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은 1974년 14.2%, 1980년 22.4%, 1991년 33.2%에서 2001년도에 70.5%, 2008년도를 전후로 80%까지 근접하였고, 이후 줄곧 70~80%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학교육이 엘리트양성 중심에서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보편교육 단계로 진입하였다. 이는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캐나나, 스페인, 노르웨이, 영국 등도 60%를 넘어서고 있다. 다른 OECD 국가들에서도 2000년대 들어 대학진학률이 가파르게 상승해 왔다. 대학교육이 엘리트 산실에서 하나의 복지대상으로 변화하였다.
우리나라에서 어린이집은 완전 무상이 되었고 국민의료보험의 보장도 확대되고 있다. 공교육과 보건이 복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반값등록금’에 대한 요구는 이러한 고등교육의 보편화 및 복지 영역 확대와 맞물려 있다. 2012년에 도입된 국가장학금 제도가 소득연계로 설계된 것도 등록금 제도의 계층적 역진성을 보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우리나라는 2008년부터 등록금이 동결되었다. 국가장학금과 각 대학의 적극적인 장학금 확충 노력으로 인하여 정치권이 약속한 반값등록금이 ‘사실상’ 성취되었다. 4년제 사립대학 재학생 1인당 평균 장학금은 국가장학금 도입 첫 해인 2012년 239.1만 원, 2017년에는 평균 358.8만 원에 달하였다. 이를 감안하여 사립대 재학생 1인당 실질부담 등록금을 추산하면 2012년에는 연간 499.9만 원, 2017년 기준으로는 연간 381.1만 원이다.
대부분의 OECD 국가들에서 거의 무상에 가까운 등록금을 책정하고 있기에 여전히 국민들은 우리나라의 체감 등록금 수준이 여타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고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무상 등록금이란 국가재정으로 즉 세금으로 교육을 한다는 의미이다. 유럽대학은 대부분 국가재정으로 운영한다. 개인 부담은 거의 없다. 미국 주립대학도 주 예산으로 운영하며 미국대학생의 등록금은 저렴하다. 이런 등록금과 우리나라 등록금을 비교하면 의미가 없다. 미국 사립대학의 등록금은 자율화되어 있다. 하버드 같은 대학이 전 세계적인 대학이 된 것은 1인당 교육비가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반값 등록금, 그래서 얻은 것이 무엇일까.
2021년 한국의 4년제 사립대학 학생 1인당 교육비는 1390만 원이다(인플레를 고려한 실질가격). 1인당 교육비는 교직원 급여, 대학운영비, 도서구매, 기계·기구 구매 등 교육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재학생 수로 나눈 값이다. 2011년에는 1230만원이었으니 10년 간 13% 올랐다. 2011년 1인당 국민소득은 2359만 원에서 2021년 4048만 원으로 72% 증가했다. 국민소득대비 1인당 교육비는 2011년 52%에서 2021년 34%로 떨어졌다. 경제협력기구 평균은 45% 내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 36개 국가 중 한국은 30위이다. 한국 보다 학생 1인당 대학 교육비를 덜 지출하는 국가는 그리스, 리투아니아, 멕시코, 칠레, 터키, 콜롬비아 등 그야말로 후진국뿐이다. 우리나라 사람으로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2023년 임용된 미국대학 교수의 연봉을 우리나라 명문 사립대학과 비교해보니 5~6배였다(경영학과). 우리나라보다 소득이 2배임을 감안하면 얼마나 우리나라 대학교수 연봉이 적을지 알 수 있다. 이름을 밝히지 않는 이 사립대학은 2023년 신임교수를 한 명도 뽑지 못했다. 대기업 신입사원 월급을 받고 교수로 갈 사람은 없었던 것이다. 경제학에서는 국내 대학 조교수의 초임이 미국 대학 조교수 초임의 3분의 1도 안 된다. 해외에서 공부한 우수 인재를 영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다른 분야도 별반 다르지 않으리라 본다. 10여 년간 ‘포퓰리스트’ 정치인과 그러한 정치인에게 표를 준 국민 덕에 학부모들의 등록금 부담이 적어진 것은 확실하다. 그로 인한 사립대학의 교육·연구 질 저하는 청소년에게 피해를 줄 뿐이다. 대학은 교육과 연구를 위한 곳이다. 대졸 신입사원 월급을 받고 누가 들어와서 교육을 하고 연구를 할지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오늘날 대학교수는 먹고살기 위하여 돈 벌러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사람이 되었다. 물론 박봉을 인내하며 사는 사람도 있다. 교수는 성직자가 아니다. 1인당 교육비가 낮으면 결과는 뻔하다. 사람들의 관심이 대학졸업장이라면 상관없다. 대학입시를 위해서는 ‘무한정’ 투자를 하지만 대학교육비를 조금만 늘린다하면 들고 일어나 반대하는 걸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그러나 교육에 관심이 있다면 기대할 것은 없다. 그 피해는 자신의 자녀가 본다는 것을 기억하여야 한다. 교육은 청소년 아니 자녀의 미래이다. 교육은 대학졸업장이 아니다. 자녀의 미래는 기성세대가 책임져야 한다(한국경제신문, 2023.3.13. 최인 서강대 경제학부교수 기고문 참고하여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