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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사랑은 뇌와 호르몬 작용이지만 시처럼 아름다워


아이를 낳으면 엄마의 뇌 구조가 달라진다. 대뇌피질의 일부영역이 줄고 아기와의 유대감이 높아진다. 아기와의 유대감이 강한 엄마일수록 이러한 뇌 구조 변화가 더 강하게 나타난다. 특히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전두엽의 특정한 영역이 변한다. 다른 사람의 아기 사진보다 자신이 낳은 아기 사진을 볼 때 뇌 공감 영역이 훨씬 강하게 반응한다. 뇌의 이런 변화는 2년 가까이 유지된다. 그런데 남자의 경우 아버지가 되고 나서도 이 부분의 차이가 나타나지 않는다. 남자와 여자의 차이이자 아버지의 비극이다. 늙어서도 아버지는 ‘어려운’ 존재로 남는 생물학적 배경일 것 같다. 하지만 남자도 아기가 생기면 다른 변화가 나타난다.


부모는 모두 아이가 생기면 뇌 피질에 변화를 보인다. 남자도 아이가 생기면 뇌가 바뀌는 것이다. 아빠가 된 남성들의 뇌는 아빠가 되기 전의 뇌와 뚜렷이 다르다. 주의력, 계획, 실행 등 기능과 관련된 피질 영역과 공감력, 시각 처리와 관련된 네트워크 영역에서 중요한 변화가 일어난다. 회백질 피질의 부피가 다소 감소한다. 이런 변화는 아기가 태어났다는 새로운 경험에 적응하기 위해 새로운 시냅스 연결을 만드는 뇌의 능력(신경 가소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아이를 낳으면 호르몬도 크게 변한다. 그것은 동물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바다의 천재’라고 불리는 문어는 특별나다. 문어는 알을 낳으면 먹지도 않고 헌신한다. 알에서 새끼들이 나오고 첫 번식을 끝내면 결국 1년의 수명을 마친다. 마치 ‘삶의 의욕’을 상실한 듯 죽어간다. 1977년 문어의 이런 행동이 눈샘(optical gland)과 관련돼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문어의 눈샘을 없앴더니 새끼 보호 행동이 없어진 것이다. 2018년에는 문어가 음식을 안 먹고 죽어가는 행동을 할 때 콜레스테롤 대사와 스테로이드 생산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활성화하는 사실이 밝혀졌다. 문어가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스테로이드 호르몬 분비의 극적인 변화 때문이다. 어미 문어의 눈샘에서 콜레스테롤 전구물질이 나왔다. 사람도 이런 물질이 많아지면 심각한 발달행동장애를 일으킨다. 문어는 자신의 종을 먹어버리는 성향이 강해 태어난 새끼를 먹어버리는 일을 막기 위해 그렇게 진화했을 수 있다.


부모는 물론 누구라도 새끼나 아기를 보면 말투가 바뀐다. 목소리 톤이 높아지거나 혀 짧은 소리, 비음 섞인 목소리가 저절로 나오며 애들처럼 행동한다. 이러한 ‘아기 말투’를 유아 언어(baby talk)라고 하는데 학자들은 모성어(motherese)라고 부른다. 사람만 유아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핀치 새, 큰주머니날개박쥐, 얼룩말, 다람쥐원숭이와 붉은털원숭이 등에게서도 관찰된다. 동물이 아기 말투를 사용하는 이유는 사람과 비슷하며 ‘수렴 진화’로 볼 수 있다. 수렴 진화는 서로 다른 종이 비슷한 환경에 적응하면서 비슷한 모습으로 진화하는 것을 말한다. 새나 말이 유아 언어를 사용하니 포유류인 돌고래는 분명 같을 것이다. 2023년 포유류인 큰 돌고래도 새끼와 소통할 때 유아 언어를 사용한다는 연구가 나왔다.

https://www.pnas.org/doi/abs/10.1073/pnas.2300262120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시처럼 아름답다.


그해 여름


분홍 빛 내리닫이 입고

딸에게 친구들에게

손 흔들며 작별하고

수술실에 들어갔었던 그 해 여름

눈을 떴을 때

하루사이

세계지도 같이 기미가 쓴

딸의 얼굴이 보였다


글 쓰는 굴레 벗어버리고

고뇌와 분노의 굴레 벗어버리고

미움과 절망도 다 벗어버리고

그해 여름은 불행하지 않았다.


박경리

https://m.oheadline.com/articles/E6Mixx3gtTRp2BTFbbIO2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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