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저는 생모가 두 분입니다!


스티븐 호킹은 1988년『시간의 역사』를 출간할 때만해도 신의 존재를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유신론적인 과학자였다. 그런 그가 70세 문턱에서 자신의 병인 루게릭병을 견뎌내는 데 한계에 이르렀는지 신을 부정하는 태도를 보였다. 가톨릭의 성녀 테레사 수녀도 비슷한 태도를 보였었다. 자신이 돌보는 선량한 노약자와 중환자들이 간절한 기도와 간호에도 불구하고 처참한 최후를 맞는 것을 너무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2019년 인도에서는 머리가 세 개인 아이가 태어났다.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도 매우 드물지만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뇌류(encephalocele)라는 증상에 의한 것으로 신경관 결손으로 두개골이 열린 사이에 뇌실질이 돌출돼 있는 기형이다. 이렇게 태어난 아기의 생존 가능성은 55% 정도이다. 살아남는다 할지라도 시각장애와 지적장애, 발달지체 등의 증상으로 고생한다. 같은 해에 태어난 신생아의 머리 3개 중 2개를 제거하는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바 있다. 


중국의 한 살 된 아이의 머리 ‘속’에서 일란성 쌍둥이의 태아가 발견되었다. 이 아기는 대두증과 운동 능력 상실 증상으로 병원에 왔다가 이러한 사실이 발견되었다. 태아는 혈관이 연결되어 영양분을 공급받아 뼈와 팔, 손까지 발달한 상태였다. 의료진은 태아를 두개골에서 제거했다. 세포 분열 과정에서 미처 분리되지 않은 부분이 뇌로 발달한 것으로 보인다. 쌍둥이는 임신 10~15주 사이에 엄마나나 다른 쌍둥이에 흡수되어 유산하는 경우도 있지만 태아 상태로 남기도 한다. 전 세계적으로 보고된 사례는 약 200건이다. 유아기에 많이 발견되지만, 성인에게서도 이례적으로 발견되기도 한다.


이런 뉴스를 대부분의 사람들은 듣고 싶지 않을 것이다. 외면하고 회피한다. 대체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과학적으로 설명하면 간단하고 명확하다. 생명과 진화의 오류이다. 평범하게 태어난 것을 감사하여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행운에 감사해야 한다는 뜻일까. 종교적으로 생각하면 창조의 오류일까. 인간이 알 수 없는 신비로운 ‘신’의 ‘큰 뜻’이 있을 거란 설명도 하는 기독교인도 있다. 인간은 태어나 죽을 때까지 온갖 질병에 시달린다. 그 ‘오류’를 고치기 위하여 과학과 의학을 총동원하여 살아간다. 그렇지 않으면 인간의 자연수명은 40년 밖에 안 되고 너무 삶이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어머니에게서만 유전되는 미토콘드리아 DNA는 아이에게 심장병, 치매, 간질, 당뇨병, 암 등의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신생아 6000명 중 1명은 미토콘드리아가 일으키는 질환의 영향을 받는다. 미토콘드리아 질환을 막기 위해 미토콘드리아 기증 시술(mitochondrial donation treatment, MDT)’을 한다. 이 시술은 아기 아버지의 정자와 정상 미토콘드리아를 가진 여성의 핵을 제거한 난자를 수정시키는 방식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수정란을 어머니의 자궁에 착상시킨다. 생모가 두 사람인 셈이다. 세 사람의 유전자를 지닌 아기 연구는 이미 1990년대부터 진행됐다. 미토콘드리아 질환의 유전을 막기 위해 미토콘드리아 기증 시술(mitochondrial donation treatment, MDT)로 아기가 태어난 첫 사례는 2016년이다. 


신경장애를 일으키는 변이 유전자를 갖고 있고 이 유전자 때문에 두 아이를 잇달아 잃었고 네 번 유산한 요르단 여성이 있다. 당시 미국에서는 시술이 승인하지 않아 멕시코에서 이뤄졌다. 보수적 기독교 국가인 미국에서 어려운 일이다. 그녀는 병이 없는 건강한 아이를 낳고 싶었다. 다른 여성에게서 정상적인 미토콘드리아를 가진 난자를 제공받아 핵을 추출한 뒤, 그 자리에 유전적 결함이 있는 엄마의 난자에서 나온 핵을 넣고 아빠의 정자와 체외수정 시켰다. 아이는 부모의 유전자를 물려받지만,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는 난자를 기증한 여성에게서 물려받는다. 아이가 물려받은 유전자 중 기증자의 것은 전체 유전자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난치병 유전을 막기 위해 엄마와 아빠를 포함해 세 사람의 DNA로 만들어진 아기가 영국에서도 처음으로 2023년 태어났다. 미토콘드리아 질환이 있는 여성의 난치병 유전을 막기 위해 건강한 여성 기증자의 난자에서 나온 조직을 사용해 체외 수정배아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3명의 유전자를 가진 아기는 무사히 태어났다. 미토콘드리아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전체 유전자 중 차지하는 비율은 극히 미미하기 때문에 아기 DNA의 99.8%는 부모로부터 받는다.


아이의 생모가 둘이다. 이제 가족관계는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전통적인 시스템으로는 해결할 수가 없다. 엄마는 99.8% 엄마와 0.2% 엄마 둘이 있다. 아버지는 99.8% 엄마와 살고 0.2% 엄마는 아빠에게는 남이지만 아이에게만 ‘엄마’이다. 전통적인 가족관계는 이미 소수가 되었다. 미혼으로 사는 사람, 동거만 하는 사람, 성소수자 부부, 입양한 아이만 키우는 부부 등이 주류이다. 모든 것은 변한다(諸行無常)는 것이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은 죽는 날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