alz-journals.onlinelibrary.wiley.com/doi/10.1002/dad2.12404


 이 연구의 문제점은 연구대상자의 생활습관과 건강이력에 대한 데이터를 사전에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른 요인이 치매에 영향을 줄 수 있는데 그 점을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타민D를 챙겨 먹는다는 것도 하나의 생활습관으로 이런 사람은 생활습관이 다를 수 있다. 또한 비타민D 보충제가 치매 예방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증거가 부족하다. 하지만 비타민D와 치매가 명확한 연관성을 가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비타민D 결핍이 치매의 원인이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치매 증상이 나타난 사람들은 비타민D 생성을 자극하는 야외 활동을 덜 할 수 있기도 하다. 아무튼 비타민D를 먹으면 손해 볼 일은 없으니 먹을 것을 권장한다.


운동이 치매예방에 좋다는 것은 오랜 세월 입증된 사실이다. 2022년 61세 약 5만 명의 일본인을 대상으로 20년이라는 긴 기간을 관찰한 연구를 보면 분명하게 드러난다. 특히 골프와 테니스, 수영과 같은 레저 스포츠를 꾸준히 한 남성들은 치매 위험이 낮다. 이런 운동을 많이 한 상위 25%인 남성들은 치매에 걸릴 확률이 37%나 낮았다. 이들은 모두 레저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었다. 심지어 흡연이나 음주량, 체질량을 감안해도 마찬가지로 낮았다. 술이나 담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희소식이지만 치매에 좋지 않다는 연구도 있으니 안심은 금물이다. 조사가 끝난 지 9년이 지난 후에도 레저 스포츠를 많이 하는 남성은 가장 적게 하는 남성에 비해 치매 진단을 받을 가능성이 28%나 적었다. 운동의 강도는 중요하지 않았다. 강도에 상관없이 꾸준하게 운동한 남녀가 다른 그룹에 비해 치매에 걸릴 위험이 낮았다. 특히 골프를 칠 때 완벽한 퍼팅이나 벙커를 피하기 위해 머리를 쓰는 것이 치매예방에 도움이 된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다른 사람과 골프를 치면서 이뤄지는 사회적 상호작용도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 골프와 같은 레저 스포츠는 게임에 필요한 정신활동과 사회적 관계로 인해 치매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 반면 여성의 경우, 골프가 치매 위험을 감소시키지는 않았다. 오히려 여성들은 집안일을 하는데 인지 활동이 수반되는데다, 이미 여성이 남성보다는 더 큰 사회 관계망을 갖고 있어서 차이가 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금 의심스러운 것은 있다. 치매 증상이 없는 건강한 사람이 운동을 좋아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인과관계가 복잡하게 얽혔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여전히 의지를 가지고 운동을 한다면 치매에 좋을 것이다.


치매를 예방하려는 노력은 삶의 마지막에 너무도 중요하다. 본인이나 가족의 불행이 끝없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같이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2022년 17.5%에서 2025년 20.6%, 2035년 30.1%, 2050년 40.1%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여 사회문제이기도 하다. 65세 이상 노인 중 10% 가량이 치매이니 남의 일이 아니다. 치매는 발병 후 간병기간이 길고 가족의 고통은 심각하다. 게다가 상속을 둘러싼 분쟁까지 복잡하게 얽혀진다. 치매부모를 간병한 자녀와 무관심한 자녀 간 갈등은 상속분쟁으로까지 이어진다. 살아있을 때 상속문제를 명확히 하고 열심히 운동하여야 한다. 그래야 삶이 즐겁고 마지막 남은 자녀의 기억도 좋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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