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탐조의 성수기. 보통은 다양하고 많은 대형 맹금류의 도래를 기대하며 쓰는 말이지만 한국에서 가장 작은 새도 내려오는 계절이 겨울인 것이다. 나는 이 두 가지 이유 모두 좋아하기 때문에 겨우내 산책길이 몹시 즐겁다. 특히 상모솔새, 이 작은 새는 아파트 단지에서도 공원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눈에 안 보여도 소리는 요란해서 잘 느껴진다) 새라는 점이 좋다.
상모솔새 덕질을 위해 오랜만에 도감을 펼쳐보았다. 상모솔새의 크기 6~10cm, 무게는 5~7g.
공기를 뭉쳐도 이보다 존재감 있지 않을까?
여하튼 며칠 전부터 상모솔새 무리가 땅에서 먹이활동을 하기 시작했다(사실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매주 1번은 현충사를 가는 사람으로서 말한다면). 담벼락에 붙은 벌레나 잔디에 숨은 벌레를 찾는지 종종걸음으로 내 쪽으로 오던 녀석.
노란 고속도로가 뚫린 정수리와 그 선을 여유 있게 품는 동글동글한 두상에 빠져든다. 땅에 있어서 망정이지 가지에 있었으면 참 관찰하기 쉽지 않겠다. 땅에서도 잘 튀어 오르는 상모솔새.
거의 땅만 쳐다보며 뛰다가 한 번씩 사람을 올려다본다. 무슨 뜻이니? 길 방해하지 말라는 눈빛?
가마니처럼 가만히만 있으면 안심하는 느긋함.
족히 열 마리는 넘어 보이는 암컷들 사이에 반숙란 노른자를 닮은 주황색 정수리인 수컷도 보인다. 이 그룹에서 수컷은 오로지 2마리만 보이는데 저 선명한 주황색 깃이 인기 비결이었던 걸까.
이유야 뭔들 상모솔새는 그저 귀엽다.
커다란 고목 뿌리 위에 앉아도 후 불면 날아갈 듯한 한 톨.
다들 똑같아 보여도 조금씩 특징이 있는 편인데
유달리 정수리 노란 깃이 넓은 애도 있고.
(점순이, 23년 겨울에 처음 만났다)
작년 겨울에 보았던 점순이(눈 밑에 점이 하나 있다)도 발견 했지만 많은 상모솔새 무리에 섞이니 순식간에 놓치고 말았다. 한 시간 남짓 다시 찾았지만 결국 실패. 점순이한테 다음 겨울에 또 보자고 말해줘 얘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