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중세 Sep 10. 2024

Drowning man

Chap. 10 : 사선을 점검하라

  이번 챕터에서는 경로를 잠시 쉬고, 득이 되는 꿀팁을 알려드리도록 하겠다. 하지만 완전히 동떨어진 얘기만은 아니다.


  사선엔 많은 의미가 있다. 데드 라인을 가리키는 사선(死線), 쏜 총알이나 화살과 연관된 사선(射線), 욕계를 떠나 색계에서 도를 닦는 과정 중 네 번째 단계를 가리키는 사선(四禪)까지. 마지막 건 왜 들어있나 싶기도 하지만, 글쓰기는 도닦이니까 그것도 맞는 소리 아닌가 싶다.


  그랬다. 사선을 점검해야 했다.


  사선은 무얼 가리키는가? 우선, 컴퓨터를 켜보자.


  2015년 이후 가장 많이 들어간 사이트는 아마 네이버일 것이다. 그건 연도와 관계없이 대한민국 어느 집이나 다 비슷할 것이다. 네이버 다음으로 자주 가는 사이트는 무엇일까. 내게는 스토리움과 아르코와 엽서시 문학공모와 필름 메이커스였다.


  스토리움은 콘텐츠 진흥원에서 만든 매칭 사이트이다. 회원이 자기 글을 스토리움에 올리면, 비즈니스 파트너들이 이를 읽고 매칭을 신청한다. 비즈니스 파트너들은 영화나 드라마 등을 만드는 필름 제작사의 PD들이고, 방송국 PD들도 간혹 있다. KBS에서 드라마로 제작된 『태양의 후예』의 웹소설이 스토리움에 등재되었고, 매칭된 걸로 안다. 아마 스토리움 최고의 아웃핏이지 않을까.


  나도 2016년에 <끈>과 <모의>를 올려놨었다. <모의> 얘기는 나중에 하는 걸로 하고, <끈>의 결론만 내자면, 비즈니스 매칭이 이뤄졌었다. 매개자인 스토리움 담당자에게 물어봐도 비즈니스 매칭 상대가 누군지는 선뜻 알려주지 않았다. 한참 뒤에야 은퇴한 MBC 드라마 PD였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끈>도 추석 특집 드라마가 될 수 있었을까? 모를 일이다. <끈>의 비즈니스 매칭이 왜 되지 않았냐면, 그즈음 MBC와 KBS가 파업을 했기 때문이었다. 기획이 들어갈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나의 재수 없음이 이것만이겠냐만.


  스토리움이 매칭 이후의 수익을 가져가는지는 모르겠다. 가져간다면, 아마 사용자에게서 뜯어가겠지. 사업하는 이들은 각질마저도 살점으로 여겨 떼어주길 질색하니까.


  아르코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사이트다. 거기에서는 많은 문화사업이 벌어지는데, 내가 자주 들여다보는 사업은 창작산실과 도서관 상주 작가 사업이다. 도서관은 나중에 길게 설명할 기회가 있겠지. 여기서는 창작산실을 짚고 싶다.


  창작산실에서 내게 열린 문은 문학 부문과 공연예술 부문이다. 문학 창작산실은 우수 미발표작을 받아, 예술위원회가 지정한 온라인 플랫폼에 공개하는 사업이다. 작가 한 명이 이백만 원의 지원금을 받고, 온라인에서 독자를 만날 기회를 부여받는다. 공연예술 부문은 대본 공모 사업을 주로 본다. 어떤 사업들은 청년 대상이기도 하고, 신청주체가 극단이어야 하는 사업들도 많고, 극단과 함께 신청해야 하는 사업도 꽤 된다. 원고들을 거기 보냈지만, 수혜를 받은 적은 없다. 그래도 어떤 사업이 이뤄지고 진행되는지를 알아보고 싶어서 가끔 둘러보고 나온다.


  문단 중심에 자리한 그대들에게 축복이 있으라.


  도서관 상주 작가 사업은 각 도서관이 신청하고, 선정된 도서관에서 마땅한 작가를 뽑아 상주시키는 사업이다. 7개월가량의 상주 기간 동안 작가는 도서관에서 작품 집필을 해야 하고, 도서관의 여러 사업에 참여해야 한다. 그리고 창작지원금과 4대 보험 혜택을 받는다! 내 생각에 가장 좋은 사업 중 하나가 도서관 상주 작가 사업이다. 작가는 자신이 거주하는 도시의 도서관에서 안정적으로 집필을 하고, 도서관은 작가라는 콘텐츠를 활용해 강연회나 북큐레이팅 등의 사업을 만들 수 있으며, 지역민들은 색다른 방식의 문화사업의 수혜를 가져간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이 사업 기안자에게 당장 훈장을 달아줘라, 왼쪽 오른쪽에 각각 한 개씩.


  그럼 필름 메이커스로 넘어가 볼까.


