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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아름답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태어나자마자 대수술 받는 아이들


2021년 12월 9일 태어나자마자 선천성 희귀난치병 때문에 중환자실에서 보내진 아이에 관한 뉴스가 나왔다. 로빈증후군과 스티클러증후군이 있는 아이이다. 로빈 증후군(Robin syndrome)은 심각한 호흡장애가 생기고 음식을 제대로 못 먹는다. 스티클러 증후군(Sticklers syndrome)은 척추측만, 망막이상 등의 복합적인 증상이다. 아이는 생후 7개월이 될 때까지 5차례 수술을 받았다. 태어나자마자 선천적인 유전자 이상으로 고통 받는 아이들이 한두 명이 아니다. 다행히 여러 기부단체에서 모금을 해주어 치료비를 도와주고 있다. 안타까울 따름이다.


머리가 3개인 아이 머리에 아이가 있는 아이

    
 

2019년에는 인도에서 머리가 세 개인 아이가 태어났다.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도 매우 드물지만 유사한 사례가 있다. 뇌류(encephalocele)라는 증상에 의한 것으로 신경관 결손으로 두개골이 열린 사이에 뇌실질이 돌출돼 있는 기형이다. 이렇게 태어난 아기의 생존 가능성은 55% 정도이다. 살아남는다 할지라도 시각장애와 지적장애, 발달지체 등의 증상으로 고생한다. 같은 해에 태어난 신생아의 머리 3개 중 2개를 제거하는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바 있다. 


중국의 한 살 된 아이의 머리 안에 일란성 쌍둥이의 태아가 발견되었다. 이 아기는 대두증과 운동 능력 상실 증상으로 병원에 왔다가 이러한 사실이 발견되었다. 태아는 혈관이 연결되어 영양분을 공급받아 뼈와 팔, 손까지 발달한 상태였다. 의료진은 태아를 두개골에서 제거했다. 세포 분열 과정에서 미처 분리되지 않은 부분이 뇌로 발달한 것으로 보인다. 쌍둥이는 임신 10~15주 사이에 엄마나나 다른 쌍둥이에 흡수되어 유산하는 경우도 있지만 태아 상태로 남기도 한다. 전 세계적으로 보고된 사례는 약 200건이다. 유아기에 많이 발견되지만, 성인에게서도 이례적으로 발견되기도 한다.

https://www.dailystar.co.uk/news/world-news/one-year-old-girl-enlarged-29411648


이런 뉴스를 대부분의 사람들은 듣고 싶지 않다. 외면하고 회피한다. 대체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과학적으로 설명하면 간단하고 명확하다. 생명과 진화의 오류이다. 평범하게 태어난 것을 감사하여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행운에 감사해야 한다는 뜻일까. 종교적으로 생각하면 복잡하고 모순적이다. 창조의 오류이기 때문이다. ‘신’의 ‘큰 뜻’이 있을 거란 설명도 하는 기독교인도 있다. 인간은 태어나 죽을 때까지 온갖 질병에 시달린다. 그 ‘오류’를 고치기 위하여 과학과 의학을 총동원하여 살아간다. 그렇지 않으면 인간의 자연수명은 40년 밖에 안 되고 너무 삶이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끔찍한 고통을 느끼는 뇌와 그 치료


복합부위통증증후군(Complex Regional Pain Syndrome, CRPS)이라는 병은 앓는 사람들의 삶은 끔찍하다. 1872년 미국 남북 전쟁 당시 처음 알려졌고 1994년에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이라는 이름이 정해졌다. 병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며 외상 때문에 뇌에서 통증을 감지하는 회로가 잘못되어 극심한 통증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추측한다. 마약성 진통제가 잘 듣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다리가 절단되는 통증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한다. 이 별을 앓는 사람들의 고통을 동영상으로 검색해보면 나오는데 정말로 보기도 힘들 정도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보기만 해도 너무도 끔직한 그들의 삶을 느낄 수 있다. 살짝 스치기만 해도 살갗이 찢어지는 통증을 느끼는 것을 신경병성 만성통증 환자라고 한다. 신경병성 통증이 느껴지는 메커니즘은 말초와 척수 수준에서 밝혀졌고, 통증이 만성화되면 말초나 척수신경을 넘어 뇌 안에서도 작동한다는 것이 알려졌다. 2020년 신경 손상으로 인한 만성 통증은 뇌의 통증 조절 시스템이 오작동하여 발생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사실 이는 필자 같은 일반인도 예상할 수 있지만 과학적으로 처음 밝혀진 것이다. 생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 극심한 만성통증을 겪는 생쥐는 통증 감각 조절에 관여하는 중뇌의 수도관 주위 회색질(Periaqueductal Gray, PAG) 영역의 활성도가 현저하게 떨어진다. 일반 생쥐는 이 회색질에서 대사성 글루타메이트 수용체 5(Metabotropic Glutamate receptor 5, mGluR5) 물질이 지속적으로 활성화돼 있다. 뇌의 통증조절 기능이 정상 작동하기 위해서는 이 물질이 지속적으로 활성을 유지해야 한다. 생쥐에게 대사성 이 수용체의 활성을 높이면 강력한 진통효과를 발휘해 만성통증이 개선되는 것이 관찰됐다.


외계인손 증후군


외계인손 증후군(낯선 손 증후군, Alien Hand Syndrome, Anarchic Hand, AHS)은 양쪽 뇌 사이를 연결하는 뇌 량이 손상 받아서 나타날 수 있다. 이 손상 탓에 한쪽 뇌에서 일으킨 활동이 더 이상 다른 쪽 뇌의 조정을 받지 못하고, 이 병에 걸린 환자는 양손 중 한 손의 통제력을 완전히 잃어버린다. 그들의 ‘외계인’ 손은 정상적인 손에 비해 이상한 행동을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수행한다. 이를테면 한 손이 바지를 입는 동안 다른 한 손은 바지를 벗으려고 한다. 이 증후군에 걸린 어느 여성은 왼손이 자신을 목 조르려 하여 번번이 잠에서 깨어났다고 이야기했다.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1964)에서도 그런 장면이 묘사된다. 이 영화에서 피터 샐러스는 한 손으로 자신의 목을 조르려고 하고 다른 한 손은 끊임없이 그것을 저지한다. 이런 경우에는 어느 정도의 자유의지가 적용되는가?


감금 증후군


감금증후군(locked-in syndrome)은 영혼이 육체에 감금된 것을 말한다. 뇌와 감각은 정상이지만 운동신경이 제 기능을 못하여 움직일 수 없고 의사소통도 불가능하다. 감금 증후군은 루게릭병이 대표적이다. 온몸의 근육이 천천히 마비되는 질환으로 스티븐 호킹 박사가 걸린 병이다. 2017년 스위스 와이스 생명신경공학센터의 닐스 비르바우머 교수 연구진은 뇌 활동을 컴퓨터로 해석해 의사소통할 수 없던 전신 마비 환자들 생각을 해독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중증 루게릭병 환자에게 질문하면서 뇌 표면에 흐르는 전기 신호의 변화, 즉 뇌파를 측정했다. 동시에 근적외선으로 뇌에 흐르는 혈액 속 산소 농도의 변화도 알아냈다. 뇌가 작동하면 혈액이 몰리면서 산소 농도가 증가한다. 예를 들어 한 환자는 ‘딸이 남자 친구와 결혼하는 데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10번 중 9번이나 ‘아니요’라고 분명하게 의사를 표명했다. 이번 실험에 참가한 환자들은 ‘당신은 행복합니까 ’라는 질문에 실험참가자 4명 모두 ‘예’라고 답했다.


마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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