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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의 건강효과에 관한 거의 모든 이야기




"경고: 이 글을 너무 길어서 다 읽기에는 힘드니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카페인의 각성 효과를 위하며 커피 한 잔과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 우리나라 사람은 매년 353잔의 커피를 마셔 전 세계 사람들이 마시는 평균보다 3배를 마신다. 우리나라 사람이 특별히 커피를 줄길 리가 없다면 아마도 바쁘고 스트레스가 많기 때문일지 모른다. 커피는 맛도 맛이지만 마음을 평안하게 해준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 글을 읽고 글을 쓰는 시간을 가진다. 꼭 진한 커피를 마신다. 커피가 없으면 뇌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커피가 떨어져서 마시지 못하면 지능이 100 이하로 떨어지는 것 같다. 


카페인에 노출된 꿀벌은 식물의 꽃가루를 운반해 꽃가루받이를 하는 수분 활동을 더 활발히 한다. 카페인에 노출된 꿀벌이 수분할 대상의 꽃 냄새를 더 빨리 맡기 때문이다. 카페인은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에게도 ‘각성’ 효과가 있어 보인다. 카페인이 주는 효과는 인간뿐만 아니라 꿀벌 같은 오래된 동물에게도 나타나는 것을 보면 그 진화론적인 연결성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커피는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커피에 중독되게 만드는 유전자도 있다. 커피선호가 선천적일 수 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커피는 친자연적이지 않은 것 같다. 산에 가면 커피가 맛이 없다. 특히 히말라야에 가면 커피보다는 짜이라는 차가 그렇게 맛있다. 가보면 안다. 특히 파키스탄 북부 히말라야처럼 황무지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그렇게 맛있던 차도 서울에 와서 마시면 맛이 없다. 파키스탄 쪽 히말라야는 황무지이고 로지도 거의 없어 산 중에서 자야한다. 화장실도 별도로 없다. 널따란 황야에서 저 멀리 바위 뒤에서 일을 본다. 해발 5000미터 높이의 화장실은 청정하다. 특히 밤이라면 하늘에 별이 수도 없이 반짝이고 앞에서 6천 미터가 넘는 설산이 반짝인다. 하얀 산은 검은 커피를 거부한다. 히말라야 황무지를 닮은 회색빛이 나는 하얀 짜이 차가 그립다. 워낙 낮에 덥고 밤에는 춥고 자외선이 강해 세균도 없다. 같은 옷을 한 달 이상 입어도 냄새도 나지 않는다. 더럽지만 2000년대 초반에 파키스탄 히말라야 갔을 때 한 달 반을 옷을 갈아입지 않았다. 그래도 냄새가 나지 않았다. 서울에서는 하루만 입어도 냄새가 난다. 


2000년대 초만 해도 커피가 건강에 이로운지, 해로운지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지금도 커피가 좋다는 연구가 많이 나오고 있지만 나쁘다는 주장도 있어 의견이 분분하다. 한 때 커피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발암 가능 물질 목록에 포함됐다. 그러나 암 위험을 감소시킨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목록에서 제외됐다.


2018년 이후에는 커피는 건강에 좋다는 점은 대체로 인정되었다. “커피를 즐겨 마시세요. 건강에 좋습니다.” 하버드대학 프랭크 후(Frank Hu) 교수의 커피 예찬이다. 그는 커피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를 20년 동안 하여 2018년 완료한 커피 연구의 저명한 교수이다. 하루 3~5잔의 커피를 마시는 것은 건강에 유익하고 질병의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커피에는 만성질환 위험을 낮추는 생리활성 화합물이 수백~수천 개 포함돼 있다. 폴리페놀(식물성 식품에서 발견되는 미량 영양소)을 비롯한 커피의 식물성화학물질(파이토케미컬)은 장내 미생물 군을 개선하고 포도당 대사를 조절하며 지방 연소를 향상하고 기초 대사율을 높인다. 암의 성장을 늦추거나 예방하는 것 외에 항산화, 항염증, 항당뇨병, 항고혈압 특성이 있다. 다만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이나 커피를 마시고 속 쓰림 등의 증상이 있다면 커피 섭취를 자제하는 것이 좋다.


카페인은 대사를 높이고 지방 연소를 촉진하며 식욕을 감퇴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하루 100mg 섭취로 하루 에너지 소비량이 약 100kcal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혈중 카페인 수치가 높게 유지되는 사람일수록 체질량지수 및 체지방률은 물론 제2형 당뇨병 발병 위험도가 낮다. 유전적으로 카페인 대사가 느린 사람은 커피를 마시는 평균량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혈중 카페인 농도가 카페인 대사가 빠른 사람보다 높다. 이런 사람은 조금만 마셔도 효과가 더 클 것이다.


커피가 골관절염(osteoarthritis), 관절증(arthropathy), 비만 등에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그러나 적당한 양의 커피는 대체로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습관적으로 커피를 너무 많이 마시면 심한 통증과 특정 질병의 위험이 커진다는 게 확인됐다. 이들 세 가지 질병의 가족력이 있거나 이런 병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은 이번 연구의 결론에 주목해야 한다.


