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비명이 들리나요

정확한 시점은 알 수 없지만, 최초의 생명이 약 40억 년 전에 출현하고서 30여 억 년이나 지나서야 식물이 지구상에 등장했다. 무려 30여 억 년이나 진화하고서야 식물이 탄생했으니 진화라는 것이 얼마나 긴 시간인지 실감이 난다.


식물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자연의 선물이다. 봄이 되면 피어나는 꽃과 푸르른 신록은 아름답다. 특히 우리나라의 소백산이나 유럽의 알프스산맥을 오르면 눈앞에 펼쳐지는 나무와 초원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2003년 파키스탄 북쪽 히말라야에서 본 꽃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당시 히말라야 등반대의 원정 대장이었던 친구를 따라 두 달간 히말라야를 갔다. 해발 약 7천 미터이고 바윗덩어리 하나가 2천 미터에 가까운 ‘트랑고타워’를 오르는 ‘암벽’ 등반대였다. 베이스캠프는 그 바위산 바로 아래 호수가 있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히말라야의 4천 미터 이상은 낮에는 자외선이 강하고 밤에는 매우 추워 식물은 아주 작고 드물다. 어느 날 하늘에 구름이 잔뜩 끼고 안개가 자욱하여 햇빛을 가렸다. 갑자기 주변에 꽃들이 피었다.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 구름이 하늘을 가려 자외선이 차단되자 어떻게 알았는지 꽃들이 핀 것이다. 이제 와서 생각하니 식물도 무언가를 ‘인식’하고 있었다.


정말로 식물이 인식능력이 있을까? 인간만큼은 아니지만 분명 있다. 우선 식물도 소리를 듣고 소리를 낸다. 식물도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해변 달맞이꽃에게 벌이 날아다니는 소리를 들려줬더니 더 달콤한 꿀을 분비하는 것이 관찰되었다. 식물도 상처가 나거나 목이 마르면 비명을 지를까? 그렇다. 인간이 듣지 못하는 초음파를 낸다. 어떻게 이런 ‘행동’을 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https://doi.org/10.1016/j.cell.2023.03.009


봄은 변함없이 찾아왔고 꽃은 화사하게 피었다. 사람들은 따스한 햇볕과 아름답게 피어난 꽃을 즐겼다. 그러나 지금은 꽃이 변함없이 찾아오지는 않는다. 온난화로 점점 개화시기가 빨라지고 있고, 벌과 나비도 멸종하고 있다. 레이첼 카슨(Rachel L. Carson, 1907~1964)은 자신의 저서 『침묵의 봄』에서 꽃이 피지 않는, 나비와 벌이 사라지고 새가 노래하지 않는 봄을 예견했다. 사람들은 꽃에 취해 못 느끼겠지만 벌, 나비와 새가 줄고 있으며 미세먼지는 하늘을 회색으로 가리며 찬란한 봄을 밀어버리고 있다. 너무 일찍 찾아온 봄에 식물은 무슨 소리를 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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