  필름 메이커스는 영상 관련한 분들의 구인구직 사이트다. 제작, 연출, 분장, 의상, 음향, 배우까지 영상 콘텐츠의 모든 분야의 사람들이 여기에서 일을 찾고 사람을 구하려 한다. 여기에서는 멋진 본업과 다양한 부업을 찾을 수 있다.


  헐거운 시나리오를 꽉 조여줄 두 번째 작가를 찾거나, 좋은 기획을 글로 만들어줄 성실한 작가를 원하는 영화 제작사가 있다. 웹툰 제작사가 글 작가를 구인하기도 한다. 소설 판권을 구입했는데, 이를 트리트먼트로 만들 작가를 구하기도 한다. 트리트먼트를 잘 다듬으면 시나리오 작가로 채용할 의사도 있다고 한다!


  즐거운 부업들도 널렸다. 요새 핫한 구인 공고는 숏폼 드라마 작가 모집이다. 좀 더 부업다운 부업은 기업 홍보영상 작가 구인이나, 유튜브 작가 구인이다. 엉망진창인 수입 구조가 걱정이라면, 이쪽 일들에 기획서와 포트폴리오를 제출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그전에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도록 낮은 단계에서부터 관련된 일을 알음알음으로 해나가는 게 좋다.


  이렇게 얘기하니 지상천국이나 진배없는 것 같지만, 그릇된 계약, 주지 않는 대금, 다급한 납품 기한은 얘기하지 않았다. 이런저런 기획안을 내더라도 기획만 빨아먹고 채용을 하지 않는 회사도 부지기수다. 상어처럼, 그 사이를 샥샥 잘 피해 원유 가득한 동해 대왕고래를 콱 물어내길 바란다.


  아시잖아요? 인생, 실전, 응?


  그리고 드디어, 대망의 엽서시 문학공모의 차례다.


  여기에는 전국에서 치러지는 문예공모전 정보가 모두 실린다. 여기에 안 실리는 문예공모전은 하나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엽서시에 주목하세요, 여러분. 보내고 말고는 여러분의 판단이지만, 있고 없고를 모르고는 여러분의 능력입니다.


  이 사이트를 처음 봤을 때, 너무나 깜짝 놀랐다. 이렇게나 많은 문예공모전이 존재한다니. 글로 자기 고장을 빛내고자 하는 지자체도 많았고, 그런 지자체에 지원을 받아 공모전을 여는 문인협회도 많았으며, 문예지도 다양했고, 장르별로 잘 정돈되어 있기까지 했다. 리뉴얼된 뒤로는 공모전에서 요구하는 접수서류들도 거기에서 다 다운로드할 수 있어 공모처 사이트에 따로 접속하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요새는 결과가 나온 공모전에 대한 안내도 해주고 있어서 오매불망 기다리게 만들지 않는 지극한 친절함까지 발휘하고 있다.


  책을 몇 권 낸 작가가 아직도 공모전에 매달리느냐는 타박을 들을 수도 있겠다. 이제는 나도 공모전에서 서서히 물러나는 중이다. 그렇다고 공모전에서 완전히 발을 뺄 생각은 없다. 대한민국에서 글 작가로 먹고사는 일이 얼마나 만만치 않은지는 다른 챕터에서 쓰도록 하겠다. 공모전을 붙들지 않았더라면, 나는 진작에 작가를 그만두었을 것이다. 나는 이 많은 공모전들이 헤아릴 수 없는 작가들과, 그들이 지닌 꿈들을 지켜주었다고 믿는다.


  이런, 사선이 아니라 오선이었군. 내가 오전 오후로 들어가는 사이트 중에는 네이버 카페 기승전결도 있다. 기승전결은 작가들과 작가지망생들이 모인 국내 최대의 글 관련 카페이다. 습작보다는 관련 정보 교류가 많다. 전국 여러 지역의 스터디와 수업과 강연이 공지되고, 구인구직 관련한 내용도 잘 정리되어 올라와 있다. 관련된 사람들이 많이 오가기 때문에, 기승전결에서 수업을 열었다는 공고를 열거나 새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한다.


  이곳에서 만난 드라마 작가님들과는 따뜻한 모임을 여러 해에 걸쳐 이어나가고 있다. 글 쓰는 괴로움과 만족을 아는 사람들과 자신이 속한 세계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행복은 무척이나 크다. 여기에서 만난 드라마 작가님들이야말로, 간혹 작업실을 벗어나는 내게 큰 이유와 기쁨이 된다.


  이 정도가 내가 매일 체크했던 사이트들이다. 이 중 몇몇과는 요새 시들해지고 있다. 아마 내가 옆으로 돌린 핸들만큼 차의 경로도 틀어질 것이고, 내가 들여다보는 풍경과 상황도 바뀌어질 것이다. 하지만 작가지망생 생활 내내 이 사이트들을 돌며 내 작품을 다듬고 연마했고, 저곳들을 통해 내 작품과 이름이 빛날 기회를 가늠했었다. 저들은 내게 숯돌이었고, 나를 갈아 날카롭게 만드는 감사한 존재들이었다.

이전 09화 Drowning m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