매일 커피 2~3잔을 마시면 심혈관 질환과 부정맥 위험이 낮다. 또한 사망위험도 낮추어준다. 하루 2~3잔 커피를 먹는 것이 가장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원두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커피를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일찍 사망할 확률이 27% 포인트 더 낮았다. 그다음으로 디 카페인 커피 14%, 인스턴트커피 11%로 사망 위험이 감소하였다. 어떤 커피를 마시더라도 심부전과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 위험이 감소한다. 이 역시 효과는 커피를 2~3잔 마실 때 가장 컸는데 원두커피 20%, 인스턴트커피 9%, 디 카페인 커피 6% 순이었다. 다만 부정맥의 경우 디 카페인 커피를 제외한 원두커피 17%와 인스턴트커피 12%가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드립커피를 마시면 건강에 좋지만, 원두 그대로 끓여 마시거나 여과하지 않을 경우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특히 60세 이상 남자는 끓이거나 여과되지 않은 커피를 마시면 혈관이 막혀 사망 위험을 높인다. 여과지로 추출한 드립 커피는 커피를 전혀 마시지 않을 때와 비교할 때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줄이는 것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과되지 않은 커피에는 혈중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는 물질이 포함돼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우리 몸에 들어가면 혈중 지질 수치를 높여 심혈관질환 등 위험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 반면 필터가 된 커피에는 혼합물이 걸러지면서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출 수 있어 심혈관 질환에 도움이 될 것이다.


다음의 커피와 암의 상관관계이다. 커피의 화학성분이 전립선암 성장을 억제한다는 게 동물실험에서 확인됐다. 항암 작용이 확인된 커피의 화학성분은 카와웰 아세트산염(kahweol acetate)과 카페스톨(cafestol)같은 탄화수소 화합물이다. 커피를 만드는 방법에 따라 이들의 잔류수량은 달라지는데, 에스프레소에는 많지만 필터를 쓰면 걸러진다. 두 화학성분이 함께 작용하면 종양 성장이 훨씬 느려진다. 커피는 이로운 점과 해로운 점의 양면성이 있어 이러한 효과 이면의 메커니즘을 더 연구해야 임상 적용을 검토할 수 있다.


커피를 마시면 자살을 예방할 수도 있다. 하루 커피 2~4잔을 마시면 자살 위험이 반감한다는 연구결과이다. 하루 4잔을 초과했을 때 추가적인 효과는 없었다. 그러나 하루 커피 섭취량이 8잔 이상이 되면 자살 위험이 오히려 높아진다. 매일 커피를 꾸준히 마시면 우울증 예방 효과가 있다. 


 카페인이 집중력이나 기억력을 향상시킨다는 연구 결과는 많다. 카페인은 긍정적인 기억만 선택적으로 강화한다는 연구도 있다. 커피를 마시면 인지 기능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치매예방에도 좋다고 한다.


커피를 마시면 머리가 맑아지면 의욕이 생긴다. 각성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보면 장내 미생물(microbiome) 때문일지도 모른다. 커피를 마시면 장내 미생물의 균형에 도움이 된다. 장내 미생물이 다양하면 저항력이 좋아지고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좋다. 특히 커피를 즐기는 사람은 프레디(Freddy)라는 장내 미생물이 많다. 이 미생물은 식후 혈당 반응을 돕는 15가지 미생물 중의 하나이다.


재밌는 것은 커피를 마시면 뇌의 각성이 좋아지지만 카페인만 섭취하면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커피 한잔을 마신 직후 느끼는 기분은 매우 주관적이라는 것이다. 모닝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경험하는 ‘각성’은 커피에 함유된 카페인도 영향을 주겠지만 커피를 마시는 경험과도 더 큰 관련이 있다. 실제로 디카페인 커피를 마셔도 유사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커피는 어떤 음식보다 카페인 함량이 높다. 그래서 고혈압, 심장 질환, 불안장애, 불면증 환자는 커피를 삼가는 것이 좋다. 카페인의 각성 효과는 아데노신(adenosine)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작용을 방해해서 얻어지는 효과다. 아데노신은 수면과 이완을 유도하는데, 잠을 못 자고 피로해지면 중추신경계에 아데노신 분비가 늘어나서 각성 수준이 낮아지고 졸음이 밀려온다. 동물이 동면에 들어가는 것도 중추신경계에 아데노신이 축적되었기 때문이다. 카페인은 아데노신과 화학구조가 비슷해서 아데노신 수용 체에 결합이 가능하고 그러면 아데노신은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카페인의 각성 효과는 안정을 유도하는 아데노신 기능을 억제해서 생긴 것이다. 카페인이 아데노신 기능을 억제하면, 뇌는 더 많은 아데노신을 분비한다. 더 많은 카페인이 몸에 들어와야 각성 효과를 볼 수 있다. 커피 먹는 양을 늘리는데 신중해야 한다. 


커피는 수면을 방해할 수 있다. 잠자기 4~6시간 전에는 카페인이 들어있는 커피를 먹지 않도록 하시고, 하루 중에도 카페인의 섭취를 최소화 하는 것이 좋다. 카페인은 각성제로 수면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페인 대사가 느린 유전적 변이를 가진 사람은 커피를 마셨을 때 수면시간이 많이 줄어든다. 수면이 부족한 사람에게 커피는 좋지 않다. 커피를 마시면 심장박동도 변화하여 심부전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카페인 대사가 빠른 유전적 변이를 가진 사람일수록 그렇다. 커피가 건강과 관련해 미치는 영향은 단순하지 않으며 개인에 따라 커피 섭취에 관한 접근이 다를 수 있다.

커피의 건강 효과에 관한 거의 모든 이야기 (oheadl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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